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12 신고 처리 과정부터 수사 의뢰
침수 사고로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참사'에 대해 국무조정실이 감찰에 착수한 건 참사 발생 이틀 만이다. 그리고 6일 뒤 첫 결과물을 내놨다. 감찰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조실은 지난 21일 경찰관 6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국조실은 보도 자료를 통해 "감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찰 결과 112 신고 처리 과정에서 중대한 과오가 발견됐으며 대응 상황 파악 과정에서 총리실에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YTN 취재에 따르면 오송 파출소 경찰관은 참사 당일 오전 7시 2분과 7시 58분에 112 신고를 받고도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고 마치 현장에 출동한 것처럼 내부 신고 처리시스템에 거짓 입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해당 경찰관은 국조실 감찰 과정에서도 사고 지하차도가 아닌 궁평1지하차도로 잘못 출동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조실이 감찰이 끝나기도 전에 경찰부터 수사 의뢰한 이유는 뭘까? 국조실에 따르면 "범죄 혐의가 명백하고 대상자들의 진술이 모순 충돌되는 상황에서 수사 기관이 신속히 확보해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이유이다. 사안은 긴박한데 강제 수사권이 없으니 수사 의뢰를 했다는 얘기다. 경찰 대응이 이번 참사의 첫 규명 대상에 오르자 충북경찰청이 기자회견을 자처해 당시 관할 순찰차의 블랙박스 영상까지 공개하며 이례적으로 설명에 나섰기도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만 이번 참사 책임을 모두 떠안느냐는 내부 반발이 거세지는 것에 대해 "여러 기관이 한 점 의혹 없이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대상에 오른 경찰의 수장으로서 하기엔 너무 원론적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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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송 참사 규명도 시작은 경찰부터…다른 점은?]()
용산정보 과장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출석 당시 (2022.11.15 /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때 첫 피의자 조사는 용산서 정보 경찰
이번 참사 규명의 시작은 이태원 참사 때와 비슷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다. 그리고 보름 뒤 첫 피의자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첫 대상자는 서울 용산경찰서 김 모 전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이었다. 첫 피의자 소환 조사 자체가 늦은 편이었는데 어쨌든 첫 대상자는 일선 경찰이었다.
김 경정에게는 이태원 참사 사흘 전 대규모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정보 보고서를 참사 발생 이후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회유한 혐의가 적용됐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이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 소속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구체적인 정황과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A 씨는 같은 달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수본은 A 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특수본은 출범 이후 2주 동안 김 경정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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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송 참사 규명도 시작은 경찰부터…다른 점은?]()
사진출처 = 연합뉴스
검찰, 대대적 압수수색…충북도·행복청까지 포함
이태원 참사 때와 다른 건 검찰 수사가 처음부터 별도로 시작된 점이다. 국조실의 수사 의뢰에 의한 것이다. 검찰은 즉각 배용원 청주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재해 및 안전사고 수사 경험을 갖춘 인력을 투입해 3개 팀, 총 17명의 검사로 수사본부를 꾸렸다. 대검찰청이 정희도 감찰1과장을 부본부장으로 내려보낸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강제 수사는 휴일이 지난 뒤 곧바로 이뤄졌다. 검찰은 오송 참사 발생 9일 만에 충북경찰청과 충북도청, 청주시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충북소방본부 등 5개 관계 기관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애초 검찰 수사 대상이 국조실 수사 의뢰에만 국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사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경찰부터 수사 의뢰했던 국조실이 충북도와 행복청에 대해 추가 수사의뢰했지만 검찰이 강제 수사에 나선 마당에 의미가 없어졌다. 경찰도 참사 이틀 뒤인 지난 17일 충북경찰청에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들어갔고 19일에는 본부장을 김병찬 서울청 광역수사단장으로 교체하고 수사 인력도 138명으로 늘렸지만 검찰의 대대적 수사 착수로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소방본부는 참사 전 위험 상황을 여러 차례 신고받고도 지하차도 통제를 비롯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다. 행복청은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임시 제방 부실시공 여부로 집중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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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송 참사 규명도 시작은 경찰부터…다른 점은?]()
사진출처 = 연합뉴스
"미호천교 임시제방 법정 기준보다 낮아"
궁평2지하차도 인근 임시 제방이 법정 기준보다 낮게 쌓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한겨레에 따르면 사업 시행자인 행복청이 미호천교 공사를 위해 원래 있던 제방을 허물었다가 장마철을 앞두고 급하게 복구하면서 법정 기준보다 0.8m 낮은 29.78m 높이로 둑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는 금강홍수통제소 실시간 수위 자료를 근거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추정 시간 10분 전에 이미 미호천교의 수위(29.79m)는 행복청이 주장하는 임시제방 높이(29.78m)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참사 발생 직후 정찬교 궁평1리 전 이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실 사고가 나기 몇 시간 전 미호강 제방은 3m 밑으로 강물이 차올라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임시로 쌓은 둑은 30cm 밑까지 물이 출렁였다"고 밝혔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모든 참사의 규명은 크게 '참사 발생 근본 원인'과 '참사 발생 이후 부실 대처 문제',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오송 참사 규명의 시작은 이태원 참사 때처럼 경찰 대처 문제부터 짚어냈지만 이후 수사 범위가 확대된 건 다른 점이다.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YTN digital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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