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폭행당했다고 고소했다가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채단비 씨 사건을 공소청이 보완수사 끝에 재판에 넘겼습니다.
경찰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봤지만, 검사는 과학수사를 토대로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김태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 여성이 비틀거리고, 인사하듯 고개를 숙이고도 일어나지 못합니다.
이 여성을 뒤에서 끌어안은 남성은 CCTV에 잡히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지난해 12월 40대 남성 A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도 안산 주점에서 만취한 아르바이트생 20살 채단비 씨를 끌고 가는 모습입니다.
채 씨는 사건 당일 술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당했다며 A 씨를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2월 CCTV 등에 증거가 남지 않았다며 '혐의 없음' 처분하고, 당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결정을 통보받은 채 씨는 사흘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고인의 휴대전화에선 경찰 수사를 인정할 수 없고, 성관계를 동의한 적 없다는 내용의 이의신청서가 발견됐습니다.
이를 근거로 옛 검찰은 채 씨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보완수사를 벌였고, 공소청은 A 씨를 준강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메신저 대화기록과 통화 녹취 등을 포렌식 해 두 사람이 평소 이성적 호감이 없었고, 성관계를 합의하지도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 정신의학과 전문의 자문을 거쳐 평소 복용하던 약물과 함께 술을 많이 마신 채 씨가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봤습니다.
당시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술에 취한 채 씨를 단 한 차례만 대면조사 하는 등 수사가 부실했던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채 씨 유족은 늦게나마 법원 판단을 받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처음부터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딸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고 채단비 씨 어머니 : 원통한 마음이랑 원망스러운 마음이 너무 커서 기쁜 마음이 좀 안 들어요. 유가족들의 삶이 회복이 안 되잖아요.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잖아요.]
공소청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영상편집 : 김현준
디자인 : 정하림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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