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력사무소에서 20년째 써온 사무실 번호를 KT가 실수로 끊어버리면서 석 달 매출이 7천만 원 떨어졌는데, KT가 제시한 배상액은 백만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배상 한도를 턱없이 낮게 정해둔 약관과 고객이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찔끔 배상'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웅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서승석 씨는 지난달, 사무실로 전화를 걸면 없는 번호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 씨는 20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한 뒤 전화번호를 한 번도 바꾼 적 없이 쭉 써왔습니다.
알고 보니, 지난해 9월 인터넷과 TV를 해지할 때 KT 측 실수로 사무실 전화까지 끊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무실 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해 둔 탓에, 유선전화가 울리지 않아도 아무런 의심 없이 아홉 달을 보낸 겁니다.
[서승석 / 인력사무소 사장 : 사업을 접었느냐, 왜 사무실 전화번호가 없는 번호로 나오느냐. 당황이라기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죠. 제가 이 전화를 2002년 10월 개설한 전화인데…]
서 씨는 인력사무소엔 사람을 급히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합니다.
전화 연결이 안 되면 곧바로 다른 업체를 찾기 마련이라, 사무실 전화가 먹통이 되는 건 매출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서승석 / 인력사무소 사장 : 같은 업종들은 꾸준하게 거래를 하고, 인력이 알선이 많이 되는데 유독 저희 업체 인력이 줄어드는 느낌이 온 거예요. 설마 이런 불상사가 있었다는 것은 상상을 못 했습니다.]
실제로 전화 회선이 해지된 시점을 전후로 석 달을 비교한 결과, 전화번호가 없어지자 전화번호가 있을 때보다 매출이 7천만 원 곤두박질쳤습니다.
KT 측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전화가 끊긴 9개월 동안 한 달에 10만 원씩, 모두 90만 원을 배상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서 씨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 KT가 이렇게 배상에 인색할 수 있는 건
시내전화 서비스 이용이 3시간 넘게 끊기면 장애가 발생한 시간 이용료의 최대 6배까지 물어주도록 규정한 약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통신 장애에 따른 영업손실을 돌려받으려면, 통신사가 고객의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걸 피해자 스스로 입증해야 해서 문턱이 더 높습니다.
[엄태섭 / 변호사(KT아현지사 화재 당시 피해자 변호) : 얼마만큼의 손해가 발생할지를 가해자, 즉 과실이 있는 KT 측이 알고 있어야 된다는 거거든요. 입증 책임을 통신사 측에 돌리거나 하는 그런 취지의 법령 개정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KT의 '찔끔' 배상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서울과 경기 고양에서 통신 대란이 벌어졌을 때도 KT는 소상공인들에게 애초 몇만 원씩만 배상하겠다고 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배상액을 수십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YTN 윤웅성입니다.
촬영기자 : 윤원식
그래픽 : 김효진
YTN 윤웅성 (yws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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