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PLUS가 기획한 '반나절' 시리즈는 우리 삶을 둘러싼 공간에서 반나절을 머물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획 기사입니다. 이번 '반나절'에서는 코로나19 우려 속에서 진행되는 결혼식장 풍경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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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히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계속되면서 결혼식을 진행하는 신랑·신부와 혼주, 사회자, 주례까지도 이런 인사를 잊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오래전부터 계획한 결혼식을 진행하는 신혼부부들의 애타는 마음이 드러나는 듯했다.
본격 여름이 시작되기 전 성수기인 6월 주말 서울 강남구, 송파구 일대 결혼식장에서는 예년과 다름없이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하객과 예식장 관계자들은 대체로 방역 수칙을 잘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완전한 거리두기가 어려운 지점도 있었다.
열 감지기·손 소독제·마스크는 필수...출입명부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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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결혼식장 5곳 모두 마스크 착용이 먼저 강조됐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예식장 직원은 물론, 직계 가족들도 한복 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식장 안과 로비에 200여 명 이상이 머물기 때문에 하객들도 사진 촬영을 제외하면 예식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는 편이었다.
대부분 주말 결혼식장이 그렇듯 식장에는 자리가 모자랄 만큼 사람이 붐볐다. 식장 안 테이블과 좌석 간격을 최대한 띄워 놓았다고 해도 참석 인원이 많아서 사실상 거리두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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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본 모든 예식장에 열 감지기가 설치되고 출입구와 피로연장 입구 등에 손 소독제가 마련돼 있었다.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지켜지고 있었지만 줄을 서서 차례대로 열 측정을 하고 입장하는 곳은 다섯 곳 중 한 곳이었다. 열 감지기를 식장 한 쪽이나 축의금함 옆에 두고 따로 관리하는 직원이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대신 방문객들은 별도의 출입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록했다.
피로연장 테이블 거리두기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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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여성가족부
하객들이 많이 모이는 탓에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결혼식 등 가족 행사 주관을 위한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 수칙을 마련했다.
이 수칙에 따르면 행사 관리자는 연회장 탁자 사이 간격을 가급적 2m(최소 1m) 이상 두거나 고정형 탁자 일부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의자는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거나 지그재그로 배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하객들이 식사하는 피로연장에서는 이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테이블 사이 간격이 1m 정도 떨어지긴 했어도 지인들끼리 모여 밥을 먹다 보면 지그재그 혹은 한 줄로 앉는 경우는 잘 없었다. 특히 예식과 식사가 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동시 예식의 경우 거리 두고 식사하는 것이 더 어렵다.
여가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난 5월 주말 결혼 예식장 64개를 합동 조사한 결과, 탁자 간격을 2m 이상 유지한 곳은 21곳, 식사 시간 지그재그 착석을 지킨 곳은 8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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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피로연장에서 만난 한 하객은 "꼭 축하해주고 싶은 자리여서 왔지만 뷔페는 음식을 공유하는 느낌이라 이용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식사할 땐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뷔페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잊는 이들도 있었다. 피로연장 관계자들은 음식을 뜨는 하객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라고 지속적으로 안내했다.
이렇게 식사 시간 거리두기가 어렵고,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특성상 식사 대신 답례품을 제공하는 주최 측도 있었다. 이 역시 여가부가 제시한 가족 행사 시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에 포함된 내용이다.
실제 안내 데스크에 식권을 내고 답례품을 받아 돌아가는 한 하객은 "피로연장에 사람이 많아서 밥 먹기가 어려워 그냥 답례품으로 대체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위약금 때문에'...취소·연기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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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이런 불편에도 신혼 부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어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예식장 계약 취소와 연장에만 수백만 원 위약금을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온라인에는 "웨딩홀에서는 날짜 연기만 하는데도 위약금 320만 원을 불렀다", "단순 변심도 아니고 상황 때문에 위약금을 내야 하는 게 속상하다"와 같은 예비부부들의 한탄이 잇따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2월 23일 정부가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함에 따라 예식 서비스 관련 소비자 불만도 확산했다.
지난 2월 24일 하루에만 상담이 384건 발생했고, 2월 한 달 소비자원에 접수된 예식장 관련 소비자 불만 유형 994건 중 73.5%가 계약 취소 거부 및 지연에 대한 문제였다.
이런 문제로 한국예식업중앙회는 올해 3~4월 예정됐던 예식 연기를 희망하는 경우 이행 확인서를 작성하면 위약금 없이 일정 기간 연기할 수 있도록 회원사에 공지했다.
중앙회는 또 보증 인원을 조정하거나 위약금 감경을 권고하기는 했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예식장마다 위약금 및 환불 규정이 모두 다르다. 웨딩홀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꿈꾸던 해외 신혼여행 계획을 접는 것은 물론이고, 가장 축하받아야 할 날을 걱정과 우려 속에 준비해야 하는 신혼부부들의 아쉬움이 느껴지는 반나절이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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