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X파일] "'음주 뺑소니' 김호중, 100장 넘게?" 형사사건 '반성문', 현실 조언

2026.02.09 오후 01:24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02월 09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상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언론에 보도되는 형사사건들을 보다보면, 가해자들이 재판부에 제출했단 공통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반성문’이죠. 그런데 이 반성문을 보다 보면요. ‘이게 정말 반성문이라고 낸 건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내용, 실제 법정에서 읽힌 피고인의 반성문 내용입니다. ‘이게 반성문이 맞나’ 싶으시죠. 그런데 사실 대다수의 반성문은 이런 톤이 아니긴 합니다. 다른 사례도 하나 살펴보죠. ‘이제야 좀 반성문답다’ 싶습니다만 이 반성문은요. 알지도 못하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하고 웃기까지 했던 박대성이 쓴 반성문의 일부입니다. 이쯤되니 차라리 억울함을 표현했던 반성문이 그나마 진정성 있는 것 아닌가란 생각까지 들 정돈데요. 궁금한 건 이겁니다. 과연 이 반성문이 실제 재판엔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피고인이 매일같이, 수십 장씩 반성문을 제출한다면 아무리 잔혹한 범죄자여도 반성의 여지가 있다며 감형될 수 있을지. 이 부분이죠. 그리고 오늘 또 하나 짚어볼 쟁점이 있습니다. 답변부터 드리자면 반성문 열람 여부가 늘 허용되는 건 아닙니다. 사건마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달라지죠. 왜 그런 걸까요? 오늘 에서 사례와 함께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상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상민 : 안녕하십니까? 김상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먼저 이 사건부터 짚어보죠. 항소심 법정에서 검사가 피고인의 반성문을 직접 읽으면서, 강하게 문제를 삼았던 사례가 최근 보도됐는데 도대체 반성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던 거죠?

◆ 김상민 : 네, 정말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검사가 법정에서 직접 낭독한 피고인의 반성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술을 먹고 사람을 죽였는데 그게 무슨 큰 잘못이냐. 1심 형량이 무거워 억울해 항소했다.’ 이게 과연 반성하는 사람의 태도인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죠. 검사조차 ‘유가족이 들었으면 피가 거꾸로 솟았을 말’이라고 강하게 질타할 정도였습니다.

◇ 이원화 : 변호인 측에서 왜 이걸 그냥 내버려뒀다 싶긴 한데. 일단 이 사건 자체도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김상민 :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전남 여수의 한 선착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50대인 피고인 A 씨가 함께 일하던 30대 후배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인데요. 범행 동기가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A 씨가 B 씨에게 '아버지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고 훈계를 했는데, B 씨가 이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격분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의 관계입니다. 과거에도 A 씨가 B 씨를 둔기로 폭행해서 특수상해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관계를 이어오다가 사건 당일에는 함께 바다낚시 여행까지 떠났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이원화 : 1심 재판부가 범행이 치밀하게 준비된 건 아닌 점, 범행 직후 피고인이 119에 직접 구조 요청을 한 점, 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을 참작해서 양형기준 권고형보다 낮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알려졌거든요? 그런데 방금 짚어본 반성문 내용을 보면. ‘진짜 반성하는 거 맞아?’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잖아요? 곧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데 이 반성문 때문에라도 형량이 달라질 가능성 있다고 보세요?

◆ 김상민 : 네,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히려 형량이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면 '진지한 반성'은 중요한 감경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피고인의 반성문은 '진지한 반성'과는 거리가 멀죠. 오히려 범행을 가볍게 여기고 억울함만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판부가 양형을 결정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수사와 재판 과정의 피고인 태도'에서 아주 나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이 '원심보다 더 무거운 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가 이 반성문을 근거로 피고인이 전혀 뉘우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이원화 : 반성문이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하는 경우, 그리 많지는 않죠?

◆ 김상민 :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전주환입니다. 전주환은 스토킹 혐의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 살인을 저질렀죠. 재판부는 이 점을 명확히 지적했습니다. ‘피고인은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고도 그와 상반되게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이것이 중형을 선고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또 '또래살인' 사건의 정유정 경우에도, 재판부가 ‘많은 반성문을 냈지만 과연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 ‘미리 대비해둔 것처럼 작위적’이라고 판시하며 반성문의 진정성을 의심했습니다. 이처럼 반성문의 내용이나 제출 후의 행동이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면 오히려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지점이 이걸 겁니다. 반성문이 도대체 재판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다뤄지냐’, ‘많이 쓰고 길게 쓰면 유리하냐’ 어떤 말씀 주시겠습니까?

◆ 김상민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성문의 '양'은 양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한 변호사는 의뢰인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고 하죠. ‘반성문은 그냥 기본이다. 안 내는 사람이 없다. 반성문이 없으면 괘씸해서 형이 올라갈 수 있지만, 반성문 하나 냈다고 형이 내려가진 않는다.’ 사실 이게 현실입니다. 최근 '음주 뺑소니' 혐의의 가수 김호중 씨가 항소심에서 100장이 넘는 반성문을 냈다고 해서 화제가 됐지만, 법조계에서는 양 자체가 감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말하는 '진지한 반성'이란, 범행을 인정하는 경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등을 통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따라서 수십, 수백 장을 내더라도 내용이 부실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 이원화 : 대표적 사례가 초등학생을 살해한 명재완 사건. 반성문을 80번 넘게 냈다 알려지면서 ‘혹시 감형되는 거 아니야?’ 많은 분들이 우려했는데, 실제 큰 영향을 주진 않았죠? 왜 그랬다고 보세요?

