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신의 치료제.
모든 생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 열쇠.
난치병으로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울 마지막 희망.
현대 의학의 위대한 도전.
[2012년 노벨 의학상 시상식 : 야마나카 신야 박사는 배아 파괴 없는 줄기세포 연구에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그것은 부와 명예를 향한 인간의 욕망.
[황우석 박사 / (지난 2005년) : 인류사의 한 페이지를 긋는 큰 획이 될 것이라고….]
잃어버린 젊음을 되찾아 줄 마법.
[SBS 8시 뉴스 (지난 2016년)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자가 지방 줄기세포 주사를 맞았다고…]
황금을 만드는 미다스의 손.
[MBN 증권방송: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가 판매될 거라는 소식에 바이오 의약품 관련주가 연일 급등세입니다.]
그리고 권력이다.
[이명박 / 전 대통령 (지난 2011년) : 우리나라도 최근 심근경색 치료제가 공식 허가를 받으면서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상업화에 성공했습니다.]
2011년 7월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가 우리나라에서 탄생했다.
난자를 이용한 배아 줄기세포가 아닌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윤리적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손여원 / 식품의약품안전청바이오생약심사부장 (지난 2011년) :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제의 품목을 허가하는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심장, 세포, 급성심근경색, 하티셀그램 AMI.
심근경색 환자의 골수를 뽑아 그 속에서 중간엽줄기세포를 추출 한 뒤 4주간 배양해 심장에 투여한다.
[김현수 / (주)파미셀 대표 (지난 2011년) : 2,3년 내에 전체 환자의 10%가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전체 환자가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
하티셀그램 제조사는 파미셀이다.
2009년 한 의류업체를 인수해 코스피에 우회 상장됐다.
줄기세포 치료제 선두 주자라는 명성을 얻으며 주가는 올랐고 현재 시가 총액은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내과 의사로 아주대병원 교수 재직 시절 줄기세포 연구로 명성을 얻었던 파미셀 김현수 대표.
김 대표는 현재 8촌이자 동업자였던 금융 전문가 A씨와 돈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YTN 기획탐사팀은 이 분쟁 과정에서 나온 고발장 2건을 입수했습니다.
급성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티셀그램을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난치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팔았다.
일종의 브로커를 통한 환자 모집.
무허가 줄기세포 냉동.
사실이라면 의사윤리 위배는 물론, 의료법과 약사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김 대표와의 소송전에서 이기기 위한 A씨 측의 음해일까요?
아니면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이름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이 이해관계의 균열 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낸 걸까요?
루게릭병을 앓던 아내는 3년 전 그의 곁을 떠났다.
[유병환 / 루게릭병 환자 故 김향자 씨 남편 : 병명 알고 나서 2, 3년 사이에 급격하게 악화해서 떠났거든요.]
하티셀그램이 루게릭 치료제가 아닌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절박함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유병환 / 루게릭병 환자 故 김향자 씨 남편 : 검사 비용까지 7,8천 했거든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어떻게든 해 보려고. 종합병원 같은 데서는 희망적인 얘기는 없었고 급하니까….]
병원에서는 세 번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병환 / 루게릭병 환자 故 김향자 씨 남편 : 줄기세포 치료제 맞기 전후나 달라진 게 없어요. 체중이 한 34, 35kg 됐는데 거기서 몇 킬로그램만 올라가면 2차 치료라도 받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변화가 없고 거기서 자꾸 떨어지더라고요.]
막연한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유병환 / 루게릭병 환자 故 김향자 씨 남편 : (아내에게) 그냥 미안할 뿐이죠. 그냥 더 잘해주지 못한 거. 루게릭병에 대해서 이해도 못 해주고 더 잘해주지 못한 게 그게 가장 안타깝고 딱하고 그런 거죠.]
전영창 씨의 아버지는 2012년 심한 당뇨를 앓다가 2천만 원을 들여 하티셀그램을 맞았다.
사기라는 생각에 소송까지 생각했다.
[전영창 / 당뇨 환자 故 전우석 씨 아들 : 원래 치료 목적에 맞지 않는 약을 저희 아버지한테 유혹한 거잖아요. 그 유혹 자체를 사기라고 생각한 거죠. 의사는 법대로 하라고 하고. 자기 잘못이 없다, 법대로 해라.]
아버지는 4년 전 돌아가셨다.
[전영창 / 당뇨 환자 故 전우석 씨 아들 : 그때 느낀 게 뭐냐면, 아버님이 거의 테스트용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심근경색 약을 당뇨병에 테스트 한번 해보려고 하지 않았나.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아주 무책임한….]
의약품을 허가된 치료 목적 이외 다른 질병에 사용하는 이른바 오프라벨 처방.
