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잠시만요]'불안을 끌어안고 나아가기' 저자 김현경"불안을 종이에 쓴 뒤 구기고 바라보세요

2026.05.11 오후 11:16
[잠시만요]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6년 5월 10일 (일요일)
■ 진행 : 김영민 아나운서
■ 대담 : 심리상담사 김현경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김영민: 딱 이 시간대쯤 되면 기분이 착 가라앉는 분들 많으시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니 걱정도 되고 뚜렷한 이유 없이 초조함과 압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크고 작은 불안 하나쯤은 품고 살아갈 텐데요. 오늘은 이 불청객 같은 감정과 잘 지내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 해요. 불안을 끌어안고 나아가기의 저자 봄뫼 심리상담센터의 김현경 선생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현경: 안녕하세요.

◆김영민: 반갑습니다. 먼저 출연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소감이 어떠세요?

□김현경: 저는 다시 태어나면 라디오 진행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이 생에도 와서 보니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네요.

◆김영민: 조만간에 제 자리를 위협하실 것 같은데 오늘 잘 부탁드리고요. 먼저 청취자 분들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김현경: 봄뫼 심리상담센터를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김현경이라고 하고요. 그리고 얼마 전에 라는 책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영민: 책도 출간하시고 많은 분들의 불안과 두려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상담사로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마이크를 통해서 들려오는 상담사님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상담실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어요. 

□김현경: 그런가요?

◆김영민: 뜻하고 위로해 주는 듯한 목소리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전해져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일단 책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볼게요. 작년 11월에 출간이 된 책입니다. 제목이 인데요. 요즘 사람들은 불안을 없애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나는 불안하지 않아’ 이렇게 자기 스스로 세뇌를 하기도 하고 저도 그런 편인데 근데 오히려 끌어안고 나아가라라고 하셨어요.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현경: 아마 어떤 분들은 이 제목이 보기에 불편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우리는 불안을 없애야 할 것 극복해야 할 것 혹은 관리해야 할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표현이 제목이 처음부터 이해가 안 되시는 것도 너무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고요. 우리는 불안이 올라오면 자동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모드로 들어가거든요. 생각을 고치고 싶어 하고 내 감정을 통제하고 또 상황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더 준비하고 이런 방식으로 하죠. 그런데 이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고 굉장히 자연스럽고 사회적으로도 계속 강화되어 온 방식이잖아요. 근데 문제는 이 방식이 정말 효과가 있었느냐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명상 심리상담학을 전공하면서 공부하면서 건강 검진을 했다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어요.

◆김영민: 공부를 하시는 과정에서요?

□김현경: 물론 유방암 초기였고 수술하고 치료하면 무난하게 해결될 만한 일이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진단받기 몇 해 전에 친정엄마가 유방암으로 또 재발로 돌아가셨거든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굉장한 두려움과 공포가 생기더라고요. 나도 재발되면 어떡하지? 우리 아이들은 어떡하지? 그래서 제가 불안을 하지 않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을 했지만 잘 안 되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불안을 내가 다스리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잘 안 되더라, 그럼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제가 심리 상담사로서 공부해 온 수용 전념 치료라는 치료 기법이 있는데요 그 방법을 따라가면서 하나하나 치유해 가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불안을 없애려 하는 게 효과가 없었다면 오히려 끌어안고 나아가는 게 맞지 않는가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김영민: 불안하지 말아야지 할수록 불안이 강화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방금 수용 전념 치료 이런 말 쓰셨는데 좀 어려운 말 같아요. 일단 이게 어떤 뜻인지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김현경: 수용 전념 치료는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라고 해서요. ACT라고 쓰고 읽기로는 액트라고 읽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에 만들어졌어요.

◆김영민: 역사가 기네요.

□김현경: 사실은 치료 기법 치고는 굉장히 최신 기법인데요. 

◆김영민: 그 긴 역사 속에서는요?

□김현경: 맞아요. 그런데 수용 전념 치료를 얘기하기 전에 우리는 인지행동 치료가 그전 단계에서 굉장히 유행하던 치료 기법이었는데요. 보통 CBT라고 인지행동 치료라고 해요. 이런 거죠. 상담실에서 상담자하고 내담자가 논박을 하는 거예요. 근데 내담자가 어떤 자기의 생각을 얘기했을 때 상담자가 그거는 조금 비합리적이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건 지금 누구누구님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조금 다른 식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본인이 갖고 있던 생각이 비합리적이라는 걸 인지시키고 그거를 그럼 생각이 맞지 않으니 조금 더 긍정적이고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생각으로 바꾸자. 이게 인지행동 치료라고 볼 수 있는 거고요. 그거는 무슨 즉문즉설 같은 프로그램 같은 거 보면 저거 인지 행동 기법인데라는 생각도 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수용 전념 치료가 나타난 배경은 우리가 아 그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생각은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러니까 조금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야겠어라고 해서 쉽게 바꿔주면 너무 좋겠지만요. 굉장히 오래된 트라우마와 연결된 생각이라든가 아주 고착화된 신념 같은 거는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다른 식으로 접근해 보자 내가 이 생각을 바꾸지 않아도 이 생각과 내가 어떤 관계를 다시 맺음으로써 조금 더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이런 의도에서 이런 의미에서 출발한 게 수용 전념 치료입니다.

