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권과 정부가 미국 결제망인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대체할 국가 차원의 결제 체계 도입을 추진한다고 영국 가디언이 현지시간 16일 보도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딜리버리코(DeliveryCo)'로 알려진 영국 자체 결제 시스템을 2030년을 목표로 구축하기 위한 첫 영국 은행장 회의가 오는 19일 열립니다.
바클레이스 영국의 빔 마루 최고경영자(CEO)가 의장을 맡고, 새 결제 회사의 설립 비용을 전담할 런던 금융가의 투자자 그룹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 그룹에는 산탄데르 UK, 냇웨스트, 네이션와이드, 로이즈 뱅킹 그룹, ATM 네트워크 링크, 코번트리 빌딩 소사이어티 등 영국 은행과 결제 회사들이 참여합니다.
투자자들은 결제 시스템의 법적 구조, 경영진 계획, 자금 조달 모델 설계 등을 맡습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인프라 청사진을 마련해 내년에 투자자 그룹에 전달합니다.
금융권이 자금을 조달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이 계획은 미국 결제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취지로 영국에서 수년간 논의됐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야심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위협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은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결제망을 차단해버릴 수도 있어 미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영국 경제 전반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영국 결제체계규제위원회(PSR)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카드 거래 약 95%가 비자와 마스터카드 소유 결제망을 통해 이뤄집니다.
현금 사용이 줄면서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지배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정통한 한 임원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차단되면 우리는 카드가 영국 경제를 지배하기 전인 1950년대로 돌아가고, 기업들은 현금에만 의존해야 할 것"이라며 독자적인 결제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기업 결제의 60%를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의존했던 러시아에서는 미국이 두 기업에 서비스 중단을 강제하자 일반 시민들의 상품 구매와 결제가 불가능해져 혼란을 겪었습니다.
다만 영국은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프로젝트 투자자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해 지분과 발언권을 갖게 하는 등 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가디언은 짚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영국 내 투자와 서비스에 힘써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쟁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가디언에 전했습니다.
비자는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지원되는 다양한 서비스 간 경쟁이 영국의 선택권, 혁신, 경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마스터카드도 경쟁을 환영하며 "마스터카드는 수십 년간 영국에 투자해왔으며, 소비자와 기업에 편리하고 안전한 폭넓은 결제 방식을 제공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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