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김우성>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를 통해 유출된 문서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 회피 실태가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아들을 포함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12개국 전‧현직 정상과 영화배우 성룡, 축구스타 메시 같은 세계 저명인사들까지 연루돼 있습니다. 돈의 달콤한 유혹 때문일까요? 과연 조세회피처가 뭔지,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어떤 방식으로 세금탈루가 이뤄지는지,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이하 안창남)> 예. 안녕하세요.
◇ 김우성> 이번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가 공개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문서에 조세 회피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이고, 어떤 경로로 알려진 것인가요?
◆ 안창남> 네, 상식적으로 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탈세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 혼자는 못할 겁니다. 주위에 변호사라든지 회계사라든지, 이런 조력인들의 도움이 필요하겠죠. 파나마에서 가장 큰 로펌인 모색 폰세카인데요. 이 로펌에서 1977년부터 작년까지 약 40년 가까이 자기네 고객들과 관련된 상담 내용이 이번에 공개가 되었습니다. 그 내부 자료가 첫 번째는 독일의 신문에 입수되었고요. 그 독일신문이 앞서 말씀하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한테 이것을 전달했습니다. 그다음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지부가 있는데요. 그들과 같이 분석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찌되었건 총 건수는 1,150만 건이라고 하고요. 그 안에서 앞서 말씀하신 아이슬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아르헨티나 정상 등과 또 유명한 축구선수까지 포함되었다고 하니까 엄청난 자료가 공개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 김우성>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십니다. 조세도피처의 기준이 뭐고, 이곳은 어떤 곳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할 것 같은데요?
◆ 안창남> 정상적인 나라들은 대부분 소득에 대해서 일정한 세율로 과세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소득세 최고세율이 38%고요.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입니다. 말씀하신 조세회피처라고 하는 것은 소득에 대한 세금이 기본적으로 굉장히 낮습니다. 우리나라는 이것을 어떻게 정리하는고 하니,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서 조정을 하고 있는데, 실제 발생소득의 전부 또는 100분의 15% 이하로 부과되는 지역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지금 현재 22%이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실효세율이 우리나라도 16% 정도 되니까, 외국에서 볼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조세회피처라고 볼 가능성이 있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가 조세회피처라고 하면 믿지 않겠죠?
◇ 김우성> 그렇죠.
◆ 안창남> 그래서 일반적으로 한 4개의 카테고리로 구별이 됩니다. 아예 세율이 낮은 나라가 있습니다. 모나코, 싱가포르 등이 여기에 해당되고요. 그다음에 텍스 파라다이스(tax paradise)라고 해서, 조세조약을 아예 체결하지 않은 나라가 있습니다. 조세규약을 체결하려면 정보를 교환해줘야 하는데, 그런 나라들이 바하마,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이런 나라들일 테고요. 세 번째는 텍스 셸터(tax shelter)라고 해서, 아예 자국 안에서 번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다른 나라에서 번 소득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홍콩이나 파나마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이 파나마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고 하면, 파나마 안에서 번 소득은 정상적으로 과세되지만, 파나마 밖에서 얻은 소득은 파나마에서 과세가 안 되는 거죠. 그다음에 텍스 리조트(tax resort)라고 해서, 이것은 특별한 형태, 지주회사라든지 이런 형태에 대해서 세금을 면제해주는 나라들인데요. 아일랜드, 네덜란드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건 네 군데 정도가 있는데요. 사실상 가장 큰 조세회피처는 미국입니다.
◇ 김우성> 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이 조세회피처로 뜨고 있다는 뉴스가 있더라고요?
◆ 안창남> 네, 왜냐면 사실 미국의 델라웨어나 네바다 같은 곳은 사막지역이지 않겠습니까? 누가 거기 가서 사업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그 주 정부에서, 미국에 조금만 투자를 하면 우리가 세금을 다 면제해주겠다. 또 조금만 있으면 영주권도 주겠다고 해서 한국의 모 신문에도 대놓고 광고를 합니다. 아이러니하죠. 미국 기업들은 미국 밖에 있는 조세회피처에 돈을 숨기고 있고, 미국 외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미국에 가서 세금을 숨기고 있는 겁니다.
◇ 김우성>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시 텍스 파라다이스, 텍스 셸터, 텍스 리조트, 어떻게 보면 표현들이 애매합니다. 한국에서도 노태우 대통령의 장남 노재현 씨가 버진아일랜드에 3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래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인데요.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죠?
◆ 안창남> 네, 우리나라도 지금 2000년도 외환 자율화 이후에는 완전히 다 자율화 되었거든요. 우리 국민들이 해외 주식을 사는 것도 저에는 다 허가를 받았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듯이,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세우는 것 자체는 사실 불법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곳으로 세운 법인을 통해서, 그곳의 은행을 통해서 돈을 벌었다, 그런데 그 돈을 한국에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건 탈세가 되는 거죠. 그러면 조세회피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금융실명제도 되어 있지 않고, 차명계좌라든지 이런 개념들이 희박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과세 관청은 우리나라 기업이 조세회피처에서 회사를 세웠는데, 거기서 번 소득을 우리나라에서 잘 신고했는지 안 했는지를 사실 검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왜냐면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마 이번에 문제가 된 노태우 대통령 아들도, 당시에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지만, 문제는 대통령의 아들이 주소를 서울로 한 것이 아니고 홍콩으로 했습니다. 남이 알지 못하게요. 설마 이것이 공개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겠죠. 아쉽습니다. 떳떳하게 자기 이름으로 하고, 대한민국 국세청에게 홍콩에 있는 회사가 이런데 돈을 얼마 벌었고 신고한다고 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요. 이런 걸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의심을 사는 거죠.
