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규모 버스 파업이 예고되면서 책임 논란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 52시간 제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관료들이 말을 안 들어서 이 지경까지 왔다" 노조와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죠.
사실은 어떤지 YTN 팩트 검증 프로젝트, 팩트와이에서 따져봤습니다.
홍성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 버스 파업, 주 52시간과 무관?
전국 자동차 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공동투쟁, 즉 쟁의 조정 신청을 한 버스노조는 229곳입니다.
이 가운데 76.9%는 지자체가 수익을 배분하는 준공영제로 사실상 주 52시간 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역시 대부분 1일 2교대나 격일제여서 근무 시간은 평균 주 52시간 안팎입니다.
정부가 버스 파업의 원인을 주 52시간 때문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근거입니다.
[김현미 / 국토교통부 장관 : (쟁의 조정 신청 버스 노조는) 주 52시간 제 시행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주말 근무 끼면 주 52시간 넘을 때가 많고, 초과 근무 수당은 아예 못 받게 돼 실질적인 임금 감소가 따른다는 겁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 한 5, 60만 원(줄었어요.) 주 52시간 근무하면서 그러면서 적어진 거예요. 그거 아니면 세금 떼고도 270에서 280만 원 되거든요.]
복지 향상, 정년 연장 등 쟁점이 많아서 덮어 놓고 주 52시간 때문이라는 것은 무리지만, 아예 무관하다는 정부 주장 역시, 편의적인 해석일 수밖에 없습니다.
■ 관료들의 '이상한 짓' 때문?
[이인영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단적으로 김현미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
[김수현 / 청와대 정책실장 :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
청와대와 여당이 버스 파업을 관료 탓이라고 한 이유는 뭘까?
단서는 지난해 12월에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버스 노조, 사업자 대표는 주 52시간 정착을 위해 노력하자며 손을 잡았습니다.
당시 합의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버스 요금 인상과 국고 지원.
그러나 요금 인상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머뭇거리면서, 국고 지원은 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서 합의문은 종잇장으로 전락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 교통회계에 버스 계정을 만들어서 별도의 지원을 해달라는 건 기재부가 아주 완강히 반대하니까.]
청와대와 여당이 조정 역할에 실패한 국토부와 기재부의 보수적인 행정을 버스 파업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 요금 인상 불가피?
마을버스까지 포함하면 전국 노선버스는 5만여 대.
버스 기사만 9만 명, 매출은 연간 9조 원에 이릅니다.
국가 경제와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분야지만, 적자는 갈수록 불어나 2천5백억 원이 넘습니다.
적자는 결국 세금으로 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시기와 폭의 문제일 뿐 버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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