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도시를 자욱하게 뒤덮은 매캐한 연기는 목을 간지럽힙니다.
답답했던 코로나 이후 시원하게 벗어던진 마스크는 다시 외출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체내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천식,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결막염과 아토피 같은 피부병을 일으킵니다.
여기까진 비교적 잘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 이 미세먼지가 뇌에서도 발견됐습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유해입자를 '미세먼지'라 부릅니다.
10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크기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죠.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사람의 머리카락 단면 지름을 기준으로 미세먼지는 평균 1/5 크기고요.
이보다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1/20 크기입니다.
굉장히 작죠?
너무 작아서 마스크로도 잘 걸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항 없이 체내 깊숙이 침투할 수 있죠.
혈관을 타고 우리 몸 곳곳에 염증을 일으켜 호흡기 및 피부질환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문가들은 '중추신경계'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에 까만색 점이 보이시나요?
이게 바로 뇌 속으로 들어온 초미세먼지인데요.
이렇게 축적된 미세먼지가 뇌를 공격하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2022년 PNAS에 기재된 논문에 따르면 오염된 공기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각한 뇌 손상이 발생하고, 신경퇴행성 질환 및 행동장애가 따를 수 있습니다.
소아의 경우 특히 취약한데요.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보면 하루 미세먼지가 10㎍/㎥(마이크로그램 퍼 세제곱미터) 증가할 경우
자폐스펙트럼이 9.4%, ADHD는 6.7% 상승했습니다.
태아나 영유아의 경우 영구적 뇌 손상은 물론, 성인기 신경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대기오염에 노출된 사람들의 뇌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와 비슷한 양상을 발견했습니다.
오염 물질의 농도가 올라갈수록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두께가 감소한 겁니다.
미세먼지의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자살률이 무려 4배나 높았습니다.
미세먼지 저감정책 이후 자살률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홍콩 중문대학의 연구결과도 있었고요.
대형 산불, 화산활동과 같은 자연적 요인도 문제지만
화력발전과 난방 연료, 쓰레기 소각, 자동차 매연 등 인위적 요인도 심각합니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항공기 운행도 한몫하죠.
설상가상으로 뜨거워진 지구는 대기의 순환을 막아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지난 2019년, 정부는 '미세먼지 특별법'을 시행하고 본격적인 미세먼지 저감 조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통제할 수 없는 지역적 조건을 가지고 있고 산업화를 유지하는 한,
완벽한 저감 조치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25.9㎍/㎥
여전히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근접한 국가인 일본도 13㎍/㎥로 우리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죠.
그렇다고 노력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YTN 윤현경 (goyhk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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