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몇 년간 새해가 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유행처럼 해왔던 행사, 바로 풍선 날리기인데요.
보기엔 예쁘지만, 환경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이 컸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행사를 계획했다가도 취소한 곳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시민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김근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새해를 며칠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중랑구청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입니다.
구민들의 우려에 공감해 해맞이 행사에서 소망풍선 날리기를 뺐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몇 년간 마치 유행처럼 새해맞이 때면 등장한 풍선 날리기, 그런데 올해는 중랑구에서만 취소된 게 아니었습니다.
2023년 시작과 함께 풍선을 날리기로 했던 전국의 9개 지자체 가운데 7곳이 계획을 뒤집었습니다.
알고 보니 배경엔 시민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늘로 두둥실 날아가는 풍선은 보기엔 예쁘지만, 생태계엔 악영향이 큽니다.
좀처럼 썩지 않아서 바다나 땅에 떨어지면 야생동물이 먹이로 착각해 삼키기 쉽고, 폐사로 이어지곤 하는 겁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행사 며칠 전부터 댓글을 쓰거나 전화를 걸어, 풍선 날리기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경기 파주시는 상대적으로 분해가 잘 되는 친환경 풍선까지 마련해 행사를 강행하려다, 쏟아지는 비판에 새해를 몇 시간 앞두고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경기 파주시청 관계자 : 친환경 풍선 같은 경우에도 환경이 오염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이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었대요.]
시민이 직접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정책을 바꾼 긍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정덕 /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 아이가 본 거에요, 풍선을 먹고 죽은 새의 사진을. 사실 그런 사진이 굉장히 많이 만연해 있던 상황이라 아 정말 심각하구나, 저희가 해당 지자체나 민간 기업에다가 전화 민원도 넣고 또 공문도 보내고 해서 저지 활동을 했습니다.]
다만, 매번 이렇게 감시의 눈이 닿기는 어려운 만큼, 풍선 날리기 행사를 아예 금지하는 등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진아 /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 시민들의 인식을 지자체에서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고요, 실제로 미국이라든지 영국이나 네덜란드 같은 국가에서는 풍선 날리기 행사를 금지했거든요. 우리나라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이제는 정부 기관에서 화답할 차례입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YTN 김근우 (gnukim052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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