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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폿@예쁜누나] 현실 연애 이야기에, 현실엔 없는 정해인

2018.05.20 오전 09:36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다 사랑에 빠진 남녀의 '진짜 연애'에 대한 이야기.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가 지는 19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멜로퀸 손예진에 대세남 정해인의 만남. 그리고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 대사와 상황. '예쁜 누나'는 극 초반부터 온 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일하는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고, 저녁이 되면 함께 식사를 하고, 갑자기 보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가고, 사소한 것도 무엇이든 함께 하면 좋은 연애 일상이 안판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빛을 발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지지부진한 스토리 전개와 줏대 없는 여주인공이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면서 점점 힘을 잃었다.



극중 윤승호(위하준 분)의 말에 따르면 서준희(정해인 분)는 어디 가서 짓밟힐 인물이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부모고, 내 친구의 가족이니까 온갖 멸시와 천대를 참았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윤진아(손예진 분) 엄마의 독설은 서준희가 갖고 있는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진아만 있으면 돼'라며 눈물짓는 남자. 하지만 '난 서준희 하나면 돼'라던 윤진아는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누가 손을 놨건, 잡지 않았건 이별한 연인 사이에 '누가 먼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왜' 헤어졌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이 커플은 현실의 벽에 무너졌다. 서준희가 사랑에 목숨 건 반면 윤진아는 아무것도 놓지 않았다. 윤진아는 미국행을 제안하는 서준희에게 "예전의 나였다면 지금 당장 가자고 해도 따라나섰을 거다. 근데 지금의 나는 너무 커버렸다. 서준희가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놨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일을 택했고, 남자도 엄마의 뜻에 따라 조건을 택했다.



'예쁜 누나'는 윤진아의 성장스토리라지만, 그녀의 성장이라는 게 '서준희를 만나면서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고, 현실을 알아버렸다'라고 해석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사랑을 빠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 사랑이 진짜 사랑이었는지, 그 상대가 진짜 인연이었는지 확신이 없어진다. '예쁜 누나' 측이 보여주고 싶은 그림이다.



'예쁜 누나'가 보여준 연애 이야기는 현실 이야기임은 맞다. 서른 중반의 여자가 모든 걸 내려놓고 무작정 사랑 하나 믿고 미국을 따라가는 설정도 무리는 있다. 그래서 윤진아는 그와 헤어진 공백 동안, 새 연애를 하는 동안 서준희가 진짜 인연이라고 확신했을 터.



그런데도 열렬히 사랑한 남자를 3년 만에 보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 앞에 '친구로 지내자'는 말을 뱉었다. 서준희가 돌아온 순간에도 윤진아는 비겁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는 거짓말들이, 그녀가 대체 어떤 성장을 한 건지 물음표를 띄우게 했다.




서준희는 다 포기하고서라도 윤진아만 생각하며 움직인 남자다. 손에 쥐고 아무것도 놓지 않은 윤진아가 '내가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아느냐'며 울며 호소하는 장면은 이기적이기 짝이 없다. 보통의 남자라면 '저 여잔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을까.



윤진아는 현실이다. 하지만 서른 중반의 남자 중에 서준희 같은 남자가 현실에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윤진아가 민폐 캐릭터라고 혹평을 쏟아내도 변하지 않는 사실. 그녀는 모든 게 용서되는 '예쁜 누나'라는 것.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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