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백년가약을 맺고 바로 아이를 갖게 되어 무척 기뻤던 김 씨 부부.
출산 후 조리를 위해 산부인과를 함께 운영하는 파주의 한 산후조리원을 선택했습니다.
병원과 함께 있어 안심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맘 카페나 이런 데 확인해보고, 그래도 나쁘지 않다. 괜찮다."
단란한 가족을 그린 꿈이 산산 조각난 건 지난 7월 31일이었습니다.
기저 질환 없이 건강했던 김 씨 아내가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들어간 지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난 겁니다.
[김 모 씨 / '故 방 모 씨' 남편 : 옆에서 팔을 잡고 있는데 쇼크가 왔던 거 같고, 아예 의식을 잃었고요. 의식을 잃으면서 그때 숨을 안 쉬었고요. 심정지가 아예 왔었고. (조리원 안에서요?) 네.]
숨지기 사흘 전부터 갑작스레 가슴 통증을 느낀 산모 방 씨는 조리원과 연계된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문제없다는 진단만 나왔습니다.
의사에게 4차례나 통증을 호소했지만, 타이레놀만 처방해줬다며 괴로워하는 메시지를 숨지기 전날 지인에게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튿날 새벽 2시쯤 방 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남편에게 전화했는데, 이게 부부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큰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응급차가 이곳 산후조리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산모 방 씨는 쇼크로 인해 심장이 정지된 상태였습니다.
심폐소생술에도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대동맥벽이 찢어져 혈관이 파열되는 '대동맥 박리'.
하루 이상 방치할 경우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는 질환입니다.
[박호균 / 의사 출신 변호사 : 내과 치료, 수술적 치료를 받도록 해서 적어도 심각한 결과는 막았어야 하는데, 산모를 진료한 의료진에게 '대동맥 박리'에 대한 검사 진단, 치료 이런 부분에 소홀함이 있지 않았을까….]
황망하게 아내를 잃고 만 김 씨는 병원 측 대처에 더욱 말문이 막혔습니다.
제대로 사과하기는커녕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며 선을 그은 겁니다.
그러나 김 씨는 산모가 통증을 호소할 때 추가 검사를 하거나 흉부외과 등 다른 과로 보내 진료받게 했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김 모 씨 / '故 방 모 씨' 남편 : 3번, 4번 같은 부위를 아프다고 하는데, 병원에서 사람 살리는 의사라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자기가 모른다고 하면, 큰 병원으로만 보냈어도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텐데.]
모자보건법에 따라 산후조리원은 산모가 숨지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이 조리원에선 한 달 반이 넘도록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산후조리원과 산부인과를 함께 운영하는 병원 측은 취재진에게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병원 측 관계자 : 말하다 보면 실수라는 게 있잖아요. 너무 갑자기 오셔서 (병원장님이) 너무 당황스럽다고, 힘드실 거 같다고만 전해 달래요.]
숨진 산모의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민형사 소송을 벌이겠다는 입장입니다.
[방규열 / '故 방 모 씨' 아버지 : 5년 전에 작은딸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어요. 큰딸이 이런 사고로 갑작스럽게 가니까 제가 평상시에 느낀 게 모든 일은 모두에게 일어난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이라도 조리원 측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랍니다.]
YTN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 : 정태우
그래픽 : 이은선
자막뉴스 :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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