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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뒤흔든 핵무기 경쟁...전 세계 파괴할 연쇄 반응 [한방이슈]

한방이슈 2023.11.20 오후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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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에 다시 만난 미중 정상,


이번 정상 회담에선 군사적 긴장부터 무역 갈등까지 양국의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그러니까 미국이 논의하기를 원했던 중요한 주제 가운데 중국이 공식 대화 자체를 거부한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핵무기 문제입니다.

중국이 핵 무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제한 없는 핵 무장 세계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마지막에 했던 말처럼 "전 세계를 파괴할 연쇄 반응"의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인류에게 자멸할 힘을 준거야. 세상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 영화 '오펜하이머' 중

자세한 내용, '한방이슈'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핵균형의 기초 '상호확증파괴'

냉전시대에 등장한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 개념은 두 핵 강대국이 서로 대규모 보복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 전면적인 핵 전쟁이 발생하면 양쪽 모두 파괴될 것이라는 이론에 기반합니다.

즉, 한 국가가 핵 공격을 가하면, 다른 국가도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양측 모두 파괴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냉전 기간 동안 미국과 소련 사이의 핵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핵무기의 확산을 막고, 군비 경쟁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으며, 핵무기 감축과 군축 협상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개념을 기반으로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를 제한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협정을 맺었습니다.

그 결과 1986년 70,400개에 달하던 전 세계 핵탄두 비축량은 현재 12,500개로 감소했습니다.
 
 
3년 뒤 핵탄두 비축 안전장치 풀린다

그런데 이 군비 통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조약 폐기. 둘째, 중국의 핵무기 증강. 셋째, 파괴적 기술의 발전입니다.

먼저, 핵무기 감축 조약, 뉴스타트(New START)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미국과 러시아의 상황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뉴스타트(New STAR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무기 감축에 관한 조약입니다.

2010년 4월 8일 체결돼, 2011년 2월 5일 발효되었습니다.

뉴스타트는 이전의 '스타트(START,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조약을 대체한 것으로, 냉전 이후 핵무기 감축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집니다.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핵탄두 수를 각각 1,550개로 제한합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그리고 중거리 폭격기에 대한 배치 제한도 포함합니다.

또한 위성 감시, 현장 검사, 데이터 교환 등의 방법을 통해 양국은 상대방의 핵무기 감소를 검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양국의 핵위험감출센터(NRRC) 간 직접 연결망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러시아가, 나중에는 미국이 뉴스타트 조약에 따른 정보 교환을 중단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을 "세계 핵무기 통제의 죽어가는 심장 박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011년 발효된 조약은 10년 동안 유효했으며 2021년에 만료되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1년 조약을 5년 더, 그러니까 2026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2026년 2월 조약이 만료될 예정이지만, 대체 조약이 체결될 조짐은 지금으로선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미국과 러시아에 중국이 가세했습니다.

세 개의 핵 보유 강대국이 형성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과 센서,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으로 인해 공포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는 '동등성' 원칙에 근거해 핵무기 균형을 유지해왔습니다.

양국이 합의한 한도 내에서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개발함으로써, 어느 한쪽이 과도하게 우위를 점하는 것을 방지한 겁니다.

동등성 원칙에 근거한 핵무기 조약, 뉴스타트의 제한을 받지 않는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이 수백 개의 탄두로 구성된 최소한의 억지력에 의존해왔습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 국방부는 500개의 전략 무기를 보유한 중국이 2035년까지 그 수치를 1,500개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뉴스타트 조약의 배치 한도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중국 관리들은 두 핵 강대국, 그러니까 미국과 러시아와 동등한 수준이 될 때까지 군비 통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미국 측에 밝혔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의 뉴스타트 조약은 2026년 2월 만료되는데 후속 협상이 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3년 안에 전 세계 핵 비축에 대한 마지막 안전장치가 제거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약의 제약을 받지 않는 중국의 핵 확장은 더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연쇄 반응으로 중국과 국경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인도 역시 핵탄두 비축량을 늘려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 인도는 160개 이상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도가 핵탄두를 늘리면 파키스탄 역시 핵탄두를 증강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무엇보다 북한의 핵무기 증강이 걱정입니다.
 
 
안전장치 무력화한 '중국 핵증강'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러시아와 중국의 핵 무기 동맹입니다.

푸틴과 시진핑이 "제한 없는 우정"을 선언한 상황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재단의 제임스 액튼은 "미국의 정책이 상대방의 핵 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핵무기를 겨냥하는 '대응력'에 의존하는 한, 적의 손에 더 많은 무기가 쥐어지게 되고 이는 미국도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적합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 동맹에 대해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부 정책 차관을 지낸 에릭 에델만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각각 1500개의 무기를 가진 두 명의 적이 있는데 한 명이 공격을 시작해 그 공격에 맞서 보복한다면 다른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예비력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실제로 동등성, 그러니까 상대국과 무기 규모에서 같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개념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군비 통제의 기초였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를 합한 수만큼 미국도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되는 주된 근거입니다.

미국 과학자 연맹은 현재 미국에 배치된 전략 탄두가 1,670개인데 미국은 몇 년 안에 약 3,570개를 배치할 수 있는 반면, 러시아는 2,629개를 배치할 수 있다고 계산합니다.

실제로 미국은 새로운 지상, 공중, 해상 시스템으로 핵 트라이앵글을 모두 현대화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암묵적인 목표는 핵 산업 기반을 증강해 미래에 필요할 경우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강대국들이 핵무기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중-러 핵무기 동맹…미국의 대응은?

바이든 정부는 핵무기 확장에 회의적입니다.

지난 6월 미 국가 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미국이 경쟁국들을 억지하기 위해 경쟁국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군비를 확장할) 필요는 없다."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전제 조건 없이 군비 통제를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다."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중국은 군비 통제를 논의할 의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 덜 공식적인 협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러시아와의 핫라인 및 통보 시스템을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전체로 확대하는 방식입니다.

자연스럽게 중국을 핵무기 통제 시스템 안으로 유도하려는 전략입니다.
 
 
AI 확산…핵증강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

핵무기 확장이 두려운 이유는 컴퓨터 칩과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발전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극초음속 미사일입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 미사일보다 탐지하기도 어렵고 격추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컴퓨터 센서, 다시 말해 반도체 칩의 정확도 향상으로 기습공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확산은 컴퓨터가 핵 전쟁을 어디까지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서는 항상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규범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까지 금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억지력은 상호 이해와 투명성에 기반해야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절, 인류가 전멸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양국이 서로 상대방을 파괴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면서도 핵무기를 제한하고 신뢰를 구축한 수많은 협정의 결과였습니다.

억지력은 상호 이해와 투명성에 기반해야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상호 이해와 투명성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냉전 시대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옵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생전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이 되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핵 무기가 가져올 수 있는 파괴력과 그것이 인류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깊은 회한과 자아성찰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핵 균형의 변곡점에 서 있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인류가 새로운 핵 악몽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힘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 여부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힘의 우위가 아니라 균형과 조화에서 비롯되며 이것은 오직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평화를 누리게 될 겁니다. 더 거대한 폭탄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 영화 '오펜하이머' 중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참고기사 :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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