◆김영민: 그렇군요. 그럼 이 수용 전념 치료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봤으니까 조금 더 핵심 키워드인 불안에 대한 얘기해 볼게요. 요즘 사람들 안 불안한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특히나 요즘 더 불안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걸까요?

□김현경: 사실 불안은 우리가 삶의 어떤 부분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지 내가 하려고 하는 이 일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굉장히 정직한 신호예요. 그러니까 생각해 보세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없거든요.

◆김영민: 그렇죠. 내가 이 일을 잃을까 봐 불안한 것이죠.

□김현경: 잘하고 싶어서 그러니까 불안하고요. 그리고 돼지 삼형제와 늑대 뭐 이런 거 생각해 보시면요. 만약에 불안이 없었으면 그냥 지푸라기로 된 집에 살았겠죠. 그러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다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불안을 느껴야 또 위험을 감지할 수 있고 그렇다는 거는 생존 본능을 가진 동물이라면 인간이라면 당연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근데 문제는 불안 그 자체가 아니라 혹시 현대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불안을 없애야만 내 인생이 비로소 안전해질 수 있다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불안이 해결되면 난 진짜 괜찮아질 거야라고 믿고 다 가지만 불안이 해결되면 사실 또 다른 불안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거는 결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불안을 없애야만 안전해질 수 있다는 이 믿음이 혹시 자꾸 무언가를 회피하게 되고 무언가를 통제하게 되고 그렇게 반복되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영민: 지금 우리 현대인들이 불안을 너무 힘들어하는 이유는 불안을 적대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었는데 그 책에서 이런 얘기하셨어요. 불안과 친구가 되는 연습 불안을 내쫓아야 할 적이 아닌 내가 같이 어깨동무 하고 가야 할 친구로 삼아야 한다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누구나 불안이 있잖아요. 제 마음속에 불안함을 늘 해소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방법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현경: 제가 상담 공부하면서 어느 워크샵에서 직접 해본 방법이기도 한데요.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지금 앞에 있는 종이에다가 너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면들을 적어봐라. 저 같은 경우에는 그때 나는 너무 이기적이다, 게으르다,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항상 마무리가 잘 안 된다, 책임감이 없다 막 이런 식으로 저의 부정적인 면들을 적었거든요.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그러면 그 종이를 막 구기라는 거예요. 그래서 구겼어요. 그랬더니 그거를 그 책상 앞에 제가 마주 볼 수 있게 노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구겨진 종이를 한참 바라보게 시키셨거든요. 저는 그거 할 때 무슨 영문인지 사실 잘 몰랐어요. 뭘 하라는 거지. 그런데 명상 같은 그런 시간을 갖는데요. 내가 부족한 인간이라는 그 생각 있잖아요. 그 생각은 나와 여기 있지 않고 종이에 적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부족한 인간이야라는 생각이 나랑 융합되어 있지 않은 채로 생각은 생각일 뿐이고 그리고 그 생각은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저 거리에 있다 그래서요. 이만큼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연습을 한번 해봐라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불안한 생각이 올라올 때 그 생각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그 생각이 마치 나인 것처럼 하기보다는요,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이 올라왔구나 이렇게 거리를 두는 방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영민: 친구 사이의 거리를 무조건 둬야 되거든요. 그 방법을 똑같이 불안에도 적용하면 되겠구나 저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자 이렇게 불안이라는 화두를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같이 끌어안고 갈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직 이 책을 안 읽어보신 청취자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요. 혹시 이 책 내용 중에서 이 부분만큼은 꼭 읽어드리고 싶다 하는 그 부분만 좀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좋은 목소리로 낭독해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현경: 알겠습니다. 사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지인들의 반응을 들어보니까 책을 읽고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차이를 알게 된 게 굉장히 큰 수확이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을 한번 읽어드리면 어떨까 싶은데요. ‘우리는 모두 살아가며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원인은 다양하다. 질병일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이별이나 상실일 수도 있다. 때로는 나의 실수와 선택이 때로는 타인의 말 한마디나 무심한 태도가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고통은 우리를 비껴가는 법이 없다. 마치 거부할 수 없는 계절처럼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가차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고통에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육체의 오감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인 실체가 있다. 그것은 내 몸에 남겨진 수술 자국처럼 손끝으로 짚을 수 있는 어떤 감각 같은 것이다. 하지만 괴로움은 다르다. 괴로움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다. 괴로움은 고통이라는 현실에 내가 덧붙인 수많은 생각과 해석 의미와 상상이다. 고통이 상처라면 괴로움은 그 상처 위에 내가 자꾸만 들이대는 질문이다. 왜 하필 나인가? 이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전처럼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 망할 고통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런 질문들이 내 안에서 끝없이 맴돌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게 된다. 때로 그것들은 스스로를 겨냥한 비난이 되기도 하고 삶 전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체념이 되기도 한다. 나는 분명 고통을 피하려고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피하려는 태도 속에서 괴로움이 자라난 것이다.’

