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림동 원룸 사건'을 시작으로 혼자사는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일부 배달원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일방적인 연락을 하기도 하고, 택배 기사를 사칭해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건도 발생했다.
심지어 지난 7월 23일 유튜브에는 '신림동,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상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돼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 영상은 택배 대리 수령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노이즈마케팅으로 제작된 영상으로 확인됐다. 혼자 사는 여성들의 불안감을 악용한 공포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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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여성을 노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각종 SNS에는 곽두팔, 육만춘, 김교살 등 억양이 센 이름을 담긴 '세 보이는 이름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했다. 택배 주문 시 혹시 모를 범죄에 노출될까 두려워 센 이름을 지닌 남성이 살거나 이런 이름을 가진 남성과 함께 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함이다. 그만큼 혼자 사는 많은 여성이 주거침입 등 각종 범죄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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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사실 기자 또한 여성이자 혼자 사는 1인 가구로 너무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센 이름까지 써보진 않았지만, 택배를 찾으러 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되도록 직접 받지 않고 경비실에 택배를 맡기는 편이다. 주변 여성 1인 가구에 물어본 결과, 경비실 또는 무인택배함이 없는 원룸이나 빌라에 사는 경우 근처 편의점에 택배를 맡겼고 그 또한 여의치 않을 경우 분실의 위험이 있지만 집 앞에 두고가 달라고 말한다고 했다. 심지어 심한 경우 집에 있으면서도 경비실에 맡겨 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불안감과 여성을 노린 범죄를 완전히 막을 순 없겠지만 예방을 위해 운영 중인 '여성안심택배' 서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여성안심택배는 서울시가 2013년 7월 전국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로 택배 기사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거주지 인근 지역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을 통해 택배 물품을 수령하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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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안심택배' 이용해 물건 주문하는 방법
① 택배 주문 시 인근 여성안심택배 보관함을 물품 수령 장소로 지정
→ 서울특별시 홈페이지에서 총 232개소(2019년 9월 2일 기준) 택배함 확인 가능
→ YES24, 현대H몰, 11번가 등 9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주문서 작성 페이지에서 인근 여성안심택배함을 검색해 주소 선택 가능
② 물품 배송 완료 시 택배함명과 보관함 번호, 물품찾기를 위한 비밀번호가 담긴 문자 도착
③ 택배 찾을 시 휴대폰 번호와 인증번호 입력 후 물품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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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가장 먼저 서울특별시 홈페이지에서 인근 여성안심택배함 주소를 찾아 주문 내역에 넣었다. 기존 집 주소 대신 택배함 주소만 찾아 넣으면 됐다. YES24, 현대H몰, 11번가 등 9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필요 없이, 시와 구를 선택해 검색하면 인근 여성안심택배함 주소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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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택배함 주소로 물건을 주문하고 바로 다음 날 오전 '48시간 이내에 물품을 수령하시기 바란다'라는 내용과 함께 택배함 번호, 도착 시간, 비밀번호, 택배 기사님 연락처, 유의사항 등이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퇴근 후 기자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여성안심택배함으로 찾아갔다. 사실 집을 지나쳐서 가야 하는 위치라 조금 번거롭다고 느껴지긴 했으나, 이름처럼 안심, 예방, 안전 차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정말 좋은 서비스였다.
여성안심택배함은 공영주차장 안에 있었는데, 이곳을 지나면서도 유심히 보지 못해서인지 단 한 번도 이곳에 택배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공용 주차장이라 인적은 드물었으나 다행히 주차장 안쪽이 아닌 바로 입구에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게 물품을 찾을 수 있는 위치였다.
■ '여성안심택배함'에서 물건 찾는 방법
① '택배 찾기'를 선택
② 거주자 주민을 선택
③ 물건 주문할 때 입력한 본인 휴대전화 번호 입력
④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택배함 비밀번호 입력
⑤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택배함 번호 일치 확인 후 물품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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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물품을 찾는 것 또한 주문 방법만큼 간단했다. 여성안심택배함 화면에서 '택배 찾기'를 선택하고 '거주자 주민'을 선택한 다음 물건을 주문할 때 입력한 휴대전화 번호를 넣으면 택배함 비밀번호 입력창이 나온다.
앞서 택배함 업체로부터 전송받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이 전송받은 택배함 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한 후 택배함을 클릭하면 보관함이 열리고 택배 수령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아직은 한 택배회사에서만 서비스하고 있지만, 택배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택배를 보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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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무 간단하고 편리해서 '왜 지금까지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 몰랐을까?',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회사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도 여성안심택배 서비스에 대해 "처음 들어본다", "그런 게 있어?"라는 반응을 보였고, 생각보다 방법이 간단해 급한 택배가 아니라면 이용해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무상으로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여성안심택배함인 만큼 유의사항이 있다. 가장 먼저 택배는 48시간 이내에 찾아가야 하며 부득이하게 늦게 찾아가게 될 경우 연체 1일마다 1,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안심택배함이기 때문에 빨리 택배함을 비워줘야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24시간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안심택배함은 평일 오후 9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하거나, 리모델링의 이유로 운영이 중지된 택배함도 있으니 서울특별시 홈페이지에서 정확한 수령 가능 시간과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더불어 음식물은 택배함 보관이 불가하며 현장 점검 시 폐기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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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안심택배함은 2013년 50개소(2만 8천 명 이용)에서 점차 늘어 2019년 초 215개소(5월까지 20만 9천 명)로 설치 개소와 이용자가 매년 증가했다. 서울시 측에 따르면 6년간 무려 201만 2천 명(누적)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서 시작한 여성안심택배 서비스는 대구시, 제주도청, 부산시, 광주시, 수원시, 성남시 등에서도 벤치마킹해 운영 중이며 전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여성안심택배 관련 기사에는 택배함 명칭을 두고 '여자만 벼슬이냐', '남녀 차별이냐’ 등의 일부 댓글이 이어졌다. 기자 또한 여성안심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따로 성별 체크를 한 적이 없기에 명칭처럼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 아니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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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제 '여성안심택배'라는 명칭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온다"라며 "여성안심택배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 가정에서 여성 혼자 택배를 받다가 보면 택배 기사를 사칭한 범죄가 발생하다 보니까 그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이 됐기 때문에 여성안심택배라는 명칭이 생기게 된 거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름이 그렇다고 해서 남성을 제한하는 건 아니다. 남성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범죄 예방이 도입 배경이기 때문에 명칭만 그럴 뿐, 모두가 이용 가능한 서비스라는 거다.
실제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주거침입 성범죄 1,310건 중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는 99.8%로였으며, 지난 7월 1일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통해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조사한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에서도 여성은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 비율이 57%로 남성들(44.5%)에 비해 높았다.
이 같은 통계가 보여주듯 일상생활에서 조차 범죄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여성들이 많은 지금. 여성안심택배 서비스 명칭에 대한 논쟁이 아닌 좋은 서비스를 공유하고 남녀 상관없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더불어 전국의 많은 '곽두팔'(예명)들이 여성안심택배를 통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길 바라본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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