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다윗과 골리앗이 싸우는 모양새가 되면 대중은 본능적으로 다윗의 입장이 된 쪽을 응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윗이 된 쪽이 많이 얄밉다. 이쪽은 치고 빠지는 게 너무 능숙해 눈살이 찌푸려질 지경인데, 골리앗의 입장에 선 쪽은 날아오는 돌멩이를 연신 맞아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멀뚱히 서서 머리만 긁적거린다. 지금의 민희진 오케이 레코즈 대표와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가 딱 그 꼴이다.
■ ‘대의’ 선점한 민희진, ‘하남자’ 프레임에 갇힌 하이브
사진=OSEN
지난 25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파격’과 ‘파행’, 이 두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예정된 회견 시간보다 지각을 한 것은 물론, 질의응답도 없이 단 5분 동안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발표하고 퇴장했다. 이런 ‘빛의 퇴장’에 현장 기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럴 거면 왜 불렀냐", "기자들을 이용하는 거냐"는 고성이 오갈 정도였다.
상식적으로는 민 대표의 ‘불통’이 비판받아야 마땅한 자리였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나.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은 온통 “민희진, 뉴진스 위해 256억 포기”라는 문구가 집어삼켰다. 반면, 하이브는 이 전향적인 제안에 무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하이브는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안도할지 모르나, 민 대표가 ‘대의’를 선점한 순간부터 하이브는 이른바 ‘속 좁은 거인’ 혹은 요즘 말로 ‘하남자’의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
■ 평판이 곧 주가, 명성이 곧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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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하이브 내부에서는 “법적 판단을 기다리면 되는데 왜 대응해서 민희진 좋은 일만 시키느냐”는 목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차갑고 이성적인 법리적 대응은 삼성이나 애플 같은 테크 기업에서나 통하는 논리다.
엔터테인먼트사의 자산은 반도체 칩이나 생성형 AI 같은 기술이 아니다. 아티스트의 실력과 평판,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는 회사의 명성이다. 평판이 곧 주가이고, 명성이 곧 매출에 직결되는 산업이다. 그런데 하이브는 오로지 “계약 위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같은 법률적 용어들만을 무기로 사용한다. 민희진이라는 개인에게 매번 이슈를 선점당하고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법으로 끝까지 가면 우리가 이긴다”며 입을 꾹 닫고 인내하는 모습은 대기업의 행보라기엔 지나치게 수동적이다.
■ 판 깔린 뒤엔 어떤 대응도 늑장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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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점은 민희진 대표가 ‘폭탄’을 투하하던 그날, 하이브는 일본 OTT를 통해 방송되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홍보에 매달렸다는 점이다. 민희진이 무슨 말을 하든 쇼는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대중이 보기엔 그저 무시 혹은 회피 전략을 쓰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결국 하이브가 소위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 민 대표가 떨어뜨린 폭탄에 대해 하이브는 대기업다운 포용력을 보여주거나, 논란을 잠재울 압도적인 명분을 제시했어야 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대기업답게 물량으로 공세를 펴는 방법도 있었다. 지금처럼 늘 판이 깔린 뒤에 그 위에 올라 ‘원칙적 대응’ 혹은 ‘무대응’ 같은 입장만 반복하는 리액션 정치로는 민희진 대표의 위상만 구름 위로 올려줄 뿐이다.
지금 하이브에 필요한 것은 유능한 변호사가 아니라, 헝클어진 실타래를 끊어내고 민희진 대표와의 두뇌 싸움에서 이길 전략가다. 민 대표의 제안이 ‘쇼잉’이라고 판단된다면, 그의 맞상대인 하이브 역시 이 쇼를 압도할 진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참고로 오는 3월 21일에 열리는 BTS 광화문 공연이 이 사태를 덮어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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