◆김영민: 저는 방금 이 내용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냐면 다치면 딱지가 생기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딱지를 회복될 때까지 가만히 두지 않고 굳이 뜯고 또 지면 뜯고 또 뜯고 그걸 참을 수 없이 계속 헤집는 맞아요. 그게 생각이 났어요. 고통이라는 것을 굳이 조금 이렇게 건드리고 계속 그렇게 하는 과정이 괴로움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저도 저에게 주어진 고통을 자꾸 괴로움으로 강화시키는 그런 순간들이 생각이 나면서 조금 반성하게 되기도 하고요. 조금 거리를 두면서 고통이 고통으로만 남게해야겠다는 생각을 좀 해 봤습니다. 제가 잘 이해한 게 맞나요?

□김현경: 너무 맞고요. 지금 말씀해 주신 에피소드는 제가 나중에 다른 책을 쓸 때 인용해도 될까 여쭤봅니다.

◆김영민: 허락 안 맡으셔도 됩니다. 다 쓰셔도 됩니다. YTN 라디오 오 늘 심리 상담사이신 김현경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앞서서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봤다면 이번에는 상담사님의 개인적인 얘기도 들여다볼까 싶어요. 처음부터 누구나 처음부터 뭐가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일단 맨 처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셨을 때는 상담사가 아니셨다고 들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셨고 그 이후 커리어도 상담과는 굉장히 무관했는데 어떻게 심리상담사가 되셨어요?

□김현경: 경영학 전공하고 처음에는 무역회사에 취직했다가 잘 맞지 않아서 영어 강사가 됐어요. 일반 기업체나 대학생들 그리고 종로에 있는 대형 어학원에서 인기 강사로 재직 했습니다. 회화도 가르쳤고 토익도 가르쳤는데 전 타임 마감 강사였습니다. 

◆김영민: 제가 한 번쯤 배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김현경: 그때 영어를 가르친다는 건 굉장히 재밌는 일이었어요. 특히 저는 약간 무대 체질이라 마치 강단에 서 있는 게 무대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저의 영어 수업을 듣고 학생들이 특히 젊은 학생들이죠. 막 변화하고 굉장히 좋아하고 또 실력이 향상되는 걸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영어를 가르치는 건 너무 좋지만 이거 말고 혹시 내가 사람들과 더 나눌 수 있는, 자신도 향상되고 뭔가 성취감을 느끼면서 사람들이랑 나눌 수 있는 그런 콘텐츠가 따로 없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고 나서 석사를 긍정심리학을 전공을 했어요. 그러다가 결국에는 박사는 중간에 명상이라는 걸 새롭게 배우게 되면서 명상 심리 상담학으로 박사 과정은 그렇게 공부하고 있고 그쪽으로 상담하고 있습니다.

◆김영민: 그렇군요. 제가 만약 영어 강사였다면 심리 상담가가 돼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을 것 같은데 굉장히 독특한 이런 흐름들이 너무 재미있는데 그리고 또 자녀분들도 함께 하고 계시잖아요. 책에 그 일상도 같이 담겨 있습니다. 근데 엄마가 심리 상담을 하면 저는 무서울 것 같아요. 내 내면을 다 들여다보고 있을까 봐요. 어떨까요? 뭔가 이렇게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학을 공부하고 나면 자녀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나요?

