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추석 명절에 생사도 모르는 아들, 딸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장기 실종 아동의 부모님인데요.
부모님과 헤어져 20년 넘게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천 명이 넘습니다.
이들의 부모님을 이현정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33년 전 친척 집 앞에서 어린 딸을 잃어버린 정원식 씨.
초등학교 6학년이던 딸, 유리는 그때 모습 그대로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데 어느덧 아빠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습니다.
지난 세월, 전단 수만 장을 나눠주고, 지하철역도 안 가본 곳 없이 돌아다녔지만 유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정원식 / 실종 아동 유리 양 아버지 :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까? 다 똑같잖아요. 애들 모여 가지고 있을 때 여기 유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
이 현수막의 주인공 송길용 씨는 25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찾던 딸을 끝내 만나지 못한 채 지난달 2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故 송길용 / 실종 아동 혜희 양 아버지 (지난 2012년) : 내가 얘를 찾아서 얘보다도 하루만 더 오래 살고 싶어요. 얘보다도 한 달만이라도….]
이렇게 20년 넘게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장기 실종아동은 천44명에 달합니다.
부모들을 애달프게 만든 길고 긴 세월을 보여주듯, 실종 아동 찾기 전단지 속 아이들의 사진은 빛이 바랬습니다.
아들, 딸을 찾아달라고 끊임없이 소리쳐 보지만 부모들은 꺼져가는 세상의 관심에 점점 기운이 빠집니다.
특히, 명절이 다가오면 설레던 아이 얼굴이 더 선명하게 떠올라 빈자리가 힘들게 느껴집니다.
[나주봉 / 전국 실종 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 : 명절 때 그럴 때만 찾아와서 잠깐 비춰주는데…. 부모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아이들이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무서운 거예요.]
그래도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기를, 그래서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기를, 부모님은 오늘도 기적을 기다립니다.
[김순옥 / 실종 아동 유리 양 어머니 : 유리야, 엄마, 아빠가 너를 애타게 찾고 있는 거 알고나 있어? 하루속히 빨리 봐서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 유리야, 사랑한다.]
YTN 이현정입니다.
촬영기자 : 윤소정
YTN 이현정 (leehj031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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