◆ 김상민 : 맞습니다. 명재완은 86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하며 뉘우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검찰이 ‘수사 초기에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반성문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최근 법원은 반성문의 양보다는 질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특히 명재완 사건처럼 살인과 같은 중대 범죄에서는, 단순히 반성문을 많이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을 깎아주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 이원화 : 일면식도 없던 10대 여학생을 살해했던 박대성 사건에서도 반성문 일부가 공개됐었는데 국민들 반응은 ‘진정성 없다’, ‘감형 받으려고 거짓말한다’였거든요? 재판부는 반성문의 진정성 여부, 어떻게 판단하곤 하죠?

◆ 김상민 : 재판부는 단순히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라는 문구만 보지 않습니다. 그 행간에 숨은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 교묘하게 피해자나 제3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지, 자신의 '범죄'나 '잘못'을 '실수'라고 표현하며 축소하는지,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사법기관에 폐를 끼쳐 죄송하다'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는지 등을 꼼꼼히 살핍니다. 박대성의 경우, 반성문에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후회가 밀려온다'고 썼지만, 범행 직후 CCTV에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모습이 찍혔고, 경찰 신고 중에도 ‘헤헤’ 웃는 소리가 녹취되는 등 반성과는 거리가 먼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런 재판 외적인 태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진정성을 판단하는 겁니다.

◇ 이원화 : 이쯤 되면 이런 질문도 가능할 것 같아요. 판사들이 그 많은 반성문을 다 제대로 읽기는 할까. 그런데 실제 피고인이 그런 의구심을 드러낸 사례도 있었죠?

◆ 김상민 : 네, 바로 '또래살인' 사건의 정유정입니다. 정유정은 재판부에 13차례 이상 반성문을 내면서도 '판사가 제대로 읽어볼까'하는 의구심을 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에 재판부가 직접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 재판부조차 정유정의 반성문에 대해 ‘그게 반성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죠.

◇ 이원화 : 재판부가 직접 ‘이건 반성문이라고 볼 수 없다, 다시 써와라’ 지적하거나 훈계하는 경우도 실제 있습니까?

◆ 김상민 : 네, 실제로 있습니다. 2019년 '신림동 무단침입' 사건의 첫 공판에서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반성문이 뜬구름 잡는 얘기가 많으니 구체적으로 다시 써오라’고 직접 지적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내용이 부실하거나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경우, 재판부가 직접 수정을 요구하며 훈계하는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 이원화 : 혹시 반성문을 아예 안 내면 오히려 괘씸죄로 문제가 되기도 하나요?

◆ 김상민 :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앞서 한 변호사의 말을 인용했듯이, 반성문은 감형을 위한 '플러스' 요인이라기보다는, 내지 않았을 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기본' 요인에 가깝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문 한 장 제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는다는 태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재판부에 '괘씸죄'로 찍혀 오히려 형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변호사님, 세상 참 놀랍다, 대단하다 싶었던 건, 재판 결과를 바꿔줄만한 반성문을 대신 써주겠다면서 돈을 받고 반성문을 대필해주는 시장까지 형성돼있다면서요? 이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었죠?

◆ 김상민 : 네, 있었습니다. 변호사나 법무사 자격 없이 온라인으로 반성문이나 탄원서, 의견서 등을 대신 써주는 대필 서비스를 운영한 일당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단 5분 정도의 투자만으로도 재판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광고하며 의뢰인들을 모았습니다.

◇ 이원화 : 한 건당 얼마나 받아 챙겼고, 이게 왜 명백한 불법인지도 짚어주시죠.

◆ 김상민 : 이들은 반성문이나 탄원서 대필 대가로 건당 적게는 7만 원에서 많게는 십수만 원씩을 받았고, 약 1년간 1300여 건을 대필해주고 총 1억 3천만 원이 넘는 돈을 벌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변호사법과 법무사법에 따르면, 변호사나 법무사가 아닌 사람이 금품을 받고 소송 등 법률 사건에 관련된 서류를 작성해주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됩니다. 돈을 받고 법률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자격이 있는 전문가에게만 허용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이제 피해자 입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 중 하나가 가해자가 제출한 반성문을 정작 피해자들은 볼 수 없단 점, 이거든요. 이건 왜 그런 거예요?

◆ 김상민 :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구조 때문입니다. 형사재판은 '국가'가 '가해자'를 처벌하는 절차입니다. 즉, 재판의 당사자는 국가를 대표하는 검사와 피고인인 것이죠. 피해자는 사건의 핵심 인물이지만, 법적으로는 재판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참고인'이나 '증인'의 지위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는 소송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 권한이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가해자의 반성문을 보는 것 역시 재판부의 허가에 따라 결정되는 겁니다.

◇ 이원화 :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확인이라도 하고 싶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현실이란 건데, 감정적 요구가 아니라, 현실적 제도 개선으로 검토할만한 부분은 없겠습니까?

◆ 김상민 : 네, 법조계에서도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반성문 정도는 공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더 나아가, 가해자가 제출한 반성문을 피해자에게도 보내주고, 피해자가 그것을 읽을지 말지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용서 여부에 대해 질문하고 그 답변을 재판에 공식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재판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자는 취지로,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현실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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