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택배 기사들의 과로를 막기 위해 지정된 '택배 없는 날'입니다.
그래서 대다수 운송업체가 배송 업무를 쉬지만, 쿠팡은 배송을 이어간다는 방침인데요.
쿠팡 택배 기사들은 이날뿐 아니라 휴가를 썼다간 사실상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다며 휴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다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쿠팡 기사 강민욱 씨가 쉬지 않고 택배를 나릅니다.
푹푹 찌는 날씨에 온몸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강민욱 / 택배 기사 : (배송률이) 95% 아래로 떨어지면 제가 일하는 구역을 뺏어갑니다. 그러면 저는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아예 없어지는 거고 택배 기사에게는 그게 곧 해고입니다.]
일주일에 쉬는 날은 단 하루,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는 통에 진이 빠지는데도 휴가는 생각도 못 하고 있습니다.
쿠팡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일종의 개인 사업자, 특수고용직 신분이다 보니 연차가 따로 없는 탓입니다.
물론, 일당을 포기하면 쉴 수 있겠지만 배정된 물량을 맞추지 못할 경우 담당 구역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습니다.
[강민욱 / 택배 기사 : 시민들이 밖에 비 와요? 이렇게 물어봐요. 왜요? 이랬더니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비 오는 줄 알았다고….]
휴가 간 동안 대신 물량을 소화해 줄 대체 기사는 강 씨가 일하는 곳처럼 영세한 대리점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렇다 보니 쿠팡의 특수고용직 신분 택배 기사 40%가량이 올해 휴가를 다녀오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강 씨처럼 한번 쉬었다가 담당 구역이 사라질까 봐 걱정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도 쿠팡은 홈페이지에 대리점마다 대체 인력을 두도록 한 규정이 있다며 택배 기사들은 원하는 만큼 쉴 수 있다고 내세웁니다.
취재진이 이런 홍보 내용이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하자, 쿠팡 측은 대체 기사 투입은 대리점의 사정이라서 개입하기 어렵다고 한 발 물러났습니다.
또, 대리점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때 배송 물량을 조정하는 건 당연하다며, 이에 따라 기사가 구역에서 배제되는 것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판매 상품 매입과 배송을 직접 맡는다는 점에서 일반 택배사와는 다르다며,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지정한 '택배 없는 날'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촬영기자 : 왕시온
그래픽 : 홍명화
YTN 김다현 (dasam08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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