◇ 김우성> 어떻게 보면 재정여력이 많고 돈이 많은 분들이 이러니까 유리지갑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더 들고 있는데요. 2013년에도 국세청이 역외탈세를 조사해서 400명 정도 확보한 바가 있거든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역외탈세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 안창남> 3년 전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때 여러 차례 조사를 해서, 약 405명의 한국인 명단을 과세관청이 파악했고요. 이 중에서 정말로 탈세 혐의가 있는 48명에 대해서 1,300억 원 정도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국세청이 밝히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에는 이보다 분량이 더 많으니까 이것보다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 김우성> 네, 이번에 ICIJ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KOREA로 검색된 자료가 모두 1만 5천여 건이라고 하는데요. 방금 노 전 대통령 장남 이야기도 했지만, 홍콩 주소로 했거나, 이름이 영어식으로 되어 있으면 여기서도 검색이 안 되는 건데요. 일단 한국주소로 기재된 이름 명단이 총 195명인데, 이것보단 더 많을 수 있겠죠?
◆ 안창남>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 아마 우리가 일반적으로 엑셀프로그램이라든지 이런 것을 가지고 한국인의 김, 이, 박 씨, 이런 것을 가지고 추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식 회사법인명 가지고 추적을 하고, 또는 한국인의 주소를 가지고 추적하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대로 100여개 국가의 전문기자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해서 분석하고 있는데, 사실 분석의 한계는 있겠죠.
◇ 김우성> 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뉴스타파 같은 인터넷언론이 탐사보도협회에 가입되어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세금탈루를 하는 것, 도덕적 지탄과 현행법 위반 외에도 국가적인 손실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적은 돈을 거래하시는 분들이 이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럴 텐데요. 국가재정손실은 어느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까?
◆ 안창남> 국제탐사언론인협회의 보도 자료가 하나 있고요. 또 하나의 단체가 있는데, 영국에 있는 조세정의네트워크라는 비영리법인이 있습니다. 조세정의네트워크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미국과 일본을 빼놓고 조세회피처에 탈루된 소득이 21조 달러가 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 김우성> 어마어마하네요.
◆ 안창남> 네, 그러니까 여기에 세율을 20%로만 곱한다고 하더라도 6조 달러가 되는 것이고요. 우리 돈으로 하면 6천조 원 정도 되는 겁니다. 엄청 많은 거죠. 그런데 불명예스럽게도 조세정의네트워크의 자료를 보면, 역외탈세 규모가 한국이 중국, 러시아에 이어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금액은 7790억 달러, 약 880조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이게 거짓말이길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평균 조세부담률이 19%, 또는 20%니까, 이걸 곱해보면 세금만 해도 약 6조 원 가까이 되는 돈이 밖에 탈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제발 이 금액이 10분의 1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우성> 네, 탈루한 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 경제를 위해서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교수님의 마음,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국세청이 2013년에 대대적인 수사를 하기도 했지만 잘 근절되지 않습니다. 달콤한 유혹인데요. 달콤한 것 좋아하시면 건강 해치듯이, 경제도 해칩니다. 이렇게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인가요?
◆ 안창남>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지금 부자들이나 대기업들은 사실 세금이 비용이거든요. 세금은 덜 내는 만큼 이득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온갖 머리좋은 사람들, 온갖 제도를 다 이용해서 가장 이익을 최대화 시키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속성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왜 이걸 못 막을까 하는 것인데요. 이게 불가능한 게, 외환거래가 자유화 되고부터는 불가능해진 거고요. 그러면 우리가 그것을 가져다가 투자는 가능하게 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하려면 도대체 그 나라에서 얼마를 벌었는지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걸 하기 위해서는 조세조약을 체결해서 조세조약상 조세정보교환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조세회피처는 그런 게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하다하다 안 되가지고 2017년부터는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을 하자고 했는데, 아직도 2017년까지는 1년이 남았고요. 도중에 정부가 엄포를 놨습니다. 당신들 우리가 조세정보를 다 교환하면 혼날 테니까 2015년 9월부터 16년 3월까지 미신고 역외소득 및 재산자 자진신고제도를 할 터이니 그때까지 신고하라, 신고하면 가산세는 면제해주겠다고 했는데요.
◇ 김우성> 말 그대로 자진 납세하라는 거네요.
◆ 안창남> 네, 그런데 성과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고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OECD 국가들이 모두 다 여기에 진저리를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OECD 국가가 2014년 9월에 국제적 세원잠식에 대한 대책, 영어로는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라고 하는 것을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가입을 해서 몇 가지는 입법화를 하고자 하는 중간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고요. 어차피 이건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서 해야 하는데, 각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다릅니다. 그래서 그게 잘 될지 안 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 김우성> 네, 국제적인 공조에도 참여하고, 각 나라 정상들도 엮여 있다고 하니까 참 어려운 문제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창남>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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