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멧돼지를 막기 위해 설치한 ASF 차단 울타리는 특히 야생동물에게 큰 족쇄입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대표적인데요.
겨우내 엄청난 수가 집단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폭설이지만, 울타리 역시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어서 지 환 기자입니다.
[기자]
3월 하순 큰 눈이 내린 강원 설악산.
계곡 다리 아래 산양이 한데 뭉쳐 죽었습니다.
사체가 훼손돼 서·너 마리 정도로 추정하는데 어미와 새끼들입니다.
겨울철 산양 먹이는 주로 나무껍질이나 이끼류.
폭설이 내리자 먹이를 구하지 못했고, 산 아래로 내려오다 끝내 한 자리에서 집단 폐사했습니다.
[이미주 / 산양 폐사 영상 제보자 : 아 저게 산양이구나. 쓰러져 있는 거예요. 누워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봤더니 그 안쪽으로 2마리가 같이 나란히 포개져서 폐사했죠. 죽은 거예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산양은 사체를 발견하면 멸실 신고를 해야 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넉 달간 신고된 산양 폐사체는 모두 277마리.
평년보다 10배 이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이 죽었습니다.
겨우내 잦은 폭설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ASF 광역 울타리입니다.
최근 촬영한 영상.
먹이를 찾지 못한 산양이 도로 근처로 내려왔습니다.
눈 속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합니다.
산양 이동을 가로막는 건 아래를 둘러싼 철제 울타리.
울타리와 절개지 사이 눈 속에서 헤매던 산양은 길을 찾지 못하고 서서히 탈진합니다.
시민단체 모니터링 결과, 최근 폐사한 산양 대다수는 강원 지역에서 발견됐는데 지방도 제453호선과 국도 제44호선 주변이었습니다.
대부분 DMZ 근처나 설악산 주변인데 모두 광역 울타리 경계와 겹쳐 있는 곳입니다.
[정인철 /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모임 사무국장 : 여기에(울타리에 막혀) 산양이 많이 빠져서 허우적대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리고 어떻게든 구멍을 찾아서 도로로 나오는 산양도 꽤 있거든요. 그런데 이 산양이 다시 들어가지를 못해요.]
빽빽이 감싼 철제 울타리에 막혀 겨우내 집단 떼죽음을 당한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산양.
생태 단절에 아무 대책이 없었다는 비판과 함께 울타리 개방과 철거를 요구하는 현장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YTN 지환입니다.
촬영기자: 홍도영
그래픽: 지경윤
화면제공: 이미주
YTN 지환 (haj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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