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상속을 포기하면 당연히 갚아야 할 채무도 물려받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별도로 조치하지 않을 경우, 내 자식들은 그 빚을 갚은 의무가 남게 된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었는데요.
대법원이 8년 만에 기존판례를 바꿨습니다.
김혜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갚아야 할 돈을 남긴 채 숨진 A 씨.
A 씨 아내는 상속재산 안에서만 빚을 갚는 '상속 한정승인'을 하고 자녀들은 모두 상속을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채권자는 A 씨의 아내는 물론, A 씨 손주들에게로 빚 독촉 상대를 넓혔습니다.
빚 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고, 빚을 떠안게 된 A 씨 손자녀들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가운데 자녀 모두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고, A 씨 손주들이 빚을 갚을 책임이 없다며 8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었습니다.
[김명수 / 대법원장 :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와 직계존속이 있더라도 배우자만 단독 상속인이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 의견입니다.]
대법원은 상속을 포기한 자녀들은 부모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녀에게도 상속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녀가 상속을 포기했다고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되는 건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 반한다는 겁니다.
다만, 채무자의 배우자와 자녀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가 상속인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손자녀도 절차를 거쳐 상속을 포기해 종국에는 채무자의 배우자만 단독상속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존 판례로 인해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왔지만 이번 판결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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