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 】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 인트로 】
치료와 회복을 믿었던 순간 마주한 뜻밖의 사고.
의료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어디까지 물어야 할까.
내년 5월, 의료사고를 다루는 법의 잣대가 바뀝니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사고에서 일정 요건을 갖추면 의료진에 대한 기소를 면제하는 형사특례가 도입되는 겁니다.
의료계는 형사 처벌 우려가 방어적인 진료를 낳고 필수의료 기피로 이어진다면서 이번 법 개정이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라 말합니다.
[김성근 /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 결국은 의사들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줄여달라는 건 의사들을 보호하는 법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겁니다.]
하지만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형사 절차는 단순히 의료진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닙니다.
의무기록도, 설명도 전부 병원에 묶여 있는 현실에서 수사기관의 힘을 빌려서라도 진실을 밝히려는 절박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박도영(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검찰) 권한을 분리하고 그것을 상호 간에 견제하도록 해서 우리 사법 시스템을 더 선진화하려는 것이 수사, 기소의 분리라는 큰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원인 규명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서 형사절차의 역할마저 줄어들 경우 피해 구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안기종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저지른 모든 직업군에는 똑같이 업무상 과실을 판단하는데 유독 이제 의사만 중대한 과실을 판단해서 중대한 과실이 아니면 가급적 형사특례를 주는….]
그렇다면 형사절차 없이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피해를 구제할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마련돼 있을까.
의료진을 보호할 안전망과 환자의 권리를 지켜줄 구제책, 이 두 가지 균형을 맞출 해법은 무엇인지 팩트추적이 짚어봅니다.
【 스튜디오 】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내년 5월부터 의료사고를 둘러싼 사법 절차에 꽤 큰 변화가 예고돼 있다고요?
▶윤성훈
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으로 의료 행위에 대한 의료진의 형사 책임이 크게 낮아집니다.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는 사고일 경우 손해배상금 전액을 지급하거나 보험 등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면 의료인에 대한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이른바 '형사특례'가 도입됩니다.
지금까지는 과실 여부에 따라 의료진이 법정에 서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형사 재판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엄지민
의료진의 형사책임 부담을 완화한다는 건데 그 배경이 뭡니까?
▶윤성훈
의료계는 오랫동안 형사처벌 부담을 줄여달라고 요구해 왔는데요.
그 배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있습니다.
【 VCR 】
지난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아기 네 명이 하룻밤 새 잇따라 숨을 거뒀습니다.
검찰은 주사제 오염에 따른 패혈증을 원인으로 보고 주치의 등 의료진 일곱 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2019년 2월, 1심 법원의 판단은 무죄.
의료진이 감염 관리에 소홀한 점은 있었지만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성희 / 조수진 교수 변호인(2019. 02. 21) : 이 일로 인해서 위험 영역에 있는 신생아 전문의 지원자들이 급감해 버렸습니다 면책 범위를 정확히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 범위가 아직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후 사건 발생 5년 만인 2022년 12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형사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의료계는 5년에 걸친 수사와 재판 자체가 고위험 의료행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소아와 분만, 응급처럼 위험 부담이 큰 필수의료일수록 이 같은 형사절차가 의료진의 기피를 부추긴다는 겁니다.
[김성근 /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 (외과의사가)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닌데 소아를 수술했다고 해서 고소를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던 경우인데 소아외과 전문의가 수술하지 않았다고 보호자가 고소한 사건이었죠 그 이후 어떤 일이 발생했냐면 '그러면 소아에 포함되는 아이들은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니면 손을 대지 말자'라는 분위기들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어요.]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의료진의 사법 부담을 완화하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5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성근 /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 기소를 받아서 재판으로 가게 되는데, 그 전 단계인 수사부터 가지 않게 하는 조항들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이 위축된 필수의료를 되살리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의료계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지은 / 의료인 출신 변호사 : 의료인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법적 안전망이 제공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정도까지는 해야 한다 이 정도를 하지 않으면 중대한 과실로 판단될 수 있다는 거 이 정도까지는 의료인에게 재량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위해 의료를 해야 한다는 것.]
【 스튜디오 】
▶엄지민
반대로 환자 입장에서는 좀 우려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윤성훈
진료 기록과 의료 정보를 병원이 독점하고 있고 이를 판단하려면 전문 지식까지 필요한 만큼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피해 구제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 책임부터 완화하면 환자가 사고 원인을 밝힐 수단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VCR 】
어렵게 시험관 시술을 거쳐 지난해 쌍둥이를 임신했던 박도영 씨 부부.
그러나 산전 검사에서 태아 한 명에게 다운증후군이 확인되었고, 부부는 고민 끝에 선택적 감축술을 결정했습니다.
[박도영(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다른 병원에서 감축술) 첫 번째 시술을 했는데 실패했어요 그러고 나서 바로 일주일 정도 입원하고 ○○병원으로 전원을 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대형 병원에서 두 차례 검사를 거친 뒤 지난 3월, 다운증후군이 확인되지 않은 1번 태아는 남겨두고 2번 태아를 대상으로 선택적 감축술을 시행했습니다.
