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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韓 외교관 성추행...국제 망신? 외교 결례?

취재N팩트 2020.07.30 오후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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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가 정상 통화에까지 언급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국제 망신이라는 평가와, 사전 조율 없이 불쑥 성추행 이야기를 꺼낸 뉴질랜드의 외교적 결례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장아영 기자!

먼저, 사건이 일어났던 2017년으로 돌아가 보죠.

뉴질랜드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요.

[기자]
네,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A 외교관이 현지 직원인 뉴질랜드 국적 남성을 세 차례 성추행했다는 의혹입니다.

사무실과 대사관 엘리베이터 등에서 A 외교관이 피해 직원의 엉덩이 등을 움켜쥐거나 만졌고, 상사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지만 일을 계속하게 해, 세 번째 성추행이 벌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성추행이 일어나고 한 달 뒤, 피해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A 외교관은 임기가 끝나 뉴질랜드를 떠났습니다.

2018년, 외교부는 자체 감사를 통해 A 외교관에 대해 1개월 감봉 징계를 내렸습니다.

그 후 A 외교관은 아시아 지역의 다른 공관으로 이동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인 2019년 뉴질랜드 경찰 조사가 시작됐고 올해 2월, A 외교관에 대한 뉴질랜드 수사당국의 체포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앵커]
시기별로 정리를 해봤는데, 이 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 건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뉴질랜드 현지 언론을 통해서라고요?

[기자]
네, 지난 4월 뉴질랜드 언론이 기사화하면서 국내에도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A 외교관은 당시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동성애자도, 변태도 아닌데 어떻게 자신보다 건장한 백인 남성을 성추행 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습니다.

이후 국내 언론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뉴질랜드 언론은 이 사건을 계속 다뤄왔는데요.

특히 지난주에 뉴스허브라는 뉴질랜드 방송사의 탐사보도에서 한국 정부가 성추행 외교관을 비호하고 있다는 집중 보도를 하면서 뉴질랜드 내에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A 외교관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공개하면서, 성추행은 최대 7년까지 징역을 받을 수 있는 범죄인데 한국 정부가 면책 특권을 내세워서 인도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자국 외교부의 미온적인 대처도 함께 비판했는데요.

저신다 아던 총리는 이에 대해, 우리의 정의가 구현되도록 한국 정부에 계속 촉구할 거라고 말하면서도, 인도 요청은 경찰의 소관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앵커]
저신다 아던 총리가 정상 통화에까지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뉴질랜드의 여론이 나빴기 때문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 말미에 아던 총리가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던 총리는 자국에서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살펴봐 달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외교관 인도 요청까지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뉴질랜드 간에는 1년 이상 징역, 금고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 신병을 요청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 경찰은 범죄 사실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직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물밑 조율 없이 불쑥 정상 간 통화에 성추행 이슈를 언급한 것이 외교 결례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뉴질랜드 언론은 한국이 면책특권을 들어 A 외교관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특권 면제는 외교관에 대해 전 세계에서 적용되는 게 아니고, 근무하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A 외교관은 뉴질랜드를 떠났기 때문에 면제 대상이 아닙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뉴질랜드 수사기관 출두는 본인 의사로 해야할 사안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 남아있을 CCTV나 공관 직원들을 조사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이 있더라도 서면 인터뷰에 응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등,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뉴질랜드 언론의 보도가 너무 과한 측면도 있지만 애초에 외교부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기자]
애초 정부의 대응이 빌미를 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A 외교관이 성추행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왜 자체 감사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았는지, 성추행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왜 징계를 내린 것인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자체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정확한 해명을 했더라면 이렇게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기자]
외교부 자체 조사로 이미 징계를 내린 상황이어서 추가 증거나 의혹이 나오지 않는 한 결과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 인권 국가인 우리나라가 A 외교관의 뉴질랜드행을 강권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뉴질랜드 당국도 A 외교관이 자발적으로 뉴질랜드로 들어오지 않는 한, 수사 진전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에 성추행 피해 진정을 했는데, 이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됩니다.

[앵커]
지금까지 외교부에 출입하는 장아영 기자[jay24@ytn.co.kr]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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