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달기사가 아파트 단지에서 배달대행업체 지점장에게 멱살을 잡히고 뺨까지 맞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소에도 심한 폭언과 갑질에 시달리는 게 일상이었다는데, 심지어 피해를 본 배달기사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제보는Y] 엄윤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배달대행 업체 지점에 소속돼 1년 반가량 배달일을 한 김진석 씨(가명).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 강도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지점장의 폭언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하 발언에 욕하기 일쑤.
"X 까라고 XXXX.
눈 한 번 더 부릅떠봐 이 XXXX."
어느 날은 멱살을 잡히고 뺨까지 맞았습니다.
"너, 뒤질래? 너 나한테 뒤질래? 따라와.
(아, 싫어요. 그냥 말씀하세요, 그냥.) 따라와, 일로와. 맞짱 뜨자 일로 와."
배달이 지연된 사실을 빨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폭행 장소는 배달하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오가는 곳이었습니다.
"네가 XX 나한테 서운할 게 뭐가 있냐. 네가 평소에 태도를 어떻게 했어. 이 XXXX.
너 형이 X같이 보이냐? 어? X같이 보여? (너 같은 XX 10명이나 100명 모아놓고 XX 때려도 합의금 줄 돈 많다) 어, 줄 돈 많아. 왜? 팰까?"
참다못한 김 씨는 폭행 피해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지점장은 일자리 운운하며 합의서 제출을 압박했습니다.
[김진석(가명) / 피해 배달기사 : 갑자기 합의서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폭행을 당했는데 합의금을 받아본 적도 없고 오히려 합의금보다 사과를 받고 싶은 건데 합의서를 쓰라고 하니까 관리자가 딱 한마디 하더라고요. 여기서 일하고 싶으면 적어.]
이후로도 두 달 넘게 폭언에 시달리던 김 씨는 지난달 말 결국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지점장은 배달 오토바이 수리비 100만 원을 물어내라며 보증금과 한 달 치 수당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김진석(가명) / 피해 배달기사 : 갑자기 문자로 지금 당장 백만 원 보내라. (수리 센터에서) 백만 원까지 안 나온다. 많아 봤자 50~70사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갑자기 백만 원이라고 얘기하니까.]
김 씨만 피해 본 게 아니었습니다.
1년 반 동안 지점장의 폭언에 그만둔 배달기사만 10명가량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점장은 YTN과 통화에서 자신은 때린 적도, 욕한 사실도 없으며 폭행 사건은 이미 합의가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배달대행업체 본사 측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본사에서 수수료를 받고 브랜드 사용권과 배달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지점은 개인 사업장이기 때문에 본사의 관리 감독 책임과 권한은 없다는 겁니다.
[배달대행업체 본사 관계자 : 관리 감독을 하면 안 되는 입장이라서요. 저희가 별도 사업자거든요. 같은 회사가 아닙니다. ○○○○ 지점이라고 브랜드명을 빌려주고 저희 플랫폼 업체라서 프로그램을 대여해주는 거고요.]
라이더유니온은 업무를 할당해주는 대행업체가 그동안 배달기사들에게 갑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그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교현 /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 : 콜을 가지고 배달 노동자를 통제, 관리하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요. 이를테면 콜을 1초 정도 늦게 띄워준다든지, 콜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든지.]
그러면서 본사가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지점의 갑질을 막을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YTN 엄윤주[eomyj10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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