의료기록에도 출산 직전까지 1번 태아는 남아 있고 다운증후군이 확인된 2번 태아만 감축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25일 출산 후 세상에 나온 아이를 마주한 순간 부부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태어난 아이가 다운증후군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시술 당시의 판단과 이후 의무 기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난 겁니다.
그래서 박 씨는 시술 당시 다른 태아를 감축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도영(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제 문제는 멀쩡한 자식을 죽인 거예요 너무 고통스러워요 아기한테도 미안해요 지금 태어난 아들한테도 미안하고 태어나지 못한 애한테도 미안하고.]
부부는 병원 측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당시 들은 답은 두 태아의 위치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였다고 말합니다.
[박도영(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인정해라, 제발 좀 인정해라 잘못된 수술이었다고 제발 인정해라 그리고 나한테 이 과정을 설명해달라 그런데 결론은 모르겠답니다 이 사람들 결론은 병원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박 씨는 민·형사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전문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개인에게 대형 병원을 상대로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밝혀내는 과정은 큰 부담입니다.
[박도영(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제가 소송으로 가자고 한 게 아니고 ○○병원이 소송하자고 한 겁니다 완벽한 정보 비대칭의 과정에서 그리고 엄청난 돈이 들어가잖아요 저는 지금 대형 병원을 상대하고 있어요 ○○병원이라는 대형 병원을 상대하고 있거든요 저 혼자 죽어라 하고 저도 소송하고 싶지 않아요.]
취재진 질의에 병원 측은 명백한 절차상 오류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태아의 위치 변화나 검체 오염, 두 태아 모두 염색체 이상이었을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있어 현재로선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초 전문기관의 판단을 받아보자던 병원 측은 취재가 시작된 이후 보상 문제 등에서 결국 환자 측과 합의를 이뤘습니다.
【 스튜디오 】
▶엄지민
의료 사고가 나면 환자 입장에서는 뭐가 문제였는지 설명을 듣고 싶은데 그게 어렵고 결국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건데요.
이런 상황에서 형사 책임부터 덜어주는 데 대해서 우려가 적지 않을 것 같아요.
▶ 윤성훈
의료기관을 상대로 환자가 스스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사 기관의 힘을 빌려 자료와 증거를 확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지은 / 의료인 출신 변호사 : 환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도 그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의 힘을 조금이라도 빌려서 기록이라도 받아보고.]
▶ 윤성훈
결국 의료진의 형사 책임을 완화하는 만큼 환자가 사고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대체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고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고 입증 부담을 덜어줄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겁니다.
【 VCR 】
서울 영등포구에 자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수많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만나온 안기종 대표는 환자들이 왜 형사고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 이렇게 설명합니다.
[안기종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환자들이 형사 고소를 하는 이유가 첫 번째는 울분이 해소 안 돼서 두 번째는 증거 확보 때문에 그러거든요.]
의료진이 장기간 불필요한 수사에 시달리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환자단체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형사 책임을 덜어주더라도 그 대상과 기준만큼은 엄격하고 촘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안기종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형사특례에서 제외되는 중대한 과실을 12개 유형으로 규정한 점도 논란입니다.
의료행위의 상황과 유형이 매우 다양한 만큼 열거된 유형 밖의 과실을 어떻게 판단할지를 두고 환자단체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안기종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12개 (중대한 과실) 안에 포함이 안 되는 유형은 아예 중대한 과실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어요 업무상 과실로 판단하지 않고 다시 경과실, 중과실로 판단한다면 이중 잣대이고 결국 환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법조계 일각에서도 공소 제기 자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민 / 변호사 : 사랑하는 가족을 사망케 한 의사에 대해서 형사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겠다면 (처벌과 배상금 중)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죠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중상해와 사망도 포함해서 중과실이 아니면 공소 제기를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거든요 위헌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죠.]
【 스튜디오 】
▶엄지민
피해자들이 지난한 법정 공방까지 가지 않고도 명확하게 사고 원인을 밝히고 또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윤성훈
현재로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전문적인 의료감정을 통해 사고 경위와 과실 여부 등을 살피고, 조정을 통해 당사자 간 분쟁 해결을 돕는 기관입니다.
▶엄지민
일단 취지만 보면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윤성훈
의료중재원의 실효성을 두고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한데요.
절차가 지연되거나 조정 자체가 시작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결국 소송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 VCR 】
지난해 겨울, 집에서 미끄러져 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정시진 씨.
곧바로 정형외과를 찾아 수술을 받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손가락은 제대로 굽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른 병원을 찾았고, 뼈가 잘못 붙는 '부정유합'이 생겨 회복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시진(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제 직장 생활에 있어서 미세한 작업도 그렇고 당연히 키보드를 칠 때마다 통증이 오기도 하고 가령 운동을 하면 뭘 잡잖아요 근데 (운동기구를) 잡는데 (손이) 꽉 안 물리면 힘이 들어가지 않죠.]
정 씨는 수술과 사후 진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담당 의사는 오히려 최선의 결과였다는 취지로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
과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정 씨가 먼저 찾은 곳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하지만 의료중재원을 통한 구제는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습니다.
