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25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관련해 "지금의 재난지원금은 구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분들은 재난지원금이 구제가 아니라 경기 부양이라는 입장이지만 현금을 지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조건이 필요하다"라며 "국민들이 지원금을 쉽게 나가서 쓰고, 그것이 또 다른 소비를 낳는 연결 고리가 활발히 작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는 개인 간의 반복된 상호작용의 고리가 단절돼 있다"라며 "개인에게 현금을 뿌려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은 난망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윤 의원은 사회적 격차를 언급하며 "생계나 실업에 대한 근심 없이 '우리 회사는 이번 주 재택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상대적으로 평안한 위치에 있는지 이미 감지하고 있다"라며 "물론 모든 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고단하고, 아이들 돌보느라고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만 생계와 일자리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과 똑같이 생계지원금을 필요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이들이 이 국난을 치명적인 타격 없이 이겨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보편복지"라며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이들이 한우나 안경구매 등을 포기하고 이웃의 생계지원을 지지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얼마나 공동체로서 서로 연대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윤 의원과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은 가계경제의 어려움을 보전해 주는 복지 성격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재난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민경제를 되살리는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은 윤 의원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코로나사태 악화로 경제의 빨간불이 이젠 비상등처럼 번쩍거립니다.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던 상황이 어디까지 낙하할지 걱정입니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방향은 신속히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 재난지원금에 대해 정치인들의 입장이 나뉜 것은 일면 건강하지만 이것이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공허하고 고집스런 논쟁이 돼서는 안됩니다.
현재의 주장들은 두가지 축으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는 보편이냐 선별이냐는 기존 정치 지형에 이 문제를 끼어맞추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선거공학적 표계산이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논쟁해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본인들의 표계산 결과가 그렇다는데, 본인들의 그릇이 그것밖에 안된다는데 누가 머라고 하겠습니까. 기껏해야 “지금 당신들 표계산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라의 운명이, 어려운 사람의 생계가 풍전등화다”는 훈계가 다지요.
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두 번째 축입니다. 재난지원금의 성격이 구제냐 경기부양이냐입니다.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분들은 재난지원금이 구제가 아니라 경기부양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현금을 지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국민들이 지원금을 쉽게 나가서 쓰고, 그것이 또 다른 소비를 낳는 연결 고리가 활발히 작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교과서에 나오는 재정승수라는 개념입니다.
지금과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는 개인 간의 반복된 상호작용의 고리가 단절돼 있습니다. 개인에게 현금을 뿌려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은 난망이라는 것이지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재난지원금 재정승수가 불과 10%정도에 머물 수도 있다고 추정됩니다. 정부가 돈을 풀면 그 중 10% 정도만 시장에서 돌고 나머지는 원래의 지출을 대체하는 데 사용될 뿐 아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한 시점에 경기부양을 목표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경기부양은 국민들에게 ‘이제 나가서 활발히 활동하시고 필요한 것도 많이 사시면 좋겠습니다’라고 권장할 수 있을 때 시도하는 것입니다. 국제기구들 역시 한 목소리로 코로나 국면의 지원금은 생계보장이어야 하며, 의료적 위기가 가닥이 잡혀야 경기부양 목적의 지출이 의미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지금의 재난지원금은 구제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겨우 손님들이 나오기 시작하던 상가와 시장이 이제 다시 얼어붙게 되고, 많은 이들의 생계를 어렵게 할 것입니다. 게다가 사회적 격차 또한 코로나 국면에서 분명해졌습니다. 생계나 실업에 대한 근심 없이 ‘우리 회사는 이번 주 재택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상대적으로 평안한 위치에 있는지 이미 감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고단하고, 아이들 돌보느라고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만, 생계와 일자리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과 똑같이 생계지원금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재난지원금 이슈는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보편복지가 무엇인지, 사회적 연대가 무엇인지를 상기시킵니다. 모든 이들이 이 국난을 치명적인 타격 없이 이겨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보편복지입니다 (이것이 바로 적극적 보편복지 원칙-positive universal welfare-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이들이 한우나 안경구매 등을 포기하고 이웃의 생계지원을 지지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얼마나 공동체로서 서로 연대하는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부디 정치인들이 우리 안의 좋은 점을, 바르고 따뜻한 면을 끌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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