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단속한다면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월례비'를 심각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최근 법원도 사실상 임금이라고 판단한 월례비의 경우 YTN 취재 결과 오히려 건설사에서 먼저 요구하고 기사들에게 계약서를 써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준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공사현장마다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은 보통 노동자 200명분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대대적으로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불법행위로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은규 / 전국건설산업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 : 한순간에 저희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부정을 저지른 범법자로 인식됐어요. 우리 집에 아이들이 있는데,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서 아이들한테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거든요.]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임대사들이 주는 수당과는 별개로 건설사들이 달마다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돈입니다.
건설사들은 이 돈이 강압에 못 이겨 낸, 일종의 상납금이라고 주장합니다.
월례비 없이는 기사들이 태업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최근 정부가 월례비 요구를 처벌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건설협회 차원에서 아예 고소양식을 유인물로 만들어 배포하며 발맞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건설 현장에선 월례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YTN 취재진이 입수한 건설사 협회 공문입니다.
지역 협회에서 자체로 정한 월례비 상한선이 담겨 있습니다.
게다가 월례비 지급 확약서는 물론 심지어 계약서까지 기사들에게 써주기도 합니다.
YTN이 건설사와 타워크레인 기사 사이의 녹취 내용을 확보했습니다.
건설사가 먼저 월례비를 제안하기도 하고, 월례비를 줬으니 추가근무를 해달라며 기사에게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기사들은 월례비가 강요가 아니라,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설명합니다.
현장에서는 전문신호수를 비롯해 7명이 추가 배치돼야 하는 작업에 두세 명만 배치되기도 하고,
안전 때문에 법적으로 타워크레인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주기도 합니다.
기사들이 이렇게 안전과 월례비를 맞바꾸고, 공기를 앞당겨 인건비를 아낀 돈은 건설사 주머니로 그대로 들어간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입니다.
지난주 법원에서도 월례비는 일방적으로 준 돈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시방서에 쓰여있어 견적을 낼 때부터 반영된 돈이라며 월례비 반환을 요구하는 건설사의 청구를 기각한 겁니다.
나아가 월례비가 노동의 대가인 임금 성격을 지닌다고 명시했습니다.
지난 2019년에도 조세심판원은 월례비를 용역의 대가나 사례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부가 월례비를 콕 찍으면서 뒷돈 이미지가 부각되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법보다는 건설 현장의 오랜 관행에 가까워 보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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