[정시진(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처음에는 의료중재원에 신청했어요 그런데 제가 확인해 보니까 1월쯤에 신청했는데 접수되는 데까지 두 달이 걸리더라고요.]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정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 준비에 나섰습니다.
중재원에서 뒤늦게 정식 접수를 알려왔지만, 소송과 중재를 병행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서는 결국 소송을 택했습니다.
[정시진(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면 저희와 병행할 수 없다고 해서 취소된 상황입니다.]
조정 결과에 강제력이 없다는 점도 정 씨가 소송을 택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정시진(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중재원에서 권고 내리기까지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했는데 실효성도 없고.]
결국 중재 절차를 포기하면서 기록 확보부터 과실 입증까지 상당 부분을 정 씨 스스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정시진(가명) / 의료분쟁 당사자 : 일단은 처음에 증거를 모아야 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리고 정확히 어떤 기록이 있어야 하는지도 환자가 알기가 쉽지 않아요 돈만 드는 게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거든요.]
의료분쟁을 법정 밖에서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중재 제도지만, 정 씨에게는 결국 소송을 대신할 선택지가 되지 못했습니다.
【 스튜디오 】
▶엄지민
의료중재원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요.
환자를 돕겠다는 현재의 분쟁조정 제도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한번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성훈
여기에 내년 5월부터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라는 새로운 제도까지 가동됩니다.
기존 중재원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하고, 사고 원인 규명부터 책임 판단, 피해 배상까지 실질적인 구제 체계를 어떻게 갖출지가 관건인데요.
남은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 VCR 】
의료사고 피해자가 소송에 앞서 찾을 수 있는 의료분쟁조정.
하지만 제도의 한계는 통계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동안 2천 건대에 머물던 분쟁조정 신청은 지난해 2,600여 건으로 늘어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900건은 조정 절차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각하됐고,
조정개시율은 65.2%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았습니다.
[오지은 / 의료인 출신 변호사 : 인력과 예산을 더 주셔야 해요 (이전 사례의) 그 두 달 동안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냐면 환자들이 낸 서류를 검토하고 더 필요한 게 없는지 보완하고 이런 게 필요하다고 안내하는 그 단계가 늦어지는 것이거든요.]
특히 자동개시 대상이 아닌 일반 의료분쟁은 의료기관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절차 자체가 시작되기 어렵습니다.
[오지은 / 의료인 출신 변호사 : 이 사건이 개시되려면 양쪽이 모두 동의해야 해요 단 예외는 '신해철법'이라고 들어보셨을 텐데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의 의식 불명처럼 자동 개시되는 사건이 아니면 강제적인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결국 환자가 형사고소나 소송에 기대지 않고도 사고 원인을 확인하고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기존 제도의 접근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가동될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형사절차가 줄어든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수사기관의 통보를 받아 해당 의료행위가 고위험 필수의료에 해당하는지,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심의합니다.
그 판단은 형사특례 적용 여부를 가를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심의위가 판단에 필요한 진료기록과 자료를 얼마나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는 과제입니다.
[오지은 / 의료인 출신 변호사 :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양측으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해서 판단하게 될 거고요 적극적으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압수수색을 하는 건 어렵고 (제출 자료 토대로) 판단하시는 것 외의 행위를 하시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사고 경위를 충분히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을지, 또 기존 중재원과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도 중요합니다.
[오지은 / 의료인 출신 변호사 :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민사적인 배상 중심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형사적인 판단을 담당해야 한다고 보고요 다만 이 두 분야가 각자의 역할을 구분하되 자료나 판단 기준은 연계되어야 한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환자들은 다시 법정으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중재원에서 어렵사리 조정이 성립된 사건의 평균 배상액은 930여만 원 수준.
[이정민 / 변호사 : 실질적인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더라도 실질적인 배상을 받기는 어렵다 조정 금액이 그렇게 낮다면 거부하고 소송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불필요한 우회 절차를 거치는 게 아니냐?]
의료사고에 대한 이번 형사특례는 보험 가입 시 처벌을 면해주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본뜬 구조입니다.
하지만 의료진의 형사 책임만 덜어줬을 뿐 환자가 입증 부담 없이 실질적인 배상을 받도록 돕는 장치는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정민 / 변호사 : 이번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형사 책임을 완화해 주는 그 모형은 따 왔어요 근데 환자 쪽이 배상받는 난이도를 완화해 주는 장치는 전혀 없어요.]
의료계 역시 현행 배상과 보상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김성근 /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 보상, 배상 체계가 우리나라가 굉장히 약합니다 그거를 다루는 체계가 우리나라는 굉장히 부족하거든요.]
결국 형사 책임을 완화하는 만큼 사고 원인 규명부터 책임 판단, 실질적인 배상까지 이어지는 피해 구제 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겁니다.
【 스튜디오 】
▶ 엄지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의 성패는 의사의 형사 책임을 덜어낸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 윤성훈
의료진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환자가 사고 원인을 밝히고 실질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통로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새 제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엄지민
윤 기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윤성훈[ysh02@ytn.co.kr]
■YTN 제보
[메일]:fact@ytn.co.kr
[전화]:02-398-8602~3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