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광주 사고에 눈물짓는 잠원동 붕괴사고 유족..."저희가 죄송합니다"

2021.06.19 오후 10:24
[앵커]
광주 철거건물 사고 소식에 2년 전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 피해자와 유족은 누구보다 참담합니다.

자신들이 지자체에 관리·감독 책임을 제대로 물었더라면 비슷한 사고가 없었을 거라며 오히려 자책하고 있습니다.

정현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9년 7월,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차도 쪽으로 쓰러졌습니다.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신부가 숨지고 4명이 다친 붕괴 사고.

아버지는 딸을 가슴에 묻었지만, 광주 철거건물 사고를 보고 2년 전 기억이 떠올라 괴롭습니다.

[이원민 / 잠원동 사고 사망자(예비신부) 아버지 : 집사람이 아침밥 해주다가 무심코 TV를 켰는데 그 장면이 나왔어요.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쓰러졌어요.]

펜을 들고 광주 철거 사고 부상자와 유족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아픈 마음에 시들어가는 건강을 챙기라는 위로의 말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저희가 죄송하다"라고 적었습니다.

철거건물 사고 재발방지책을 2년 전에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죄했습니다.

[이원민 / 잠원동 사고 사망자(예비신부) 아버지 : 강하게 주장하거나 호소하는 활동을 못 했다는 측면, 그래서 막을 수 있었던 사고인데 못 막았다는 게….]

지난해 4월 관련 법이 바뀌긴 했습니다.

3개 층이 넘는 건물을 해체할 땐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했고, 공사업체에서 무자격자를 감리로 뽑는 걸 막았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하지만, 광주 사고 현장에 감리가 상주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관련 규정까지 꼼꼼히 마련되지 않은 게 자기 탓인 양 괴롭습니다.

[황기연 / 잠원동 사고 피해자(예비신랑) 아버지 : 감리도 현장에 나와야 한다는 부분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겠는지, 법만 개정했다고 해서 현장에서 따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2년째 검찰이 수사를 질질 끌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구청 관계자를 엄벌한 사례도 못 만들었다며 울분을 토하는 잠원동 사고 피해자 가족들.

[황기연 / 잠원동 사고 피해자(예비신랑) 아버지 : 재판에서 판사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못을 따지면 이에 대해 조치가 나올 거 아닙니까? 사고는 있는데 조치는 없으니까요. 판례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던 자식을 보내고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없기만을 바랐지만,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걸 보면서 마음은 갈수록 착잡해집니다.

[이원민 / 잠원동 사고 사망자(예비신부) 아버지 : 똑같은 사고가 일어난 거죠. 잊고 싶은데 잊을 수 없고, 보고 싶은데 볼 수 없고….]

YTN 정현우[junghw5043@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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