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합니다.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최근 재난보도와 관련해서 새로운 체크리스트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소장님이 평소 재난보도 모니터링에 관심이 많으셔서인지 오늘은 이 결과를 좀 자세히 전해주신다고요?
◇ 김언경 : 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재난보도 모니터링 도구 고도화와 체크리스트 개발」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연구인데요.
우리나라에는 이미 2022년에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가이드라인이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기자가 현장에서 뭘 해야 하는지, 데스크는 뭘 확인해야 하는지, 언론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겠죠. 그래서 이번에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실제 뉴스룸과 취재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로 좀 더 구체화했습니다. 또 하나 의미가 있는 것은 그동안 재난보도에 대한 연구는 주로 사고가 발생한 직후의 보도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1주기, 3주기 같은 추모 시기의 보도까지 분석 범위를 넓혔습니다. 언론에게는 사건이 지나간 일이 될 수 있지만 유가족이나 생존자에게는 그렇지 않잖아요. 1주기가 되면 기자들이 다시 찾아옵니다. 당시 영상이 다시 방송되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시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재난보도의 트라우마 문제는 사고 직후 며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 최휘 : 실제로 사고 직후와 추모 시기의 보도를 비교해보니까 차이가 있었습니까?
◇ 김언경 : 연구진은 12·29 여객기 참사 발생 당시 보도와 2025년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보도, 이태원 참사 3주기 보도, 그리고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보도 등을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재난 직후에는 자극적인 표현이나 충격적인 장면이 가장 두드러진 문제였습니다. 분석 대상에 따라 최고 30.6%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추모기가 되니까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충격적인 사고 장면 대신 유가족의 오열이나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장면이 두드러졌고, 일부 분석에서는 최고 50%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흐른다고 문제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문제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추모보도 역시 트라우마 예방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최휘 :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재난을 경험한 분들의 의견도 들었다고요?
◇ 김언경 : 네. 연구진이 재난경험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과 심층면접을 했는데요. 이분들이 더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보도 결과물만이 아니었습니다. 동의하지 않았는데 촬영하는 것, 그리고 기자들이 반복적으로 개인에게 접촉해서 취재를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한 기자에게는 전화 한 통, 인터뷰 요청 한 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가족 입장에서는 여러 언론사 기자가 차례로 연락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해야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어떻게 숨졌는지, 마지막으로 어떤 대화를 했는지, 그 순간 심정이 어땠는지를 계속 묻는다면 취재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체크리스트가 흥미로운 게 방송 화면에 무엇이 나왔느냐만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 화면이 만들어지기까지 언론이 그 사람에게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함께 묻습니다. 기자가 현장에 가기도 전에 체크해야 한다.
◆ 최휘 : 체크리스트를 실제로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라고요?
◇ 김언경 : 네. 취재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눕니다. 평상시, 사건이 발생해서 현장에 투입되기 직전, 실제 현장 취재 중, 그리고 사건 발생 이후 보도와 후속취재, 복귀 단계입니다. 그리고 기자와 데스크, 언론사가 각각 해야 할 일을 구분했습니다. 몇 가지를 보면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우선 기자가 재난 현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자기 몸과 마음 상태부터 확인하도록 합니다. 지금 신체적으로 아픈 곳은 없는지,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불안하거나 힘들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겁니다. 데스크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기자에게 과거 트라우마 경험이 있는지, 현재 스트레스나 건강 상태는 어떤지 살펴보고 현장 취재에 적절한 상태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험한 재난 현장에 기자를 혼자 보내는 것은 피하도록 합니다. 2명 이상으로 취재팀을 구성하고 교대근무 계획도 세우도록 합니다. 안전용품과 비상연락망은 준비돼 있는지, 현장에서 잘 곳과 이동수단은 확보됐는지도 체크합니다. 이걸 보면 재난보도 윤리가 단순히 ‘자극적인 사진을 쓰지 마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최휘 : 취재진의 말이나 행동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까?
◇ 김언경 : 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위로나 행동을 하지 말고, 당사자의 감정을 기자가 판단하지 않도록 합니다. 기자는 좋은 뜻으로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힘내셔야죠”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당사자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를 제3자가 규정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뷰를 통해 감정을 끌어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난보도 인터뷰의 목적은 사람을 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니까요. 또한 후속취재에서 재난 당시 상황을 반복적으로 회상하도록 질문하는 것을 피하라고 권고합니다.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시청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다시 경험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 최휘 : 뉴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있었다고요?
◇ 김언경 : 일반 뉴스 이용자들은 자극적인 재난보도가 반복되면 오히려 뉴스를 회피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론은 강한 화면과 자극적인 제목이 시청자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화면이 계속 반복되면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서 아예 뉴스를 보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반대의 문제도 있습니다.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수많은 언론이 몰려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도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왜 사고가 났는지, 책임은 제대로 규명됐는지, 재발방지 대책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후속보도가 사라지면 시민들의 관심 역시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후속보도의 부재가 시민적 관심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결국 재난보도에서 필요한 것은 사고 순간을 가장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경쟁이 아니라 사건을 오래, 책임 있게 따라가는 보도일 수 있습니다.
◆ 최휘 : 이번에는 언론인을 위한 체크리스트뿐 아니라 뉴스 이용자를 위한 도구도 만들었다고요?
◇ 김언경 : 뉴스 이용자가 재난보도를 보다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언론사에 기사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재고 요청 양식’도 개발했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서 그냥 뉴스를 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정이나 삭제, 보완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체크리스트 자체도 현장 기자들이 휴대전화 메신저 같은 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PDF 형태로 보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가이드라인을 책장에 꽂아두는 문서로 만들지 말고 실제 취재할 때 꺼내보는 도구로 만들겠다는 취지겠죠.
◆ 최휘 : 마지막으로 이번 체크리스트가 우리 재난보도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뭐라고 보십니까?
◇ 김언경 : 저는 재난보도를 평가하는 질문 자체가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결과물을 봤습니다. 충격적인 사진을 썼나,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나, 유가족의 오열 장면을 보여줬나.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보다 앞선 질문까지 해야 합니다. 그 사람에게 촬영 동의를 받았는가. 그 사람이 지금 인터뷰할 수 있는 상태인가. 한 번 동의했다고 계속 찾아가지는 않았는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게 만들지는 않았는가. 당사자가 말하고 싶은 것보다 기자가 듣고 싶은 답을 요구하지는 않았는가. 그리고 취재가 끝난 뒤에도 질문은 계속됩니다.
사고 당시의 고통만 보여주고 떠난 것은 아닌가. 진상규명과 책임, 재발방지, 그리고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의 회복을 계속 보도하고 있는가. 특히 1주기나 3주기 같은 추모일에는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에게 1주기는 다시 기사를 쓰는 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난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그날이 다시 견뎌야 하는 날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체크리스트의 의미가 ‘이런 장면은 쓰지 마라’는 금지 목록을 하나 더 만든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취재를 시작하기 전에 당사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카메라를 어디까지 들이댈 것인지, 언제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하는지, 무엇을 물어볼 것인지, 그리고 무엇은 묻지 않을 것인지. 그것을 기자 개인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데스크와 언론사가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만들자는 것. 그게 이번 재난보도 체크리스트에서 가장 주목해서 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소장이었습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