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훈메모] 자헤디 소동 뒷이야기, '실수인정' 수원의 아쉬움

2019.01.17 오후 06:47
[인터풋볼=남해] 신명기 기자= "확인 못한 저희의 실수죠. 아쉽긴 합니다"

아시아 쿼터 영입이 하루 만에 취소되는 통에 수원삼성 측도 때 아닌 어려움을 겪었다. 상세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준수한 아시아 쿼터 자원을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수원은 지난 16일 이란 공격수 샤밥 자헤디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으로 징계를 받았던 사실을 제보 받고 결정을 철회했다. 구단 SNS에 올렸던 자헤디의 사진이 사라졌던 이유였다. 그렇지 않아도 선수 영입 소식에 목말라 있었던 수원 팬들이었기에 분노감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17일 경남 남해군에서 열린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수원 삼성 관계자는 거듭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일차적으로는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저희의 잘못이다. 구단과 자헤디 모두 계약을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는 입장과 함께. 그 뒷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기본적으로 자헤디는 유소년 시절부터 촉망 받는 선수였다. 이란 최고의 명문이 페르세폴리스 유스팀, 이란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활동했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이번 수원 이적 건을 가로막은 사건이 이때 발생했다. 자헤디는 "1군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피지컬을 키워야 한다"는 구단 관계자의 조언에 따라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했다. 그러나 이 단백질 보충제에는 금지된 성분이 들어간 약물이 섞여있었고 도핑 테스트에 걸려 징계를 받았다.

자헤디가 받은 징계 수위는 1년 2개월 수준. 통상적으로 이란에서는 금지 약물 징계를 2년 이상을 내리는데 자헤디는 보다 약한 징계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헤디가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한 금지 약물 복용을 고의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착안했던 것. 이란축구협회는 이러한 점을 들어 징계를 줄여주었다. 이에 이란 내 이적, 이후 아이슬란드 리그까지 건너갈 수 있었다.

자헤디 측이 간과한 것은 이 부분이 문제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점이다. 자신들이 고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굳이 구단 측에 알릴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했던 것. 고의성이 없었지만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구단과 선수 모두 아쉬움이 남는 행동이었다. 징계를 받은 이후에도 계속 프로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고 이에 계약에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원 측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눈치다. 기본적으로 실탄이 두둑하지 않은 상황에서 걸출한 선수를 찾기 어려운데 영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미 데얀, 사리치, 바그닝요를 보유하고 있는 수원은 아시아쿼터 영입을 두고 공격수, 수비수 선수들 모두를 후보로 두고 있었다.

이 때 자헤디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테스트가 진행됐다. 자헤디는 전지훈련이 진행 중이던 지난 8일부터 수원 훈련에 합류했고 13일까지 테스트를 봤다. 이후 코칭스태프의 승인이 떨어져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해 이적은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듯 했다. 터키 시데로 2차 전지훈련을 가기 전 영입으로 손발을 맞출 시간이 확보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수원 관계자는 "자헤디가 이임생 감독을 '파파'라고 부르는 등 짧은 시간에 부쩍 친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피지컬과 스피드를 겸비했고 중앙과 측면 공격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선수라 기대를 했었다"면서 아쉽다는 반응이다.

수원의 주축인 염기훈 역시 "이란 선수가 힘도 좋아 보였고 잘 적응할 거라 기대했다. K리그에서는 피지컬적으로 이겨낼 힘이 있는 것이 중요한데 자헤디에게 그런 점들이 보였다"면서 전지훈련에서 함께 발을 맞춰본 기억을 더듬었다.

아쉬움은 있지만 자헤디와 수원 모두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자헤디 측도 국내에서 보도된 내용들을 확인했고 구단에 폐를 끼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계약을 할 수 없었다. 자헤디는 현재 대리인과 함께 아직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실적으로 거액을 쓸 수 없는 구단 사정과 자헤디의 능력을 고려해봤을 때 수원의 아쉬움은 클 듯하다. 향후 이러한 부분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아시아쿼터 영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 수원삼성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OT 연예 스포츠
지금 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