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6월 창고형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폭염 속에 카트 정리 작업을 하던 29살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사망 진단서에 온열과 탈수가 명시됐는데도, 두 달 넘도록 회사 측이 책임 인정이나 사과 한 마디 없다며 철저한 산재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유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낮 최고 33도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6월 19일 코스트코 하남점,
퇴근길 고객 차량이 가득 찬 주차장에 작업 조끼를 입은 직원 2명이 걸어갑니다.
카트 정리 작업을 하다가 숨진 29살 고 김동호 씨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입니다.
몸에 이상을 느낀 김 씨가 잠시 쉬겠다며 동료에게 얘기한 뒤 왼쪽 주차장 구석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이후 차량 뒤쪽으로 몸을 옮긴 김 씨가 의식을 잃으면서 더 이상 보이질 않습니다.
3분 뒤 쓰러진 김 씨를 발견한 직원들이 달려와 급히 심폐소생술에 나서고,
이어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김 씨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공개된 CCTV엔 20kg에 달하는 카트 수십 개를 옮기며, 고된 작업을 하는 김 씨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유족들은 김 씨가 폭염 속에 1층부터 5층 주차장을 오가며 하루 4만 보를 걸을 정도로 혹독하게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김동준 / 고 김동호 씨 친형 : 동호가 근무할 때는 주차장에 냉풍기를 틀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공기순환장치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으며 시원한 물도 5층에 가야 마실 수 있었습니다. 40도가 육박하는 공간에서 노동자를 위해 제대로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김 씨 사망진단서에는 폐색전증의 원인이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명시돼 있습니다.
정해진 휴식 시간은 3시간에 단 15분, 다른 지점보다 카트 관리 근무 인원이 적어서 쉴 틈도 없었다고 유족들은 호소합니다.
하지만 코스트코코리아 측은 김 씨 사망 두 달이 넘도록 사과 등 어떤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결국 유족들은 코스트코 측의 책임 인정을 촉구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산업재해를 신청했습니다.
[박건희 /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장 : 주차장 한쪽에서 쓰러져 사망한 청년 노동자와 유가족은 아직도 코스트코에 사과 한마디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사망진단서도, 전문가도, 일반 국민도 과중한 업무에 온열로 쓰러졌다고 이야기한다. 오직 코스트코만 지금까지 자기최면을 하며 병사라고 우기고 있다.]
여기에 숨진 김 씨의 빈소를 찾은 회사 측에서 지병을 숨긴 게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김길성 / 고 김동호 씨 아버지 : 저희 동호가 원래부터 병이 있었던 것 아니냐. 그리고 또 한 분은 병이 있는데 숨기고 입사하지 않았냐 하고 막말을 퍼부었다고 그렇게 말을 전해 들었거든요.]
고용노동부는 코스트코코리아 직원과 관계자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YTN 유서현입니다.
촬영기자 : 신홍
그래픽 : 지경윤
YTN 유서현 (ryu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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