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승우 스승' 김희태 이사장의 마지막 꿈

2015.09.02 오전 06:51



[OSEN=서정환 기자] 한국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안정환(39), 박지성(34), 이승우(17, 바르셀로나 B)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축구지도자 김희태(62) 이사장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경기도 포천 이동면에 소재한 김희태 축구센터는 한국 유소년축구의 요람이다. 대우 로얄즈를 거쳐 아주대와 명지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김 이사장은 2002년 사재를 털어 경기도 포천에 김희태 축구센터를 세웠다. 처음에 ‘산속에 축구센터를 세우면 누가 오겠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현재 김희태 축구센터는 200여명이 넘는 유소년 선수들이 꿈을 키우는 한국축구의 산실로 발전했다.

바르셀로나 B에서 활약하는 이승우는 김희태 축구센터가 배출한 최고의 선수다. 이승우는 일동초 시절 5년 동안 김희태 축구센터에서 축구의 기본기를 익혔다. 이승우의 화려한 발재간 뒤에는 김 이사장의 축구철학과 가르침이 배어있었다.

김 이사장은 “이승우는 밥만 먹으면 바로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갔다. 어렸을 때 3대3, 5대5 같은 미니게임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이승우가 지금 개인기가 좋은 이유”라며 유소년 선수들의 기본기를 강조했다.

첨단시설로 무장한 김희태 축구센터는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축구클리닉 전용구장을 개장했다. 최첨단 시설을 완비해 유소년 선수들이 부족한 개인기량을 집중적으로 연마할 수 있도록 꾸민 장소다. 김희태 이사장은 브라질 대표팀과 독일 명문클럽 도르트문트의 훈련프로그램을 한국 실정에 맞도록 고안했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여러 첨단장치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 클리닉은 운동장에서 체력 및 기술훈련만을 반복했다. 슈팅을 한 번 하더라도 목적의식이 없어 효과가 크지 않았다. 김희태 축구센터에서는 브라질 대표팀이 훈련하는 최첨단 슈팅훈련시설이 갖춰져 있다. 일명 ‘움직이는 골대’다.

골대의 4개 구역에 철제로 만든 훌라후프가 매달려 있다. 코치가 리모콘을 조작하면 4개의 구역 중 하나에 불이 들어온다. 이미 슈팅모션에 들어간 선수는 갑작스럽게 불이 들어온 구역에 정확하게 조준해서 공을 차 넣어야 한다. 선수는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불이 들어오는 구역에 총 12번의 슈팅을 시도한다. 골인이 되면 사이렌이 울린다. 마치 리듬게임 ‘펌프’를 하는 기분이다.

이 훈련을 실시할 경우 킥의 정확도가 높아짐은 물론 골대 앞에서 순간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 골 결정력이 올라간다. 브라질 선수들이 정확한 슈팅을 할 수 있는 비결은 어려서부터 이렇게 과학적인 훈련을 받기 때문이라고. 김희태 축구센터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드리블과 패스를 훈련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이 들어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희태 축구센터에서는 국내최초로 최첨단 데이터 영상분석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한 뒤 이를 비교분석해 곧바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기존 훈련의 경우 선수들의 기량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지 정확한 수치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자신의 기량발전 속도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김희태 이사장은 축구클리닉 전문구장을 위해 약 2억 원을 투자했다. 이순이 넘는 나이에 어떤 목적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것일까. ‘제2의 박지성이나 이승우’를 키우려는 목적은 아닐까. 김 이사장은 “축구로 이룰 것은 다 이뤄봤다. 난 이제 큰 욕심이 없다. 중학생 선수들과 어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선수들이 즐겁게 축구하고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느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흐뭇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김 이사장은 “우리 선수들은 축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 누구나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원하는 건강한 인재로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꿈”이라고 소박한 인생관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클리닉 구장이 생겨 선수들의 기량이 몰라보게 좋아질 것이다. 13년 전 축구센터를 개관할 때 가졌던 꿈을 이제야 이뤘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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