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거 두 차례 합헌 결정이 내려졌던 사형 제도에 대해 이번엔 천주교계에서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22년째 선고는 내려지지만 집행되지 않은 사형제도에 대해 이번에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는데요.
관련 내용 사회부 법조팀 취재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조성호 기자!
천주교주교회의가 어제 헌법소원을 냈더라고요.
[기자]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있는데요.
여기서 어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사형제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따져봐 달라면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는데요.
법의 이름으로 집행된다고 해도 인간의 생명을 함부로 앗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배기현 주교가 호소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배기현 주교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 그것(사형)이 법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것일지라도 인간의 생명만큼은 함부로 다룰 수 없기에,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폐지할 것을 엄숙히 청원합니다.]
[앵커]
헌법소원 대상이 된 법률 조항이 어떤 거죠?
[기자]
우리 형법에 형벌의 종류를 나열한 조항이 있습니다.
바로 형법 41조인데요.
1항에 사형, 2항에 징역, 3항에 금고, 이런 식으로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처벌 종류가 규정돼 있습니다.
생명에 대해 가하는 형벌, 그래서 생명형이라 부르는 사형제도가 명시된 거죠.
이번에 헌법소원을 통해 다시 헌재 판단을 받게 된 핵심 조항이 형법 41조 1항입니다.
또, 살인과 존속살해 범죄에 대한 처벌 종류로 사형을 명시한 형법 250조도 있습니다.
[앵커]
어떤 과정을 거쳐서 헌법소원을 내게 된 건가요?
[기자]
청구인은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입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피고인은 지난해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조항에 대해서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형은 가장 강력한 범죄 억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는데요.
그러자 천주교계와 대리인단을 통해 직접 헌법소원을 내게 됐습니다.
[앵커]
앞서 두 차례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났다고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번에 세 번째 판단을 내리게 되는 거죠?
[기자]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재판 청구는 여러 번 있었는데요.
헌재가 결론을 내린 게 두 번인데, 모두 합헌, 다시 말해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번에 결론이 나오면 세 번째 판단이 됩니다.
1989년과 1990년에 사형수들이 헌법소원을 냈는데 당시에는 위헌 여부를 따지지 않고 각하했습니다.
첫 판단은 1996년에 나왔는데요.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합헌 의견을 냈습니다.
사형이 다른 생명이나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가장 최근은 9년 전인 2010년입니다.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던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었는데요.
이때도 헌재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앵커]
헌법재판관들 판단이 7대 2에서 5대 4로 바뀌었는데 시대 흐름에 따라 사형제가 위헌이란 의견이 늘어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어떤 결론이 나올까요?
[기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하고 있는 사형수는 모두 61명입니다.
사형이 마지막으로 집행된 게 1997년이고요.
이후로는 22년째 단 한 번도 집행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사형 폐지 의견을 내기도 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사형제도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대리인단도 이번에는 다른 결론이 나올 거란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김형태 변호사 발언 들어보시죠.
[김형태 / 변호사(헌법소원 사건 대리인) : (2010년에는) 다섯 분이 헌법재판에서 사형제도를 찬성했지만, 그중에 두 분은 국회에서 빨리 논의하라고 촉구했기 때문에….]
2010년에도 사실상 위헌 의견이 많았다는 해석 여지를 언급한 겁니다.
가장 강력한 흉악범죄 억제 수단인지, 아니면 생명을 함부로 앗아가는 반인권 형벌인지, 끝나지 않을 논쟁으로 보이는데요.
9년 만에 다시 판단을 내려야 하는 헌재가 어떤 결론에 이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헌재에서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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