의사 재량권과 오남용 우려 사이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든 의료계의 오랜 논란거리다.
그렇다면 하티셀그램을 파킨슨, 루게릭, 당뇨, 뇌졸중에다 갱년기 증세 완화와 항노화를 위해 처방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에 속할까?
하티셀그램 임상시험이 이뤄진 곳.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 논문을 쓴 연구자를 찾아 직접 물었다.
그는 하티셀그램의 효능과 한계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하티셀그램 AMI 임상 시험 책임 교수 : 이것이 굉장히 우수한 효과가 있다, 이렇게 통계학적으로는 말하기 어렵고요. 진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됐고.]
심근경색 이외 질병에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처방전 남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티셀그램 AMI 임상 시험 책임 교수 : 만약 그렇다면 말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제가 실제로 그러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오일환 / 가톨릭 기능성 세포치료 소장 : 본래 목적 이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고 할 때는 그것이 단순히 안전성만 있다는 이유로 무작위로 남발되거나, 또는 그것이 또 다른 매출 내지는 영업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하티셀그램 목적 외 처방 상당 부분은 영업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의심된다.
영업의 시작은 이른바 '뱅킹'.
줄기세포의 원료 격인 골수를 골반에서 뽑아 냉동 보관하는 사업이다.
그 자체로 파미셀의 수익 사업이지만, 사실상 하티셀그램 투약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파미셀 뱅킹 사업 홍보영상 : 줄기세포 보관 사업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이 더욱 중요합니다.]
의료법은 환자를 모집하고 대가를 받는 걸 불법으로 규정한다.
하티셀그램 허가가 떨어지고 5개월 뒤.
뱅킹 영업사원들을 상대로 한 강의 영상.
골수를 추출해 냉동 보관하는 청약과 하티셀그램 투약을 철저히 구분하라고 강조한다.
[파미셀 영업 부장 : 치료제 고객이든 뱅킹 고객이든 항상 청약을 먼저 하시고, 1단계 청약. 2단계 병원이 관리해서 치료제 사용.]
뱅킹은 현행법상 의료행위가 아니어서 고객을 모집해도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의약품인 하티셀그램과 연결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뱅킹과 투약을 묶음으로 파는 영업 방식이 사실상의 불법 환자 모집이라는 걸 파미셀 측도 알고 있었다.
[파미셀 영업 부장 : 환자분에게 병원 이름을 얘기하면 큰일 납니다. 환자 유인 행위입니다. 그 병원에서 (알선 대가로) 돈 받으면 바로 잡혀가게 돼 있습니다.]
전직 파미셀 뱅킹 사업 영업 단장이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영업은 피라미드식 대규모 위탁 판매 조직을 통해 이뤄졌다.
[前 파미셀 뱅킹 영업 단장 : 여러 다단계 했던 분들이 많이 왔어요. '000'이라든가.]
그의 환자 장부.
1회 무료 투약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하티셀그램 판매가 뱅킹 영업과 연계돼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前 파미셀 뱅킹 영업 단장 : 품목 허가가 나서 맞게 되면 한 번은 그냥 맞혀준다고 (뱅킹 비용) 660만 원으로.]
품목 허가 뒤 투약 비용은 세 배 넘게 뛰었다.
[前 파미셀 뱅킹 영업 단장 : 허가가 나니까 그다음에는 이제 1,650만 원, 1,980만 원, 요새는 2,200만 원 해요.]
돈을 낸 사람은 대부분 심근경색 환자가 아니었다.
[前 파미셀 뱅킹 영업 단장 : 안티에이징(항노화)도 되고 줄기세포는 재생의 원칙이 있으니까.]
지역 파미셀 영업 사무실.
마치 영양제처럼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 상자가 쌓여 있다.
한 상자를 팔면 수백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고 했다.
[前 파미셀 뱅킹 영업 단장 : 뱅킹을 했을 경우 회사로부터 165만 원을, 치료 목적으로 했다고 하면 대표님께서 3백만 원을 주시죠.]
이것이 불법 환자 모집이 아닌지 파미셀 김현수 대표에게 물었다.
[김현수 / (주)파미셀 대표 : (방문 판매원 모집해서 환자 유인했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나와 관련된 회사나 병원이 그렇게 한 적이 없어요. 그건 경찰에 가서 다 설명을 했고. 그런데 무슨 객관적인 증거가 있나요?]
골수 냉동 보관과 하티셀그램 제조는 제약회사 파미셀이, 골수 채취와 투약은 별도 사업자인 김현수내과와 또 다른 병원에서 이뤄진다.
실질적으로는 환자 모집이 이뤄진 셈이지만 사업 분리를 통해 법의 그물망을 피해간다.
