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사가 똑같은 진료를 해도 몇 명의 환자를 봤느냐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수가가 달라집니다.
환자를 많이 보면 급여를 깎는 제도, 이른바 '차등수가제'인데요.
가뜩이나 어려운 동네 의원에만 적용돼 더 큰 원성을 샀던 이 제도가 13년 만에 수술대에 오릅니다.
김기봉 기자입니다.
[기자]
병원들의 경영난 아우성에 올해 정부가 내놓은 투자활성화대책.
숙박시설과 각종 부대 회사를 차려놓고 외국 환자를 유치해 수익을 올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극소수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의원에겐 사실상 먼나라 얘기입니다.
영세한 동네 의원들은 환자를 많이 보는 것 만이 경영난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런데 지난 2001년 도입된 차등수가제가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하루 환자가 75명을 넘어서면 그 때부터는 수가가 점점 깎여 최대 50%까지 줄어드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제도는 영세한 의원급에만 적용돼 더 큰 반발을 사왔습니다.
[인터뷰:윤용선, 대한의원협회장]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부분의 수익은 환자 진찰료입니다. 병원처럼 검사라든가 이런 것이 아니죠. 그런데 그 진찰료 자체를 깎는 것이 차등수가제이거든요. 다시 말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익을 차감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차등수가제는 지난 2001년 바닥난 건보재정을 지키고, 적정 진료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5년 한시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고착화되면서 의료계의 거듭된 폐지 주장에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이 동시에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사상 최대인 12조 원의 흑자 상태이고, 적정 의료여부는 심평원에서 가려내는 만큼 당초 제도의 취지가 모두 사라졌다는 지적입니다.
복지부는 제도를 완전 폐지할 지 아니면 진료 과목별로 차등 적용할 지를 놓고 곧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인터뷰: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과장]
"이렇게 부분적으로 수정을 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차등수가제 자체를 완전히 폐지해버리고 새로운 적정 진료에 대한 다른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전환할 것인지 등을 검토할 것입니다."
차등수가제 폐지는 단순히 동네 의사의 수익을 늘린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싼 값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라는 건강보험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장치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입니다.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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