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MBC 주말 예능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다름 아닌 '예능 자연인' 기안84였다.
'놀면 뭐하니?'와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주말 간판 예능 시청률이 3%대로 하락하며 고전 중인 MBC는 6월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했다.
MBC는 특히 신규 프로그램을 더한 주말 예능존을 형성해 콘텐츠 경쟁력을 선도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연출 김지우, 박동빈, 신현빈, 장하린, 이하 '태계일주2')와 새 예능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를 연이어 편성해, 장수 예능인 '복면가왕'과 더불어 일요일 밤 시간대 예능 블록을 형성했다.
그중 첫 타자인 '태계일주2'는 태어난 김에 떠나는 기안84의 세계일주를 보여주는 여행 프로그램. 지난 시즌1 남미 여행기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시즌 2, 3 제작을 확정했다. 이번 시즌2에서는 기안84와 빠니보틀에 이어 덱스까 새롭게 합류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나라 인도 여행기를 펼치고 있다.
11일 공개된 '태계일주2'는 첫 회 시청률 4.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으며, OTT 통합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반응을 끌어냈다. 입소문에 힘입어 18일 방송된 2회는 그보다 상승한 1% 포인트 가량 상승한 5.8%를 기록했다. 이는 이전 시즌의 최고 시청률인 5.2%보다 높다.
등판하자마자 MBC 주말 예능의 구원투수로 떠오른 이 프로그램의 원동력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별명을 가진 기안84다. 앞서 '나 혼자 산다' 등에서 꾸준히 그려졌던 기안84 특유의 '자연인' 캐릭터는 여행지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서울에서 대부도까지 56km를 1박2일에 걸쳐 달려서 여행을 떠났을 때도 맨손이었던 기안84는, 해외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면서도 조그만 가방 하나에 모든 짐을 챙겼다.
제작진 또한 "'태계일주'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꾸밈없는 날것 그대로의 기안84를 중심으로 여타 여행 예능이 보여주는 형식을 탈피했다"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출연자를 통해 차별화를 노린 제작진의 화살은 예상 적중했다. 기안84의 ‘초밀착’ 여행기는 기존에 숱한 여행 예능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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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 [방송화면 캡처]
기안84는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갠지스 강의 강가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 '아르떼 뿌자'에 동참하기도 하고, 인도의 헬스장이라며 전통 체육관 '아카라(Akhara)'를 찾아 뜻밖의 레슬링 특훈을 받기도 했다. 화장터 마리까르니까를 찾아 수많은 시신이 태워지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부자였던 사람이든 가난했던 사람이든 갈 때는 다 똑같다”라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낯선 인도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식당에서 망설임 없이 손으로 카레를 먹다가 뜨거워 당황하기도 하고, 현지인들을 따라 갠지스강에 뛰어들고 강물까지 맛보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냈다. 기안84는 “다들 손으로 먹고 있는데 숟가락을 달라고 하면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 같았다”, “눈앞에서 갠지스강을 찬양하며 물을 마시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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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 [방송화면 캡처]
놀라운 것은 언어적으로 유창하게 소통이 이뤄지지 않음에도 현지에 완벽히 녹아들었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처음 사귄 친구 비키의 안내로 갠지스강 보트 투어에 나선 기안84는 함께 배에 탄 예비부부로부터 청첩장을 받고 현지 결혼식까지 참석했다. 인도의 길거리 음식 맛보기에 나선 그는 길바닥에 현지인들과 나란히 앉아 익숙하게 음식을 먹으며 현지어 대화에도 여유롭게 대응했다.
익숙한 상황이라고 해도 예상을 벗어나는 기안84의 언행으로 완전히 다른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 껌처럼 씹는 디저트 '파이어 빤'을 맛본 후에는 "40년 평생 먹어 본 음식 중에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세상의 음식이 아니다”라고 생생하게 표현해 폭소를 자아냈다. 힌두교 사제로부터 축복 기도를 받은 기안84는 5000루피를 500루피로 내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흥정왕'이 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태계일주'는 김지우 PD가 기안84와 바닥에 앉아 소주를 먹으며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그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서 체험해 보고 싶다는 기안84의 말을 듣고 아마존으로 떠난 것이 시작이었다. 평소 옷 한 벌로도 괜찮다던 기안84는 실제로 옷 한 벌로 여행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여행을 즐겼다. 평소의 대화들이 그대로 실현된 여행이었고, 가식 없이 임한 기안84의 언행은 시청자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전달됐다.
유명한 관광지나 맛집을 소개하던 여행 예능이 붐을 이루던 시기를 지나, 최근에는 출연자의 여행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관찰 예능 형식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태계일주'는 타 여행 예능과는 차원이 다른 리얼함으로 승부수를 제대로 띄웠다.
이방인이 아닌 친구가 되는 기안84의 모습이 훈훈함과 대리만족을 동시에 선사하는 가운데 앞으로 펼쳐질 그의 여정이 더욱 궁금해진다.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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