[김○○ / 골수 채취·치료제 시술 병원장 : 의약품은 의료기관에서 사서 쓰면 되는 것이고, 뱅킹은 서비스니까. 저희는 시술을 대신해 준 거니까. 골수를 채취해서 넘겨주는 거니까. 그런 서비스죠.]
[목적 외 처방에 대해서는 어떤 답을 할까?
[김○○ / 골수 채취·치료제 시술 병원장 : (심근경색 치료용인데 다른 질환에 많이 사용됐잖아요. 그게 가능한가요?) 상식적으로 다른 의료기관에 있는 의사들한테 이야기해도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YTN 기획탐사팀은 파미셀 영업 장부에 적힌 이름 134명을 접촉했다.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의 진실은 직접 경험한 그들만이 알고 있을지 모른다.
취재에 응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김○○ / 갱년기 증후군 환자 : 갱년기 증세가 너무 많이 와서, 맡겨 놨던 걸 그때 맞은 거죠.]
[김○○ / 뇌출혈 환자 아내 : 손가락이 움직이고 조금의 차도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전혀. 전혀 아니고.]
[조○○ / 루게릭병 환우 남편 : 헛돈 들여가면서 맞을 필요가 없어요. 그게 진짜로.]
[김○○ / 허리협착증 환자 : (냉동 보관한 골수가) 없다는 거예요. 왜 없어진 거냐 이거지.]
[손○○ / 척수염 환자 : 사실상 임상시험이죠. 현실적으로는 시술이고 수술이고 될 수가 없는 거예요.]
[정○○ : 피라미드 조직처럼 그걸 권유하고 판매하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홍○○ / 신경계 통증 환자 : 줄기세포의 어떤 환상에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서, 사기성 비슷하게….]
[강○○ / 뇌졸중 환자 : 효과도 없는 거 홍보해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하는 환자들 이용해서….]
하티셀그램은 비급여 전문 의약품으로 건강보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온갖 질병에 처방전을 남발해도 의사 재량이고 환자 선택이었다고 하면 의사윤리규정 이외에 제재할 방법은 없다.
줄기세포 비즈니스는 의술과 상술 사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이뤄진다.
[강주성 / 前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 희귀 질환자들은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데, 이걸 이용해서 돈벌이하면 안 돼요.]
언론이 자의적으로 의약품의 유효성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가 허가 범위를 벗어나서 팔렸고, 환자 만족도는 낮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원래 용도인 급성심근경색 치료제로서의 위상은 더 초라합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하티셀그램을 취급하는 곳은 1곳뿐입니다.
이마저도 3~4년 전쯤 임상시험을 위해 돈을 받지 않고 두 번 사용한 게 전부입니다.
임상 시험을 주도한 병원에서조차 1년에 네다섯 번 처방할 뿐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하티셀그램이 전국 병원 약물 심사위원회를 통과한 사례는 서른 건이고, 이 중 실제 처방한 병원은 확인이 어려운 2곳을 빼고 6곳에 불과합니다.
한 해 심근경색 환자 수만 명이 혜택을 볼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 이토록 퇴색해 버린 이유는 뭘까요?
[심장 내 혈관이 막히면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심근경색.
하티셀그램은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마치고 응급 상황을 넘긴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한다.
4주간 배양한 줄기세포를 관상동맥에 주입해 심장이 피를 뿜어내는 능력, 즉 좌심실 구혈률을 높인다.
YTN 기획탐사팀은 국내외 전문가 자문을 얻어 임상 논문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크게 세 부분에 주목했다.
파일럿 스터디, 임상 규모, 그리고 최종 유효성 지표인 좌심실 구혈률.
논문은 첫 머리에서 해당 연구를 파일럿 스터디, 즉 탐색적 연구로 규정한다.
[최규진 / 인하대 의대 교수 : (파일럿 스터디는) 통계학적으로나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적 효용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험적으로 해본다 이런 차원이거든요. 그런데 사람 몸에 놓을 수 있는 기준으로 삼는다? 일반 의학자 누구에게 물어봐도 말이 안 된다고 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임상 규모는 하티셀그램 주사를 맞은 실험군 30명과 가짜 주사를 맞은 대조군 28명.
심근경색은 희귀 질환이 아닌데도 임상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윤희 / 前 식약처 의약품심사부 심사관 : 이것은 한 번 탐색적으로 해본 연구라고 생각이 들지, 어떤 확증적 임상시험에 거의 준한 2상으로 생각을 했다면 사실 환자 수도 상당히 더 많아야 되고요.]
전문가들은 하티셀그램의 최종 유효성 지표인 좌심실 구혈률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현우 /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 (좌심실 구혈률은) 혈압에 따라서, 활동량에 따라서, 심장 박동수에 따라서 굉장히 변동이 크고요. 그 다음에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심장질환 같은 경우는 사망률을 얼마나 감소시킬 수 있는지 그 지표가 궁극적인 효과의 지표가 돼야겠죠.]
