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국방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2조 원 대 차기 국산 잠수함 개발사업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례적인 보고서를 냈습니다.
국내 독자 개발로는 제대로된 잠수함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미 설계에만 600억 원이 들어간 상태여서 군 당국의 결정이 주목됩니다.
함형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장보고-3 사업으로 불리우는 국산 차기 잠수함 사업은 예산 2조 7,000억 원대의 대표적인 전략무기 개발사업입니다.
현재 5년째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3,000톤 급 중대형 디젤 잠수함 3대를 차례로 완성해 전력화 할 계획입니다.
잠항거리가 한달을 넘고 사정거리 1,000km 이상의 잠대지 순항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데다 처음으로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과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은 이 잠수함의 설계 과정을 중간 점검해달라는 방사청의 연구 용역을 받고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이 국내 기술진의 설계와 부품 장비개발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또 해외기술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해외에서 설계도와 부품을 들여와 조립 생산했던 1,200톤 급과 1,800톤 급 소형 잠수함 건조 경험만으로는 3,000톤 급 설계와 건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동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나 진동 등을 설계과정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해 최적화하는 기술적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진단입니다.
또 설계 중간 단계마다 검증하고 기술적 책임을 질 능력이 있는 전문 기관이 국내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점도 문제시했습니다.
공동개발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간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잠수함의 부품 개발을 담당할 협력업체 숫자가 외국에 비해 10분의 1도 안될 정도로 산업 인프라가 취약한 점도 거론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작성돼 군 당국에 제출됐고 지난 3월 중순엔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별도의 서면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연구를 의뢰했던 방위사업청은 이같은 권고 사항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현대와 대우측도 설계와 개발 능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해외기술협력을 하면 국내 핵심기술이 유출될 우려까지 있어 국방연구원 보고서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차기 잠수함 사업의 기본설계에는 이미 국가 예산 600억 원이 투입된 상태.
부실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를 받아들일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잠수함 독자개발의 길을 고수할 지, 군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함형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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