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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기부에 240억 세금'으로 화답한 대한민국

2016.07.28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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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며 거의 전 재산을 기부했는데 기부한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나라에 내라고 하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상황이라고 합니다.

200억 기부에 세금이 240억!

어떻게 된 일인지 황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긋지긋한 가난을 이기고 모은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었던 황필상씨는 2002년 자신이 운영하던 수원교차로 전체 주식 중 90%를 장학재단에 선뜻 내놨습니다.

무려 200억 원에 해당하는 가치였습니다.

[황필상 / 주식 기부자 : 죽어서 썩을 것 아껴서 뭣 하냐. 살아온 인생에서 (재산을) 갖고 있는 것이 저한테는 부담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4년, 황 씨의 기부금은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2,500여 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됐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어렵게 됐습니다.

[김종원 / 구원장학재단 과장 : 장학재단 운영비는 거의 없어서 이대로 가다 보면 올 하반기 11월 정도 되면 세금, 임대료도 못 내죠. 장학재단 문 닫게 되는 거죠.]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0억 주식을 기부한 뒤 장학 사업이 한창 탄력을 받을 즈음인 2008년 여름.

담당 세무서에서 황씨가 기부한 주식에 대해 무려 140억 원의 세금을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우선 기부금을 주식으로 하는 경우, 전체 회사 주식의 5%에 대해선 세금이 면제되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최고 50% 세율의 증여세가 부과되는 상속 증여세법이 적용됐습니다.

이렇게 붙은 세금이 100억 원!

거기에다 자진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벌금의 성격으로 가산세가 40억 원이나 붙은 겁니다.

당시 이런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황씨는 말도 안 되는 세금을 낼 순 없다며 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나라 사랑'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했는데 결국 나라와 싸우는 길을 택한 겁니다.

1심은 황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선 세무서가 이겼습니다.

이제 대법원의 판단만이 남은 상황.

그런데 소송이 길어지면서 그 사이 황 씨가 내야 할 세금은 무려 240억 원으로 불었습니다.

200억 원을 기부했는데 24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처지가 된 겁니다.


[황필상/ 주식 기부자 : (저는) 막노동도 하던 사람이에요. 빈민촌에서 살면서 입도 거칠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나름대로 했는데. 법이 잘못돼서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 안 지는 이런 나라가 현재 대한민국이다.]

나라를 대신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고 시작한 일인데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세금을 내는 게 과연 맞는지 황 씨는 이제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법원은 5년째 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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