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가 의전 서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출신이 그 아래인 국무총리가 되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인데요.
그렇다면, 국가 의전 서열은 실제로 있는 걸까요?
팩트와이에서 따져봤습니다.
고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뒤, 자유한국당은 국가 의전 서열을 거론하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심재철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국가서열 5위 총리를 하다 2위인 국회의장이 된 분은 있어도, 국회의장을 하다 총리로 가서 스스로 격을 떨어뜨린 분은 없었습니다.]
의전 서열 논란은 청문회까지 이어져 주요 쟁점이 됐습니다.
▲ 명문화된 국가 의전 서열이 있다?
대통령 1위. 국회의장 2위.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공동 3위.
그 아래로 국무총리, 여야 대표와 장관 등의 순위가 매겨집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가 의전 서열'입니다.
대다수 언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런 순서가 공식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국내법과 시행령 어디에도 명문화된 의전 서열은 없습니다.
물론 정부 행사 등 불가피하게 의전 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정부 차원의 지침은 있습니다.
외교부 의전실무편람입니다.
여야 대표 등이 빠져 인터넷에 나온 순위와는 차이가 있지만, 대통령과 삼부요인 순으로 의전 순위를 매깁니다.
하지만 선례와 관행을 고려한 순서이지, 공인된 서열은 아닙니다.
[외교부 관계자 : 이것을 기준으로 하는 건 아니죠. 법도 아니고. 실제 적용하는 것은 조절해서 적용한다고 돼 있거든요.]
[행정안전부 관계자 : 의전서열이 1, 2, 3, 4 정해진 것은 없어요. 서로 분리된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울러서 서열이 있는 것처럼 표시하고 있더라고요. 인터넷에서….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가운데 의전상 어디를 더 높게 친다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대통령 권한대행, 의전서열과 무관?
테러로 사망한 대통령을 대신하는 환경부 장관.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 정부조직법 26조1항에 의거 장관께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든 권한과 직무를 위임받게 되셨습니다.]
드라마처럼 실제에도 대통령 권한 계승 순서는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을 때, 헌법 71조에 따라 국무위원들이 그 권한을 대신하게 됩니다.
계승 순서 역시 정부조직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행정부 내 대통령 권한대행을 규정한 것으로, 사법부와 입법부를 아우르는 의전 서열이 아닙니다.
▲ 국가 행사 의전 기준은?
2014년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정부 의전 편람.
주요 국가 행사에서 좌석 배치 등을 정해놨습니다.
행사 성격에 따라 적용되는 지침이지 정해진 의전 서열로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3·1절에는 대통령 양옆에 광복회장 등의 유공자가, 광복절에는 국회의장과 광복회장이 앉습니다.
의전의 우선순위가 반드시 기관장의 서열에서 비롯되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YTN 고한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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