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노종면 앵커
■ 출연 : 고한석 / YTN 기획이슈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상속세가 재계 주장대로 세계 최고 수준인 건지 아니면 부의 대물림이 세계 최고 수준인지, 일단 경총이 내세운 사례들을 취재한 고한석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문제가 된 경총 보고서 어떤 겁니까?
[기자]
지난해 10월에 나온 보고서입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보고서인데요. 국제 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 현황 및 개선방안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를 해 드리면 우리나라 상속세가 너무 높고 과세 방법도 합리적이지 못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핵심 근거로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창업주 일가가 회사를 매각한 사례들을 제시합니다. 그 어떤 이론적인 분석보다 이런 사례들을 제시하는 게 설득력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었겠죠.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까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앵커]
이 보고서에 담겨있는 사례들 하나하나 다 짚어보신 거잖아요. 쓰리세븐부터 보죠. 보고서에는 뭐라고 적었습니까?
[기자]
쓰리세븐은 손톱깎기로 유명한 강소기업이죠. 경총 보고서에는 150억 원 상속세가 발생하여 유족들은 돈을 마련하지 못해 지분 전량을 중외홀딩스에 매각, 이후 적자 기업으로 전락. 딱 이렇게만 표현을 합니다.
창업주 일가가 상속세 때문에 회사에서 손을 떼니까 회사가 망가졌다, 이렇게 읽히지 않습니까.
[앵커]
딱 그 얘기인데요. 그런데 그게 거짓말오얘기예요?
[기자]
네. 2008년에 창업주인 고 김형규 회장이 별세를 하자 유족들이 지분 전략을 중외홀딩스에 매각한 것은 맞습니다. 그 이유 역시 상속세 마련을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이었고요. 그러나 지분만 중외홀딩스에 넘겼을 뿐이고 경영권은 창업주 일가가 그대로 가졌습니다.
더구나 이 창업주 일가는 1년 뒤에 돈을 모아서 다시 지분을 회복하거든요. 그래서 다시 대주주 지위에 올라갑니다. 그런데 경총은 보고서에 이 내용을 쏙 빼놓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분은 넘겼던 게 맞고요. 그런데 경영은 계속 경영권을 유지했고 나중에 지분을 다시 회복하고 이런 과정이 있었는데 그러면 적자가 생긴 것은 맞습니까?
[기자]
한때 적자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적자를 기록한 이유를 따져보면 지분 구조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쓰리세븐을 취재해 보니까 쓰리세븐 관계자는 중국에서 대량으로 복제품이 만들어졌고 또 경쟁 업체들의 기술력도 나날이 향상이 돼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그래서 경영난이 심해졌다,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힘써서 고품질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설명을 했는데요. 여전히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쓰리세븐 재무제표를 보면 모두 흑자를 기록했거든요.
그러니까 경영난을 뚫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강소기업을 창업주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매각을 해서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경총이 매도한 셈이 되는 겁니다.
[앵커]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하겠습니다. 그래도 쓰리세븐은 상속세 때문에 지분을 한때나마 판 건 사실이잖아요. 다른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창업주에게 기업은 자식과도 같을 겁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요. 그리고 기업의 영속성, 기업이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바람 또한 간절할 겁니다. 그런데도 창업주가 기업을 파는 이유 중에 하나는 더 큰 대주주, 그러니까 투자 여력이 있고 재무 구조도 탄탄한 대주주를 만나서 회사가 더 커나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앞서 리포트에서도 나왔지만 밀폐용기 제조기업 락앤락의 창업주 김준일 회장은 YTN에 직접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내용인데요.
세계적 생활문화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 자수성가형 1인기업보다 비전과 투자 여력을 가진 새로운 대주주를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을 했고 상속세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총이 상속세와 연관시키는 것에 대한 강한 불쾌감도 내비쳤고요. 또 이밖에도 화장품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라는 회사가 있거든요. 이 회사도 취재를 해보니까 창업주인 서영필 전 회장은 아직 50대 중반밖에 안 돼서 생각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고요.
그리고 평소에 회사 사람들에게 2세 승계는 없다 이렇게 공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에이블씨엔씨의 관계자는 경총이 끼워맞추기를 한 거다라고 하면서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습니다.
[앵커]
다른 사례들도 다 비슷한 것 같고요. 경총 주장에 혹시 부합하는 사례는 없었습니까?
[기자]
일부 있습니다. 한때 콘돔 판매 세계 1위를 기록했던 유니더스와 종자 개발 기업 농우바이오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니더스 관계자는 원자재인 라텍스 가격 인상과 중국 수출 감소 같은 경영난이 없었다면 창업주 일가는 상속세를 낼 여력이 있었고 또 계속 경영을 했을 거라고 말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거네요?
[기자]
그런 거죠. 창업주 일가가 회사를 팔았지만 물론 큰 이유는 상속세 때문이지만 무조건 상속세 하나로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는 거죠. 또 농우바이오 사례도 있는데요. 120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가 발생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농협경제지주가 인수를 했거든요. 창업주 입장에서는 아쉬울 테지만 비교적 탄탄한 대주주를 만나서 회사 경영이 안정되고 또 우리 농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측면이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상속세 때문에 물론 지분을 팔아야 되면 속상할 수도 있고 그걸 대부분의 기업가들이 원치 않지만 상속세로 인해서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회사에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기자]
그렇죠.
[앵커]
그런 사례들을 다 끌어모아서 경총이 보고서에다가 이른바 눈물의 상속 포기 사례로 늘어놨다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앵커]
이런 경총의 보고서가 나왔으면 인용했을 법도 해요, 언론에서. 그냥 받아 썼던가요?
[기자]
그렇죠. 사실 경총도 기존 경제지 중심으로 나온 언론 기사를 보고 아무런 확인 없이 그대로 보고서에 실은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 10월에 경총이 언론 기사를 받아서 이 보고서를 내니까 중앙일간지나 종합편성 채널 같은 언론들이 경총의 공신력 있는, 경총이라는 기관이 발표한 자료라면서 그대로 눈물의 경영권 매각 사례로 인용해서 보도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러면 이게 서클이네요. 일부 매체에서, 특히 경제 매체에서 그런 사례들을 보도하고 그걸 모아서 경총이 보고서를 만들고 그럼 또 더 많은 언론사가 공신력이 있는 보고서가 나왔다 해서 그걸 또 인용 보도하고.
[기자]
그렇죠. 사실상의 가짜뉴스가 경총의 인증을 받아서 다시 확대 재생산되는 그런 구조가 되는 거죠.
[앵커]
본질적인 얘기 한 가지 더 여쭤보죠. 세금은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돼요. 기업에는 특히 더 그럴 것이고. 그런데 재계에서는 우리나라 상속세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계 최고라는 주장도 하고요. 어떻습니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기자]
우리나라 명목 최고 세율은,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이 제일 많고 그다음이 우리입니다. 명목세율로 따지면 선진국 가운데 2위, 꽤 높다고 볼 수가 있죠. 그런데 세제에는 각종 공제혜택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적용하면 실제 실효세율은 17%대로 내려가고 상속세를 내는 사람의 비율도 상속세 납부 대상자의 3%에 불과합니다. 가장 좋은 건 이 실효세율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는 것일 텐데 각국의 세제가 워낙에 복잡해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고요.
그리고 이런 분석을 한 자료도 아직까지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명목세율, 그것도 최고 명곡세율을 가지고 세계 최고라고 하는 주장 자체는 굉장히 무리하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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