2025년의 마지막 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눈물을 흘렸고 시청자들은 TV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트로피의 무게는 가벼워졌고, 감동은 희석됐다. 공동 수상, 부문 쪼개기, 출석 체크용 시상까지. 2025년 지상파 3사인 KBS, SBS, MBC 연기대상은 ‘축제’가 아닌 초라한 ‘종무식’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고질병이 된 ‘공동 대상’… 상도, 시청률도 ‘반토막’
KBS의 선택은 올해도 ‘좋은 게 좋은 거’였다. 시청률 가뭄 속에 그나마 체면을 세워준 주말극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안재욱과 엄지원에게 ‘공동 대상’을 안겼다. 두 배우의 연기력과 눈물의 소감에는 이견이 없으나, 또다시 반복되는 공동 수상은 대상이 갖는 ‘단독자’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더 심각한 것은 ‘참가상’ 수준으로 전락한 부문별 시상이다. KBS는 베스트 커플상을 무려 7쌍에게 남발했다. 로맨스가 없는 장르물(이영애·김영광)부터 부녀 관계(윤박·이봄)까지 챙겨줬다. 이는 시상식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됐다.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가 연기대상을 휩쓰는 동안, 200억 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트웰브'와 야심 차게 시작한 '은수 좋은 날' 등 미니시리즈들은 철저히 외면받았다. 시청률 실패를 ‘상 몰아주기’와 ‘퍼주기’로 덮으려 했지만, 남은 것은 “또 공동이냐”는 시청자들의 차가운 반응뿐이었다.
◇ 신인상만 8명… ‘상 쪼개기’의 신기원
SBS는 ‘모범택시3’라는 확실한 흥행 카드를 쥐고 있었음에도, 시상식 운영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지상파 3사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체면치레는 했지만, KBS와 마찬가지로 도를 넘은 ‘상 쪼개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SBS는 신인상과 조연상을 멜로, 로코, 액션, 판타지 등 장르별로 잘게 쪼개어 시상했다. 그 결과 신인상 8명, 조연상 8명 등 두 부문에서만 무려 16명의 수상자가 쏟아져 나왔다. 후보 소개도 없이 수상자 명단만 띄운 VCR에, 상을 받는 배우들조차 당황해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날 이제훈의 대상 수상 소감은 감동적이었으나, 그 직전까지 이어진 지루한 ‘트로피 배급’ 행렬은 시상식의 품격을 갉아먹었다.
◇ 흥행작 전멸이 부른 ‘빈집털이’ 참사
KBS와 SBS가 ‘남발’로 비판받았다면, MBC는 줄 게 없어 문제였다. 연간 흥행작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치러진 MBC 연기대상은 흡사 ‘빈집털이’를 연상케 했다.
'언더커버 하이스쿨'로 대상을 받은 서강준조차 “기쁜 것보다 당황스럽다”라고 털어놓을 만큼 수상의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강력한 경쟁작이 없는 상태에서 수여된 상은 받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민망하게 만들었다. 이는 지상파 드라마가 OTT 등 뉴미디어에 밀려 더 이상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 “배우 달래기용 행사”… 변화 없으면 외면받을 것
방송사들의 이러한 ‘퍼주기’ 관행은 스타급 배우들의 섭외와 출석을 유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상의 희소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관심만이 남는다.
방송가에서는 시청률 파이가 줄어들고 OTT로 인재가 유출되는 상황에서 방송사가 내세울 수 있는 건 ‘트로피’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권위 없는 상 남발이 계속된다면, 결국 연기대상은 그들만의 공허한 리그로 남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2025년 연기대상은 끝났다. 하지만 故 이순재가 강조했던 ‘배우의 품격’과 대조되는 ‘방송사의 얄팍한 상술’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과 권위 회복 없이는, 2026년의 연말 역시 채널은 돌아갈 것이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