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호주의 유서 깊은 음악경연대회에서 한국 젊은이가 동양인 최초로 솔로 아리아 부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동포 바리톤 홍성선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그 자리에 서기까지 사연도 많았다고 합니다.
[기자]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한 남자가 자동차 안에서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깊이 있는 음색으로 푸치니 오페라의 합창곡을 부르는 사람은 동포 바리톤 홍성선 씨다.
공연을 한 달여 앞두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홍성선, 동포 바리톤]
"공연 앞두고는 솔직히 거의 24시간 (음악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요. 왜냐하면 자기 전까지 악보를 들고 있다가 꿈속에서도 계속 공연하는 이미지를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에..."
개인 연습을 마친 홍 씨는 남들보다 일찍 오페라단 연습실에 출근해 의자 정리를 한다.
나이는 30대 후반이지만 이 오페라단에서는 새내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홍 씨는 타고난 표현력과 목소리를 인정받으며 이 오페라단의 오디션을 통과했다.
[트레버 존스, 오페라단 예술 감독]
"홍성선 씨가 처음 오디션에 왔을 때 그의 아름다운 바리톤 목소리에 빠졌습니다. 그의 풍부한 바리톤 목소리는 아주 매력적입니다."
홍성선 씨가 음악을 시작한 것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스물한 살 때부터다.
어린 시절 경호원을 꿈꾸며 사회체육과에 입학했지만 생각보다 키가 자라지 않아 포기하고 전공을 바꾼 것이다.
늦깎이로 음악에 입문했기 때문에 음악가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호주 유학길에 올랐을 때도 음악보다도 영어나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호주의 한 성악 교수가 홍 씨의 재능을 알아보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홍성선, 동포 바리톤]
"자기가 젊었을 때 활동했을 당시에 굉장히 전설적인 바리톤 가수가 있는데 그 바리톤 목소리랑 거의 제 목소리랑 아주 비슷하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타고난 재능에 노력, 그리고 환경이 더해지자 홍 씨는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유서 깊은 호주 울릉공 음악경연대회의 솔로 아리아 부문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회 120년 만에 이룬 동양인 최초의 성과다.
[홍성선, 동포 바리톤]
"그전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했다고 했는데 등수 안에도 못 들고 했을 때 굉장히 낙심이 많이 됐었는데 그래도 이번에 3번째에 딱 우승을 하고 나니까 (자랑스럽습니다.)"
음악가로서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 홍 씨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음악을 좋아하는 다른 동포들에게도 무대에 서는 경험을 주고 싶다."
"자신이 돌고 돌아 찾은 꿈과 그 성과가 동포들에게도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그 마음으로 동포들을 대상으로 노래를 가르치는 일도 시작했다.
[최미경, 멜버른 동포]
"선생님은 어렸을 때는 굉장히 음치고 박치였다고 해요. 그래서 별명을 연습벌레라고 얻으실 만큼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하셔서 오늘날의 홍성선 씨가 됐다고 하십니다. 저희들 지도하실 때 보면 저희들이 어렵고 표현못하는 부분을 먼저 아셔서 굉장히 쉽게 콕 집어서 잘 가르쳐 주세요."
어렵게 찾은 만큼 소중한 홍성선 씨의 꿈.
홍 씨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홍성선, 동포 바리톤]
"제 목소리를 통해서 조금 힘을 얻었다, 제 목소리를 통해서 힐링이 됐다, 제 목소리를 통해서 다시금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그 말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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