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측은하고 때론 무섭고 때론 피하고 싶지만,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길래 지금 노숙 생활을 하고 있을까란 궁금증도 듭니다. 특히, 여성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남성 노숙인들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하는 등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또 노숙인 쉼터 등 임시시설도 남성 노숙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여성 노숙인들은 집단 생활을 하지 못하고 화장실이나 외딴 공간에 흩어져 숨어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노숙 생활을 여성들이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요? 지난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노숙인 실태조사를 보면, 여성 노숙인 응답자의 27.8%는 가정폭력 및 가족해체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남성 노숙인은 대부분 실직이나 사업 실패 때문이라고 답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가정에서 폭력적으로 밀려나고, 그들이 선택한 거리에서 또 겪게 되는 폭력의 경험들, 이 때문에 여성 노숙인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YTN 탐사보고서 기록 '그 여자의 세계'에서는 어렵게 거리에서 입을 연 여성 노숙인들의 다양한 사연을 담았습니다. 노숙을 결정한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이런 생활을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노숙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얘기,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얘기인 이유입니다. 노숙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삶을 통해 가정의 의미와 우리 사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