줄기세포 치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재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심근경색 치료제로서의 유효성을 장기 추적 조사해 효과가 미미하면 허가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은영 /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예를 들어서 조건부 허가를 얻거나 적은 사이즈로 허가를 받는다면 더더군다나 시판 이후에 이러한 유효성에 대한 자료가 반드시 제출되고 재평가되고. 만일 부적절하다면 허가 취소까지도 갈 수 있는 그런 규정들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하티셀그램 제조 과정에서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 냉동과 해동 절차가 들어간다는 의혹은 사실일까?
먼저 식약처에 물었다.
[식약처 관계자 : 냉동 프로세스가 저희가 보았을 때는 없어요. 냉동에 대한 부분은 왜 여쭈시는 거죠?]
파미셀 측이 법무법인을 통해 입장을 밝혀왔다.
단순 채취한 골수 혈액을 얼린 것이다.
냉동하긴 하지만 세포 배양 전 단계의 골수 혈액을 얼리는 것이어서 생물학적 특성이 유지돼 허가가 필요 없는 최소 조작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당시 규정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벗어나면 아무리 최소 조작이라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용환 / 의료법 전문 변호사 : 약물의 사용에 대한 허가 범위를 벗어나서 의료인이 임의적으로 그것을 제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부정의약품 제조죄'가 있습니다.]
최소 조작을 넘어 생물학적 특성이 변할 수 있는 줄기세포 냉동이 이뤄진 정황도 포착됐다.
취재진은 파미셀의 뱅킹 사업 홍보영상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FCB 트웰브 홍보영상 : 실제 과정을 살펴보면 운송된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보관이 들어가는데요. 여기에는 약 7일이 소요됩니다….]
여기서 7일이라는 기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채취한 골수 혈액을 원심 분리기로 돌려 단핵세포를 분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
그 단핵세포를 배양 용기로 옮겨 담으면 서서히 바닥에 들러붙는 줄기세포를 얻게 되는데 이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바로 7일이다.
7일간의 이 작업은 단순 분리가 아닌 배양으로 보인다.
[오일환 / 가톨릭 기능성 세포치료센터 소장 : 단순 냉동 및 해동은 최소 조작의 범위 안에 들어가지만, 해동된 것을 배양을 할 때는 세포치료제로서의 안전성에 대한 검사를 다시 받도록 돼 있습니다.]
[신현호 / 의료법 전문 변호사 : 인체 유래물인 세포치료제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엄격한 규정하에서 제조, 판매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냉동도 어떤 조건하에서 몇 도로 하고, 해동 조건도 몇 시간에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고, 제일 중요한 건 그사이에 감염의 문제 때문에 그렇거든요. 아니면 유전자 변형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배양한 줄기세포를 냉동한 이유는 뭘까?
전직 파미셀 연구소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뱅킹에서 하티셀그램으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골수 냉동 보관, 뱅킹 비용은 수백만 원.
하티셀그램 주사는 한 번 맞는 데 2천만 원 안팎이다.
한 번 뱅킹에 여러 차례 투약이 이뤄져야 고수익이 창출되는 구조.
그런데 뱅킹한 고객들의 골수 혈액을 녹였더니 줄기세포 배양이 안 되는 불량이 일부 나왔다.
이 때문에 하티셀그램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했고, 그래서 허가 이듬해부터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얼렸다는 설명이다.
결국 무허가 냉동은 줄기세포 비즈니스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과거 파미셀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참여했던 임상 전문가는 허가받지 않은 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前 파미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담당자 : 모두 전부 약사법 위반이에요. 허가 사항 이외의 행위들이고요. 얼렸다가 녹인 것, 얼린 상태로 오래된 것. 녹인 걸 재배양해서 투약했다? 모두가 안전성 유해성 입증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굉장히 중대한 법 위반입니다.]
처방전 남발, 무허가 냉동 제조 의혹에 유효성 논란까지.
이 모든 것의 출발인 허가 과정은 어땠을까?
[이동근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 : 하티셀그램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매우 잘하는 치료제처럼 최대한 간소하게 임상 시험과 허가 절차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
[강윤희 / 前 식약처 의약품심사부 심사관 : 하티셀그램 연구 논문에 따르면 중간엽줄기세포에 어떤 특별한 기술이 들어간 게 전혀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이런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할 수 있는 시술인 건데, 이게 왜 어떻게 허가 범주에 들어갔는지 의심이 들고요.]
당시 식약청 허가 담당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보기로 했다.
