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총선에서의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은 당명 교체를 포함한 재창당 수준의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과거 많은 정당이 풍파 뒤 단골로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당 이름 바꾸기였는데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김주영 기자가 되짚어봅니다.
[기자]
21대 총선에서 대패한 미래통합당 앞에 놓인 혁신 방안 가운데 하나는 당명을 바꾸는 겁니다.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당명과 함께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비대위원장 물망에 오르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구상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많이 사용했던 수단입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집권 여당에 대한 실망이 커지자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15년 가까이 이어지던 '한나라당' 간판을 떼어 버렸습니다.
[박근혜 / 전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지난 2012년 2월) : 생각과 사람과 이름까지 바꾸게 된다면 우리 당은 완전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당명에부터 공천까지 변화 이미지를 더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했지만, 6년 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위기 속에 등장한 비대위는 당 이름부터 자유한국당으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그뿐, 탄핵 인정 논란과 계파 문제 등 고질적인 당내 갈등은 풀리지 않았고,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모두 진보진영에 내줬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황교안 전 대표가 보수 통합을 이루며 당명을 바꿨지만, 이번에도 이름값을 하진 못했습니다.
[황교안 / 전 미래통합당 대표 (지난 2월) :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달라는 국민의 강력한 외침이 오늘 미래통합당의 출발을 이끌어 냈습니다.]
당명 교체는 사실 지금의 여당인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더 빈번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레임덕에 시달리던 2007년 후반부터 변신을 거듭해왔는데,
[오충일 /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지난 2007년 8월) :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깃발 아래 하나가 되었습니다. 민주평화세력, 개혁시민세력이 하나로 뭉쳤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17대 대선에서 패배했고, 곧 이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6개월 만에 통합민주당으로 다시 간판을 바꿨지만 역시 100석도 차지하지 못한 참패를 경험했습니다.
간판 교체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겁니다.
이후에는 민주당, 민주통합당, 민주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변하며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인 혁신을 거쳐서야 원내 제1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새 이름이 새로운 느낌을 주는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느낄 정도의 혁신 없이 이름만 바꿔서는 어떤 정당도 표심을 얻지 못해왔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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