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평생 인체 조각의 외길을 밟아온 고(故) 박병욱 작가의 반세기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조각도로 끊임없이 내면을 다듬으며 현실의 벽을 뛰어넘으려 한 작가의 열망과 고뇌의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교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세 명의 여성,
손을 맞잡고 한몸을 이룬 모습에서 현실을 넘어 미래를 꿈꾸는 연대 의식이 엿보입니다.
박병욱 작가가 1975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청동 조각 '향(向)'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인체 조각에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함께 나아가고자 한 삶의 기록들이 깊이 새겨져 있는 듯합니다.
[故 박병욱 작가 차녀 : 두 명이 함께 하는 작품들 보면 어떤 연대, 우정, 같이 하는 거, 같이 이 상황을 이겨내는 거, 그런 느낌이 저에겐 많이 왔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매만졌던 종이 점토 작품.
병환으로 오른손을 쓸 수 없어 부단히 왼손을 단련하며 마지막까지 쏟아부었던 열정이 유작과 유족의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故 박병욱 작가 차녀 : 왼손을 훈련시키기 위해 많은 연습들을 하시고 그래서 그것들을 보니까 너무 감동적이고 감사하더라고요.]
연작 '상(像)'의 표정은 삼국시대 불상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닮아있습니다.
이번 회고전은 생활고와 질병 등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내면을 다듬으며 조형의 본질과 인간의 실존을 탐구한 작가의 예술혼을 재조명합니다.
[김원영 / 김세중미술관 학예실장 : 실제 생활에서 힘들었던 높은 현실에서의 벽, 그리고 작가로서 정말 꿈꾸었던 이상향에 대한 그런 열망을 담고자 하는 그런 의도로 기획된 주제입니다.]
당대의 추상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평생 구상조각에 전념했던 박병욱.
작가는 떠났지만 그의 숨결은 작품에 흐르고, 누군가를 닮은 듯한 조각상이 여전히 현실의 벽 앞에 서 있는 관객에게 다가와 대화를 건넵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촬영기자 : 김종완
■ 전시 정보
박병욱 조각가 회고전
11월 18일까지 / 김세중미술관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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