[노연홍 / 하티셀그램 AMI 허가 당시 식약청장 : (하티셀그램 승인이 좀 쉽게 났다. 이런 얘기가 있어서요.) 제가 일할 때 그렇게 일하지 않았고요.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희성 / 하티셀그램 AMI 허가 당시 식약청 차장 : 안전성과 유효성을 실무자 선에서 검증한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의 탄생이 단순히 실무자들의 판단에만 맡겨져 있던 것 걸까?
2011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와 산업의 경쟁력 확보방안' 보고회를 직접 주재했다.
[이명박 / 前 대통령 (지난 2011년) : 줄기세포라는 것은 비즈니스 측면도 있지만, 난치병 환자 치료하는 더 큰 보람도 가집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주문은 안전성을 최우선을 하는 의학적 접근보다는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한 비즈니스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명박 / 前 대통령 (지난 2011년) : 기존 조직이나 기존 마인드를 가지고는 잘 안 맞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분야가 좀 진취적이어야 합니다. 너무 보수적이어서는 안 되고…]
이른바 경제 대통령의 시대.
줄기세포는 신성장 동력, 바이오산업의 총아였다.
대통령의 직접 주문까지 더해지면서 규제는 완화됐고, 식약처는 줄기세포 치료제들을 잇달아 허가했다.
[이명박 / 前 대통령 (지난 2011년) : 줄기세포 산업을 신성장동력의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심근경색 치료제가 공식 허가를 받으면서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상업화에 성공했습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는 한 번 붙이면 떼기 어려웠다.
파미셀은 하티셀그램 판매 뒤 환자 상태를 조사해 보고하는 시판 후 조사 건수를 못 채웠지만, 식약처는 그마저도 기준을 1/6로 낮춰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눈감아줬다.
[이동근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 : 그런 정치적 이해관계 통해서 이걸 유지했을 때 정권 차원이나 식약처 차원에서 이용할 게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허가 유지할 필요가 있었고… .]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보는 나라 밖 시선은 어떨까?
네이처지는 세계 최초에 집착하는 듯한 한국 정부의 성급함에 대해 우려와 의구심을 거듭 나타냈다.
특히, 하티셀그램 임상 논문을 발표한 뒤 동료 전문가 집단의 검증을 받는 'Peer Review'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YTN 기획탐사팀은 독일 하노버대 심장의학과 카이 볼레르트 교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지난 2004년 그가 쓴 골수 유래 세포의 좌심실 구혈률 개선 효과 논문을 바탕으로 하티셀그램 임상 시험이 이뤄졌다.
볼레르트 교수는 취재진이 보내준 하티셀그램 임상 논문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카이 볼레르트 / 독일 하노버대 심장의학과 교수 :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연구의 규모가 너무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의약품(하티셀그램)이 급성심근경색 환자 치료제로서 품목 허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표본 수가 너무 적어 의약품 허가의 근거가 되기 어려울뿐더러, 만병통치약은 더더욱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카이 볼레르트 / 독일 하노버대 심장의학과 교수 : 해당 치료제(하티셀그램)의 허가 범위 외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심근경색 치료제로 품목 허가받은 의약품을 그렇게 간단히 파킨슨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습니다.]
생명윤리 분야 권위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줄리앙 사불레스쿠 교수.
정부의 조급증과 자본의 욕구가 만나면 심각한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줄리앙 사불레스쿠 /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의 효과가 제대로 입증되기 전에 서둘러 치료제를 허가하려는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환자가 실명하거나 척추 종양의 크기가 커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철저한 규제 및 감독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황우석 박사 (지난 2005년) : 저희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복제 배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뉴스 방송 : 황 교수팀의 성공은 한국이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쾌거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초 배아복제 줄기세포 보유국이었다.
한때 그랬다.
[황우석 박사 (지난 2005년) :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신화는 무참히 깨졌고, 상처는 깊었다.
[당시 뉴스 방송 : 2005년 줄기세포 연구를 총괄했던 황우석 박사는 모두 3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와 연구비 횡령 그리고 생명 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우리는 대체 무엇을 배운 걸까?
줄기세포는 지금도 연구의 영역보다는
상품의 영역에 가깝다.
[강윤희 / 前 식약처 의약품심사부 심사관 : 산업이라도 진흥을 시켰으면 솔직히 그거라도 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나치게 산업적으로 감으로 인해서 결국 우리나라 제약 산업 수준을 굉장히 낮춰버린 것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신약 중에서 선진 규제 기관에서 허가된 약이 하나도 없어요. 우리나라 허가 심사가 얼마나 부실한가, 얼마나 수준이 낮은가를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결국 국내용 허가이고.]
