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저는 여러분과 다르게 물리적으로 물질적으로 어려운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분보다 훨씬 행복한 시대를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 말씀을 드리냐 하면 당시에는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았고 기회도 많이 있어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졌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더 어려워져버린,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도 어느 정도 작동해서 저 같은 사람이 새로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그 기회가 현실이 돼서 제가 이 자리에 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객관적 상황은, 현재 상황은 더 나아 보일 수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래가 없다는 것입니다.
과연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낫겠는가. 기성세대인 제 입장에서도 보면 과연 내 다음 세대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또 그다음 세대는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 보면 매우 비관적인 거죠.
그래서 미래가 없는, 희망이 쉽게 싹트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가 그런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게 경쟁이 아니라 전쟁이 돼버렸다. 누군가 밀어내지 않으면 내가 밀려나는. 그리고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이런 세상이 참 가혹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친구는 원래 협력적 경쟁관계가 돼야 되는데 이제는 경쟁을 넘어서서 전쟁을 치르다 결국 적이 되어 버리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도 있는 것이죠.
또 특히 오징어게임을 보면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에 사실은 반응이 높은 것인데 누군가는 편을 먹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누군가를 밀어내야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편을 먹어야 하는데 방법은 다양하죠. 세대끼리 편을 먹을 수도 있고 성별로 편을 먹을 수도 있고 지역별로 편을 먹을 수도 있고. 여하튼 편을 갈라서 서로 전쟁을 치르고 누군가는 밀려나서 도태되는 거죠.
그런 상황을 극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여러분께서는, 저도 사실 뭐 자녀들이 있죠. 자녀들이 있고 또 답답한 상황이기도 한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두 가지 루트가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그나마 있는 이 작은 경쟁 체계 속에서, 기회 속에서 이 경쟁의 룰이 좀 더 공정하고 좀 더 과정도 공정해서 결과를 수용할 수 있어야 된다. 비록 내가 탈락할지라도. 경쟁의 공정성, 룰의 공정성 중요하다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건 사실 현상적 문제 아니겠습니까? 근본적으로는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 경쟁에서 졌다고 해서 도태되지 않는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상황, 즉 기회가 더 많은 세상이 되어야 되는 거죠.
제가 성장이라는 화두를 자꾸 던지는 이유도 현재 있는 문제 속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 원천인 문제 자체를 없애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즉 성장을 회복해서 우리 기성세대는 사실 연간 성장률 7%, 10% 이런 시대를 살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0%대, 많아야 1%대 시대를 살기 때문에 기회 부족으로 사실은 엄청난 격렬한 고통을 겪는 거죠. 그래서 그 길로 저는 가는 것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거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소위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데 여기는 기득권이라고 하는 게 있는 거죠. 공정한 질서를 회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기회들이 효율성을 발휘하게 하는 게 사실은 성장의 길입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죠. 공정한 시대는 흥했고 불공정한 시대는 망하거나 기회를 잃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성체제의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저항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죠. 두 번째 성장하는 방법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에너지 전환이나 기후위기 또 디지털 전환, 이런 대외적 요인들을 우리 공동체의 힘으로 과감하게 투자하고 혁신해서 기회로 만드는 겁니다. 어차피 남들도 가야 될 길이거든요.
미리 제시한 질문에도 하나 있기는 하던데. 예를 든다면 우리가 탄소제로 사회, 또는 탈탄소 사회로 가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이 예를 들면 유럽이나 미국에 진출할 때 소위 탄소국경 조정세, 탄소국경세를 엄청나게 부과를 당해서 국부가 유출될 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일찍 탄소부담금을 부과해서 유럽 기준을 넘어선다면 우리가 수입하는 데다 탄소부담금을 부과하고 우리 기업들은 국제경쟁력을 갖게 되겠죠.
다만 이 과정에서 물가가 오르고 또 산업들이 전환하는 데 엄청난 고통과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아프죠. 우리가 전환적인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려면 사실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투자가 필요하죠. 마치 내가 부상을 입었는데 또는 새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서 엄청난 한 번의 수술을 겪어야 되는데 거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고통이 따릅니다. 하기 싫죠.
그러나 그럴 때 우리가 선택해야 되는 것은 죽지 않기 위해서,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수술이란 고통을 감내하고 수술 비용을 빌려서라도 조달해야 더 건강하게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겠죠.
그게 기후위기라고 하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것이다. 그걸 누가 더 과감하게 더 빨리 해내느냐에 따라서 국제경쟁력이 결정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사실 여러분들 보면 약간 무서워요. 무슨 말씀을 하실까. 자신 없는 질문도 많이 할 거거든요. 답이 없는. 그러나 안 물어볼 수 없는 그런 질문들도 많이 할까 두렵기는 한데 하여튼 저도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들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또 제가 알고 있는 또 제가 하고 싶은 말씀도 드리고 서로 소통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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