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YTN은 어제(8일)부터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벌어지는 중국 어선의 탈법 어업, '비밀어창'에 대한 고발 보도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중국 어선들의 '비밀어창'은 갈수록 더 교묘해지고 있는데, YTN이 현지 업체 관계자 녹취 등을 통해 관련 실태를 파악했습니다.
김이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중국 어선의 창고 안, 나무로 된 벽의 틈새를 잡고 당겼더니 또 다른 창고가 드러납니다.
[유압으로 돼 있어서 반만 열리는 상황. 비밀어창 내부 어획물 확인되고 있음.]
또 다른 단속 영상, 좁은 통로를 지나니 천장에 냉동장치까지 달린 커다란 창고, '비밀어창'이 나옵니다.
모두 배의 기름탱크를 어획물 창고로 만든 겁니다.
해경은 중국 어선들이 과거 나무판자 등으로 간이 창고를 만들던 수준에서 최근에는 아예 선체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나라 어선에 올라와 있는데요. 보통 정상적인 어창 근처에 이렇게 기름탱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중국 어선들은 이 기름탱크가 들어갈 공간에 '비밀어창'을 만들어 몰래 물고기를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존의 어획물 창고와 기름탱크 사이에 숨겨진 통로를 만든 뒤 탱크 일부를 창고로 개조해 어획물을 숨겨 놓는 방식입니다.
YTN은 취재 과정에서 중국 '비밀어창' 제작 업체의 설명이 담긴 현지 촬영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탱크 입구 근처에 기름이 담긴 통을 설치하고 해경이 탱크를 열어보려 하면 새어 나오게 해 마치 탱크 안에 기름이 가득 찬 것처럼 꾸밀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중국 현지 '비밀어창' 제작업체 관계자 : 바깥쪽 열어봐, 그럼 기름이 있어. (어, 기름이 나오면 무사하겠네?) 그럼 안쪽에서 기름이 나오겠지? 알겠어? 기름탱크 기름을 다 빼내려고 할 수는 없잖아?]
갈수록 교묘해지는 제작 수법에 단속도 어려운 상황, 더 큰 문제는 '비밀어창'으로 인한 우리 어업 피해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는 겁니다.
해경은 그동안 단속 결과를 바탕으로 '비밀어창'을 설치한 중국어선들이 평균적으로 20톤 정도의 어획물을 숨길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올해 들어 10월까지 우리 바다에서 조업한 중국 어선의 수는 901척,
아직 정확한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20톤 규모의 '비밀어창'을 설치한 상황을 가정해 봤습니다.
이 경우, 최대 9,000톤까지 물고기를 더 실을 수 있다는 계산인데, 올해 중국 어선이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잡을 수 있는 총량의 16%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중국 어선의 '비밀어창' 설치가 늘수록 우리 어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지만, 아직은 단발성 단속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비밀어창'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YTN 김이영입니다.
영상기자: 한상원
디자인: 이정택, 정하림
화면제공: 서귀포해양경찰서, 시청자 제보
YTN 김이영 (kimyy08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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