[최규진 / 인하대 의대 교수 : 그나마 일본은 ips 줄기세포 역분화 줄기세포로 노벨상까지 수상한 과학적 기반을 갖고 그런 거품이 형성됐어요. 그런데 한국은 그런 최소한 과학적 기반이나 이런 것 없이 그게 그런 거품이 쌓였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너무하다 생각 드는거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세계 최초를 비즈니스의 간판으로 삼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세균 / 국무총리(지난 7월, 미래 바이오헬스 간담회) : 줄기세포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줄기세포가 가장 화려하게 분화한 곳은 서울 강남.
시술이라는 이름으로 성형업계가 호황을 누린다.
다른 한쪽에서는 누군가가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속삭인다.
줄기세포의 기적을 믿어보라고.
지금부터는 치료제가 아닌 시술, 정부의 방임 속에 이뤼지고 있는 의술을 빙자한 상술, 무허가 줄기세포 시술에 관한 이야기다.
세포를 배양하지 않았으니 안전하고 합법이다.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허가 없이 의사가 재량껏 할 수 있는 시술이다.
줄기세포 시술을 하는 병원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이 아닙니다.
정부는 줄기세포 시술을 신의료기술로 분류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시술 대상 질환은 연골 결손과 중증 하지 허혈, 그리고 심근경색입니다.
이외에도 네 가지 시술이 허용되는데, 이건 연구 차원에서 지정된 특정 의료기관만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파킨슨이나 루게릭, 고혈압, 뇌출혈 등에 효과가 있다며 수천만 원씩 받는 줄기세포 시술, 무허가입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사실상 아무런 단속도, 관리도 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은 불법이고 위험하다.
의료 소비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미국 FDA 줄기세포 치료 경고 영상 : 줄기세포 치료로 만성 관절통과 알츠하이머, 암 등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거나 설명회에 참석한 적이 있나요? 믿지 마세요! 명심하세요!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술이나 치료제는 심각한 감염과 실명, 죽음을 야기합니다.]
무허가 줄기세포 시술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대표적 난치병인 파킨슨병과 루게릭병 환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절박함, 실낱같은 희망이 누군가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정OO / 파킨슨병 환자 : (지금도 많이 힘드신 거 같아요.) 긴장하면 (몸이) 떨리는 거 같고. 어쨌든 좀 그래요.]
파킨슨병이라는 사실을 안 건 2006년 봄이었다.
[정OO / 파킨슨병 환자 : 병명을 아니까 차라리 편하더라고. 의사 선생님이 빨리 죽지는 않는다고 말씀하시니까. 죽지는 않는구나 하고 편하게 나왔어요. 웃고 나왔어….]
3년 전, 지인의 소개로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였다.
단핵세포를 머리에 직접 주입하는 위험천만했던 시술.
[정OO / 파킨슨병 환자 : 머리에 주사를 맞아서 머리가 이렇게 부어서 왔어요. 나중에 머릿속에서 출렁출렁 소리가 나더라고요. 약물을 넣었나 보다. 좋아질 거다 했는데. 뭐, 별로였던 거 같아요. 지금도 머리 아프면 그때 그 부작용인가 걱정을 해요.]
줄기세포 시술을 한 성형외과를 찾아 나섰다.
폐업하고 없었다.
원장과 연락이 닿았다.
[○○○ 성형외과 원장 : (저희가 궁금한 게, 그때 파킨슨 환자분도 줄기세포로 치료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제가 안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강남에서는 줄기세포 시술을 한다는 의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용 목적의 성형시술은 문제없지만, 치료는 불법이다.
[A 의원 관계자 : 만병통치약이라고 보시면 돼요, 줄기세포는. 왜냐면 분화가 되면서 내 조직을 만드는 세포들이거든요.]
1년간 10여 차례 시술받는 데 1억 원.
[A 의원 관계자 : 파킨슨이나 중증으로 오신 분들은 기본 5천만 원 정도로 설명 드려요. 1년 과정에는 1억이고요.]
줄기세포를 배양하지도 않은 골수 혈액에서 단핵세포를 단순 분리해 목 경동맥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다.
[A 의원 관계자 : 보통 경동맥으로 들어가는 분들은 거의 뇌질환 쪽이세요. 알츠하이머, 루게릭도 보시고요.]
강남의 다른 줄기세포 시술 의원에서는 시술 방식과 관련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B 의원 관계자 : (경동맥으로 넣는 건) 위험해요. 들어갔다가 혈전이나 이런게 생기면, (파킨슨병은) 동맥으로 해도 흑질로 들어가는데, 우린 그런 시스템 갖추고 있어요.]
허가가 필요한 줄기세포 배양까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B 의원 관계자 : 배양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배양도 해요. 알음알음으로 믿고 맡겨주는 환자만 하는 거예요.]
코로나19로 중국이나 일본에서 시술하는 길이 막히자 영업은 더 잘 된다.