□김현경: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눈부처라는 말을 좋아하거든요. 혹시 무슨 말인지 아세요? 학교에 갔다 오고 나면 딸 아이가 막 와서 제 앞에서 학교에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막 쫑알쫑알 얘기를 해요. 그러면 제가 그 아이의 눈을 보거든요. 그러면 아이의 눈에 반사돼서 제 눈이 다시 보여요. 그 순간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느끼기에는 마치 그 순간을 붙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저는 상담학 공부하면서 심리학 공부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 하면 내가 죽고 나서 나중에 아이들이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 그리고 나는 이런 엄마로 아이들이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 조금 행동하는 거나 말하는 거나 아이들이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는 달라지는 걸 제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영민: 그렇군요. 아이들과 지금 일상을 보내고 계신데 조금 더 내밀한 선생님의 개인적인 얘기도 한번 해볼게요. 큰 일을 겪으셨죠? 앞서서 그 유방암 진단을 받으신 얘기를 해 주셨는데 그러고 또 이혼이라는 키워드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그 불안에 대해서 더 깊이 관찰하고 들여다 보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이런 일을 겪으면서 아 이런 내용들을 책으로 정리해 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셨던 건가요?

□김현경: 유방암 겪으면서는 정말로 그랬던 것 같아요. 이혼이라는 게 사실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생에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잘 맞지 않는다면 그러면 쿨하게 뒤돌아서 나올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사실은 어렵게 마음을 먹고 이혼을 했는데요. 저희 시부모님들은 강원도 분들이시거든요. 근데 아직도 김치하고 옥수수하고 감자하고 고구마하고.. 그래서 사실은 집에  귀가했을 때 문 앞에 스티로폼 박스가 있으면 가슴이 굉장히 아파요. 시어머님 생각도 나고 아직까지 챙겨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한테는 여전히 부모님이시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여전히 너무 괜찮은 아빠이고요. 그리고 저에게는 마치 친구처럼 또 근처에서 도와주는 그런 존재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혼은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여러모로 감사하다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김영민: 사실 질문지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이혼이라는 일을 겪으면서 삶이 이렇게 고립되고 우울하고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보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그런 분들이 나는 이혼을 경험했지만 ‘괜찮아.’ 이렇게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어떤 조언이나 이야기를 좀 해 주실 수 있다면요?

□김현경: 글쎄요. 세상은 결국에는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달으면서 지나간다고 느껴져요. 원하는 대로 잘 살고 싶었겠죠. 끝까지 잘 해내고 싶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실패도 있고 또 그게 전부는 아니고요. 그 와중에서도 뭔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런 인생의 어떤 지점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더 큰 그림을 보고 나아가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영민: 맞습니다. 처음에 유방암 진단받은 얘기를 해 주셨는데 그때 엄청 불안함이 밀려왔다라고 얘기를 해 주셨어요. 근데 상담받으러 온 내담자의 불안은 내가 도와줄 수 있지만 내 불안을 내가 치료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일 것 같거든요. 어떻게 극복을 하셨어요?

□김현경: 사실은 저는 그때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내담자분들이 오셔서 선생님 저 불안해요, 저 우울해요. 잠을 못 자요 그러면 제가 그 상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진짜 나의 일이 되고 나서는 아 그게 아니었구나 이 정도의 깊이로 사람들은 굉장히 힘들어 할 수도 있는 거구나라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 불안에 대한 감정을 스스로 치유하면서 제가 이전에 만났던 내담자분들에게 사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앞으로 만나 뵐 내담자분들에게는 조금 더 공감하고요. 잘 헤쳐나가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제 스스로를 그렇게 치료하는 데 임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김영민: 과정을 겪으면서 내담자들의 마음에 한 번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셨던 것 같네요. 심리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이 요즘은 좀 많아진 추세잖아요. 근데 여전히 저도 사실 이렇게 치유받고 싶고 상담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지만 선뜻 찾아가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어떤 기준으로 나도 심리 상담을 받아도 될까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김현경: 어떤 정신적으로 병이 있거나 너무 큰 좌절에 빠져서 절망하거나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이런 사람들만 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삶은 사실 굉장한 어려움과 도전으로 가득하잖아요. 그리고 또 사람들은 극복하고 성장하고 이러면서 그들의 삶의 역사를 쓰죠. 그래서 완벽하지 않는 자신을 수용하는 그런 정직함 혹은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올바르게 선택하는 지혜 이런 것들 자신의 성장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과정이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즉 모든 분들이 내담자가 될 수 있고 또 모든 내담자는 바로 이런 분들이세요.

◆김영민: 그렇군요. 그럼 내가 인생에서 가장 큰 고난을 겪었거나 엄청난 역경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어도 누구나 심리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이죠.

□김현경: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싶고 그리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회피만 하고 살았던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용기가 있다면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민: 여러분 혹시나 위로가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하시다면 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오늘은 불안을 끌어안고 나아가기의 저자 심리상담사 김현정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김현경: 감사합니다.

◆김영민: 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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