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일부 해제하면서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실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러 정상이 합의한 다음 달까지의 경유 공급 물량은 600만 배럴 수준으로, 미국의 1.5일 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양에 불과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러시아가 이후 3백만 톤을 추가로 공급해도 역시 제한적인 물량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 투자사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따른 공급 증가 폭은 5∼6% 선에 그칠 수 있다"며 세계 경유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공급량을 통상적 단위인 배럴이 아닌 톤으로 발표한 것도 "일반인이 보기엔 톤 단위로 표시한 숫자가 더 커 보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조치라기보단 정치적 행위에 가깝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번 공급 물량이 하루 약 3천만 배럴에 달하는 글로벌 경유 수요와 비교해 미미한 규모라고 지적했습니다.
초당파 연구 기관, 에너지정책연구재단의 마이클 린치 연구원은 "미국이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한다는 건 기존 구매처들이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결국 가격은 현재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습니다.
이번 합의가 글로벌 공급량 자체를 늘리는 게 아니라, 기존 물량의 공급처를 돌려막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러시아 입장에서 이번 거래는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러시아는 통상 경유를 농업용 연료로 활용하는데, 동절기에는 관련 수요가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로서는 계절적 연료 수급 상황을 활용해 미국에 작은 '외교적 당근'을 제공하면서 큰 전략적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너지 전략가 클레이턴 시글은 이번 합의가 하절기용 디젤 재고를 처분하려는 러시아에 "엄청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AP통신에 말했습니다.
나아가 러시아가 이번 거래를 지렛대 삼아 우크라이나의 자국 정유시설 공격을 막으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유라시아그룹의 에너지·기후·자원팀 소속 그레고리 브루 분석가는 CNN 인터뷰에서 "푸틴이 트럼프에게 '호의'를 베푸는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길 기대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러시아는 에너지 가격 안정이 급한 미국과 강력한 대러 에너지 제재를 이어가고자 하는 유럽 등 서방의 분열을 유도하는 전략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는 "대서양 동맹 내부의 분열을 더욱 부추기려는 공허한 약속"이라며 "전형적인 푸틴의 방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YTN 유투권 (r2k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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