[C 의원 관계자 : 지금까지 코로나 때문에 2월부터 해외에 못 나가신 분들이, 중증 환자들이 많잖아요. 다 이렇게 돌려서 맞고 효과를 보신 거예요. 의심하지 마세요. 저희만의 특허된 기술이고.]
아토피도, 간도 치료하는 특허는 없다.
[C 의원 관계자 : 아토피라고 할지라도 간도 좋아지기 때문에 아토피로 허가를 받은 거예요.]
불법이지만 단속은 없다.
관련 기관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불법 이런 거에 대해서 확인은 건강보험공단에서 환자한테 비용을 잘 못 받았다든지….]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 저희 공단에서도 거기에 대해서는 딱히 업무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없거든요. 업무 자체가 심평원 쪽에서 담당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 비급여 항목의 관리는 일단 저희는 보건복지부라고 답변을 드리고 있거든요. 저희 쪽에서 비급여를 따로 관리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튜브에서는 줄기세포 시술의 기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수소문 끝에 영상 속 파킨슨병 환자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
말을 이어가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떨림이 심한 여성.
줄기세포 시술 후 10일. 눈에 띄게 떨림이 줄어든 모습이다. 그런데 가족의 말은 다르다.
[동영상 환자 가족 : 보시기에 그렇죠. 그런데 공교롭게, 시술받기 전에도 컨디션에 따라서 어떨 땐 되게 괜찮고, 어떨 땐 심하게 떨고 그러긴 했어요. 꼭 이걸 줄기세포 시술을 받아서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줄기세포 시술 병원에서 환자들을 끌어모을 때 공통으로 등장하는 것이 줄기세포가 스스로 아픈 곳을 알아서 찾아간다는 이른바 호밍 효과.
[D 병원 관계자 : 몸의 아픈 곳을 찾아가는 게 줄기세포예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작용 우려가 있고 효과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한국 줄기세포 학회 관계자 : 한꺼번에 많이 집어넣으면 덩어리가 돼요. 그래서 혈액이 응고돼서 막히게 돼요. 호밍효과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몇 퍼센트가?'라고 이야기한다면 'few 퍼센트'입니다. (거의 희박한 확률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줄기세포 시술 경험자 가운데는 유독 파킨슨병 환우들이 많았다.
투병 기간이 길고, 그만큼 마음의 병도 심해 기적을 이야기하면 쉽사리 넘어간다.
[이윤옥 / 파킨슨병 환자 : 내가 주머니에 돈 있으면 이거 한번 해서 효과 좀 볼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훈련이 잘 돼 있어요, 그 사람들(영업사원)이. 그래서 저는 잘 알고 있는데도 듣고 있으면 거부하기가…. 아주 솔깃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안 넘어갈 수가 있겠어요?]
[김종옥 / 파킨슨병 환자 : 결론은 돈 낭비였죠. 힘든 사람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아주 나쁜 인간의 부류죠, 그 사람들은.]
파킨슨병이 서서히 가라앉는 고통이라면, 루게릭병은 콘크리트 벽이 옴짝달싹 못 하게 시시각각 죄어오는 공포다.
[박현수 / 루게릭병 환자 최막례 씨 아들 : 엄마는요, 강직이 많이 됐어요. 쭉 뻗어버려요. 엄마는 전신으로 강직이 오니까 힘들죠. 손도 못 움직이고. 그걸 지켜보고 있는 제 마음은 더 찢어집니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
끝이 보이지 않는 병간호는 아들마저 고개조차 돌리기 힘든 비좁은 벽 속에 가뒀다.
[박현수 / 루게릭병 환자 최막례 씨 아들 : 그런데 제가 생각을 해 보니까 제가 실수한 게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나잖아요. 제가 결론을 내린 게, 일단 나를 접자. 나를 저버린 거예요. 그러면서 우울증이 와 버린 거예요.]
마음의 병을 견디지 못한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머리를 다쳐 장애를 얻었다.
그런 그를 끝까지 붙잡고 지킨 건 아버지였다.
[박권호 / 루게릭병 환자 최막례 씨 남편 : 밉죠. 미워 죽겠어요. 왜 그렇냐 하면, 자기 엄마가 지금 한쪽으로는 요양병원으로 가니까 한가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놈이 딱 거기서 일을 벌려 버려. 내 발목을 또 잡아.]
아들이고 아내이기 때문에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고맙다.
[박권호 / 루게릭병 환자 최막례 씨 남편 : 집사람이 웃으면 참 예뻐요. 나는 그 재미로 보죠. 본인이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잘 먹고 잘 버텨주니까 저도 고맙죠.]
그들에게 줄기세포 연구는 어떤 의미일까?
