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으로 오는 4월부터 경매에 부쳐진 집에서 보증금을 세금보다 우선으로 돌려주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달아난 집주인 대신 집을 떠안을 피해자들을 배려한 건데, 알고 보니 국세만 법이 바뀌고 지방세는 그대로였습니다.
반쪽짜리 대책이라 성토하는 피해자를 이준엽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재작년 전세보증금 2억5천만 원을 내고 빌라를 계약한 박 모 씨는 입주 두 달 만에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6백 채를 거느린 '빌라왕'을 고발하는 방송에 나온 집이, 바로 자신의 집이었던 겁니다.
알고 보니 박 씨가 계약한 집은 해당 '빌라왕'의 형 소유로, 이미 11채의 전세보증금을 들고 해외로 도주한 상태였습니다
[박 모 씨 / 전세사기 피해자 : 돈을 어디서 받을 길이 없고 이걸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거나 하고 싶어도 압류가 이렇게 많이 되어있고 이름이 저희 이름이 아니니까… 임차인으로서 셀프 경매라고 하는데 경매를 하게 됐어요.]
결국, 집이 강제 경매에 부쳐졌는데 여러 차례 유찰 끝에 조만간 박 씨가 떠안아야 할 상황입니다.
원치 않게 집을 사는 것도 속상하지만 더 억울한 건 집주인이 체납한 재산세 2백만여 원도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박 모 씨 / 전세사기 피해자 : 이렇게 정말 2~3억이나 되는 집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는다는 건 정말… (게다가) 국세냐 지방세냐, 이것도 찾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예요.]
경매 매각 대금은 배당 순위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해당 주택에 부여한 세금은 3번째여서 4번째인 임차보증금보다 앞섭니다.
집주인 세금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세금보다 보증금을 먼저 갚도록 하는 법이 지난해 말 개정돼 오는 4월부터 시행됩니다.
그런데 박 씨는 구제를 못 받습니다.
바뀐 게 '국세'에 대해서만이어서 '지방세'인 재산세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관계 기관들조차 헷갈리고 있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 상담 내용 : (재산세 압류가 저희 확정일자보다 뒤에 있으면…) 당해세 발생이 확정일자보다 뒤면 확정일자가 먼저다 이 말이죠.]
정부는 지방세가 지자체 핵심 재원이기 때문에 협의가 어려웠고 앞으로 추가 논의를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전세금을 떼이고 남의 세금까지 억지로 떠안아야 하는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지 않게 정부 대책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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