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과감한 주식 세제 개혁을 약속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면서도 증권거래세 인하 방침은 유지하는 등 감세 정책을 연이어 내놓은 건데요.
표심에 경제 정책이 휘둘리면서 재정 악화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앤팩트, 경제부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형원 기자!
[기자]
네, 한국거래소입니다.
[앵커]
먼저 어제 나온 정책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정책들인데요.
먼저 지난 2일 한국거래소를 찾았을 때 약속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식화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으로 5천만 원 넘게 벌어들인 투자자에게 소득의 20%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인데요.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었는데 백지화한 겁니다.
그런데도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는 유지했습니다.
사실 증권거래세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세율을 낮춰온 건데,
전제가 없어졌는데도 인하 방침을 바꾸지 않은 겁니다.
여기에 ISA 납입과 비과세 한도까지 대폭 올렸습니다.
ISA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말합니다.
예금과 적금뿐 아니라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 'ETF' 등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을 담아 굴리면서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만능통장'인데요.
이 납입 한도를 두 배로, 비과세 한도는 지금보다 2.5배나 늘리기로 한 겁니다.
이에 따라 연 최대 4,000만 원까지 넣으면 일반형 기준으로 104만 원 정도 세금을 덜 내게 됩니다.
[앵커]
방금 말한 대로 결국 이 정책들이 시행되면 세금이 덜 걷히게 되는 거죠?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됐을 때 줄어드는 세금 규모부터 살펴볼까요.
기획재정부는 연간 1조 5천억 원이 넘는 국세가 덜 걷히게 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여기에 증권거래세 인하까지 더해지면 나라 곳간은 더 쪼그라들게 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 계획대로 내년까지 0.15% 수준으로 세율을 낮추면 지난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10조 원이 넘는 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년 평균으로 보면 세입이 2조 원 넘게 줄어드는 거죠.
수조 원씩 구멍이 나는 것과 비교하면 ISA 혜택 확대로 줄어드는 세수는 크지 않아 보일 정도입니다.
ISA 납입과 비과세 한도가 올라가면 2∼3천억 원 정도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추산됩니다.
경기가 좋지 못해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수 감소는 이미 심각합니다.
지난해만 50조 원 넘는 세수 구멍이 예상되고, 올해도 전망이 어둡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가 잇따라 감세 정책을 내놓다 보니,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는 데 경제 정책이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재정 악화 우려에도 감세 정책을 내놓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공식 입장은 뭔가요?
[기자]
장기적으로 보면 세수가 늘어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내놨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정부는 세금을 낮춰 주식 투자 유인을 높이면 전체 거래액이 커져 세수도 늘어날 거라고 주장합니다.
주식 세제를 과감히 걷어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투자가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며,
계급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 이 증권시장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 능력으로 오를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가 됩니다. 주식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이런 과도한 세제라고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는 거라면 정치적으로 어떤 불이익 있다고 해도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지만…]
더 나아가 상속세 완화 가능성까지 내비쳤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윤석열 / 대통령 :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됩니다. 주가가 올라가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집니다. 상속세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이거는 국민적 공감대가 좀 있어야…]
잇따른 감세 정책에 더해 상속세 완화를 염두에 둔 세제 개편 발언까지 나오면서 '부자 감세'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세수 부족 우려에 부자 감세 논란까지 부담이 큰 정책인데, 실현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를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던 건 여야가 합의했던 사항입니다.
이를 전제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기로 했던 건데요.
정부가 일방적으로 여야 합의 사항을 파기하면서, 정책 시행까지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려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이르면 이번 달 안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다음 달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야당 반대에 국회 통과는 불투명합니다.
상속세 완화도 세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부자 감세 비판에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국민 뜻을 모아달라며 여론부터 살피는 분위기입니다.
정부가 감세 정책을 대거 내놓고 있지만, 법 개정 사안이 많은 만큼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취재기자 | 이형원
자막뉴스 | 박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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