[박현수 / 루게릭병 환자 최막례 씨 아들 : 저희가 제일 기대했던 게 뭐냐면,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를 가장 기대했는데 그게 사기로 끝나면서 참 많이 실망을 했죠. 상처를 받았죠, 그때….]
오정의 씨는 힘겹게 인터뷰에 응했다.
루게릭 환우들의 아픔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움직일 수 있는 건 눈동자뿐.
그 작은 움직임에 반응하는 마우스로 자판에 글자를 찍어 한 마디 한 마디 전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시험에 참여했다.
좋은 연구진이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줄기세포 연구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버텨냈다.
[양현수 / 루게릭병 환자 오정의 씨 아들 : 골수 채취하고 이런 과정이 되게 힘들어 했어요. 누워 있어야 하는데. 아픈 부위여서. 골수 채취하는 데 되게 힘들어 했었어요.]
아들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양현수 / 루게릭병 환자 오정의 씨 아들 : "루게릭 의심 된다 얘길 들었을 때 1시간 넘게 아무것도 못 했어요. 직장 있을 때인데…. (어머님은 어떠셨는지?) 엄마는 엄청 우셨어요. 터미널에서….]
이젠 온몸이 굳어 버린 엄마는 눈동자를 움직여 색깔을 가리켰고, 아들은 무슨 말인지 금세 알아챘다.
[양현수 / 루게릭병 환자 오정의 씨 아들 : 빨, 노, 초,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초록색, 빨간색, 소. 받침, 빨, 노, 리을, 솔. 빨, 노, 초, 이응, 지읒, 솔직하게? 솔직하게? 애 보는 심정이에요. 애 키우는 심정이에요. 엄마랑 이런 시간을 보낼 기회가
없잖아요, 보통은.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남들보다 엄마랑 좋은 시간을 보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다.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엄마는 눈물을 흘린다.
[양현수 / 루게릭병 환자 오정의 씨 아들 : 울지 마. 못생기게 나온다.]
그들에게 줄기세포는 꿈이고 희망이었다.
이제는 놓고 싶지만 놓을 수 없는 미련이다.
[양현수 / 루게릭병 환자 오정의 씨 아들 : 걱정이 좀 됐어요. 저희가 총대를 메고 줄기세포 치료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저희 같은 경우엔 다시 그런 기회가 오면 안 한다는 입장을 말씀 드리는 거지, 반대, 하지 마라,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비칠까 봐.]
파킨슨 환우들이 약 기운으로 깨어 있는 시간.
정겨운 대화와 소박한 운동이 가능한 순간.
늦가을 저녁 시원한 풀 냄새.
강바람에 물든 붉은 태양.
그들에게는 이 순간이 기적이다.
풍족한 생활과 높은 지위가 아닌 그저 평범한 일상이 그들에게는 기적이다.
[전희규 / 파킨슨병 환자 : 우리 아들이 장가를 가서 아기를 낳았어요. 딸을 낳았는데, 그 애 보는 재미로 살아요. 아기 생각하면 빨리 못 죽겠더라고요. 손녀가 한 스무 살 될 때까지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데,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윤옥 / 파킨슨병 환자 : 어차피 나도 움직이지 못하면 (요양원에) 가야 한다. 그 생각하면 너무 슬프고. 좀 늦게 갔으면 좋겠다. 요양원이 그렇게 아주 나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여름옷인데 한 번밖에 못 입었어요. 이걸 붙들고 살고 싶은데, 입을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그거 입으면 가장 어디 먼저 가보고 싶으세요?) 이거 입고 엄마한테 먼저 가고 싶어요. 엄마한테 잘 못 가거든요. 제일 부모님에게 불효하는 거 같아요. 그게 가장 슬퍼요.]
[박현수 / 루게릭병 환자 최막례 씨 아들 : 그러니까 저는요, 가끔 꿈을 꿔요. 지금 엄마가 걷지를 못하거든요? 꿈을 꾸면 엄마가 걸어서 저한테 오는 꿈을 꿔요. 그런 꿈을 꿉니다. 제가 엄마한테 가면요, 항상 긍정적으로 말을 해요. 엄마 나으면 우리 제주도 여행 가자고.]
[오정의 / 루게릭병 환자 : (가족들과 함께했던 좋았던 기억, 꿈이 있으세요?) 제주도 여행. (한 번 더 그런 제주도 여행 갔으면 좋겠어요. 그렇죠?) 네.]
그것은 신의 치료제.
모든 생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 열쇠.
난치병으로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울
마지막 희망.
현대 의학의 위대한 도전.
잃어버린 젊음을 되찾아 줄 마법.
황금을 만드는 미다스의 손.
그리고 부와 명예,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
우리는 희망과 욕망 사이 어디에 있을까.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