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장병 우려' 약물, 대장내시경에 사용

2011.12.26 오전 09:00
[앵커멘트]

대장 내시경을 하려면 반드시, 장을 비우기 위한 '장 정결제'를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YTN 취재 결과 일부 의원급 병원들이 신장병 유발 우려 때문에 사용이 금지된 약물을 '장 장결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고한석 기자.

문제의 약물, 뭔가요?

[리포트]

물약 형태의 인산나트륨제입니다.

부작용이 알려지기 전인, 1990년대 '장 정결제'로 널리 쓰였습니다.

'장 정결제'는 대장 내시경을 하기 전, 장을 비우기 위해 전날과 당일 아침에 먹는 약인데요.

가루약의 경우 물 4ℓ에 타먹어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 인산나트륨제는 100㎖ 이내 적은 양으로 장 세척이 가능합니다.

원리는 대장 안 내용물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설하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탈수 현상과 인산나트륨제의 과도한 인산 성분 등이 신장에 무리를 주는 것으로 학회에 보고돼 현재는 '장 정결제'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제품의 종류는 외국의 경우 미국 '프리트사'가 만든 '포스포 소다' 등이 있고, 국내 제약사들도 성분이 같은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질문]

심하면 신부전증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떤 증상이 있나요?

[답변]

'인산나트륨제'로 인한 신장병을 '급상 인산신장병증'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2009년 대한신장학회 자료를 보겠습니다.

급성 신장 손상, 전해질 불균형, 의식 저하, 심하면 만성 신장질환이나 신부전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신장 결석이 생긴 경우도 국제 학술지에 보고 됐습니다.

의사들의 말을 직접 들어 보시겠습니다.

[녹취:김태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신장 기능 전체가 나빠집니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나중에 투석을 해야되는 경우도 있어요.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몇몇 보고에 의하면 이 약제에 의해서 영구적인 신장 손상도 가능한 것으로..."

[녹취:양형규, 대장항문 특화병원 병원장]
"콩팥에 칼슘을 침착시켜서 결석 같은 것을 유발하기 때문에 지금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55세 이상 고령자나 원래 신장이 나쁜 사람뿐만 아니라, 정상인도 신장병 발병률이 1∼4%에 이르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게, 학회의 소견입니다.

[질문]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이미 '인산나트륨제'의 위험을 경고했다고요?

[답변]

대한신장학회 자료를 보면, 인산나트륨제의 부작용이 처음 보고된 시점이 2003년입니다.

2005년에는 급성 인산신장병증 사례 21건이 학술지에 보고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FDA가 처음 이 인산나트륨제의 위험을 경고 한 것은 2006년입니다.

그 이후에도 신장병 부작용이 끊이지 않자, 2008년에 다시 경고했고, 약품 상자에 경고 문구도 넣게 했습니다.

[질문]

그 뒤 제품이 리콜되고 의료 소송도 벌어졌죠?

[답변]

제조사인 미국 프리트사는 2008년에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신장병이 발병한 사람들의 의료 소송이 잇따랐습니다.

제조사를 상대로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이 150건이 넘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 20여 건의 신장병 발병 사례가 학회에 보고됐습니다.

[질문]

우리 식약청은 2009년에 사용을 금지했죠?

[답변]

미국 FDA의 경고가 나온 뒤 우리 식약청도 국내 의사와 약사들에게 위험성을 알졌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장 정결제'로 사용할 수 있는 허가 약품 품목에서 '인산나트륨제'를 아예 빼버렸습니다.

사용을 금지한 겁니다.

대신 하루 20㎖ 정도 소량을 변비환자에게 처방하는 일종의 '설사 유도제'로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팔리고 있는 인산나트륨제의 상자에는 '변비시 하제'라고 써 있고, 신장병 위험 경고 문구까지 적혀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도 이 인산나트륨제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어딘가요?

[답변]

종합병원이나 상급 종합병원에서는 2009년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인산나트륨제 처방하고 있는 곳은 일부 의원급 병원입니다.

대장항문을 전문적으로 보는 비교적 규모가 큰 병원도 있었습니다.

미국산 뿐 아니라, 성분이 같은 국내 제약사 제품도 환자에게 처방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찾아가서, 대장 내시경을 받겠다고 한 뒤 진료를 받았는데, 별다른 거리낌 없이 인산나트륨제를 먹으라고 줬습니다.

직접 들어 보시겠습니다.

[녹취:대장항문 병원 간호사]
(콩팥에 안 좋다는 얘기 있던데?)
"그런거 없어요."
(몸에 전혀 이상 없어요?)
"네, 장을 비워주는 약이기 때문에 괜찮아요."

[녹취:대장항문 병원 의사]
(4ℓ 먹어야 하잖아요?)
"그건 옛날 방식이에요. 한 컵 먹으면 됩니다."

[질문]

그런데, 왜 이런 약을 사용하는 건가요?

[답변]

가루약 형태의 '장 정결제'는 물 4ℓ에 타먹어야 하기 때문에, 양이 너무 많아서 환자들이 꺼려한다는 게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 의사들이 과거 90년대 '인산나트륨제'를 사용하던 관성 때문에,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도 원인입니다.

의사의 말을 직접 들어 보시겠습니다.

[녹취:대장항문 병원 의사]
"과거에는 대학병원에서도 많이 썼어요. 그러니까 '나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아무 문제 없고, 내 주변에서도 문제 생긴 경우가 없는데, (약을) 왜 바꾸냐?' 환자들이 먹지도 못하겠다고 하는데..."

[질문]

우리 보건당국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답변]

취재진이 인터넷에 나와 있는 병·의원에 전화 한 통화만 해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사실을 보건당국은 실태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식약청은 의사들이 약을 어떻게 쓰는지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의사들의 안전 불감증과 보건당국의 무관심 속에 의료 소비자들만 신장병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겁니다.

최근 우리 식습관이 육류위주로 서구화되면서, 대장암 발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 50세 이상 국민에게 대장내시경을 반드시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보건 당국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지금까지 YTN 고한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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