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서민들의 빚을 탕감해주겠다며 3년 전에 만든 게 국민행복기금인데요.
여기서 탕감받은 빚을 2년 동안 거의 다 갚았는데 갑자기 없던 일로 하자는 통보를 받은 채무자가 있습니다.
빚의 굴레에서 곧 벗어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사연을 이광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각장애인인 최미자 씨는 2년 전 국민행복기금에서 아들 명의의 빚 488만 원을 195만 원으로 탕감받았습니다.
빚을 다 갚기 어려운 형편을 정부가 인정해 줘 부담을 많이 덜 게 된 겁니다.
기쁜 마음에 성실하게 1년 11개월 동안 연체 한 번 없이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최씨.
그런데 마지막 입금을 코앞에 두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미자(가명) : 분할납부 24개월로 하기로 하고 마지막 완납 며칠 앞두고 은행 차단을 해 놔서 행복기금 측이 최씨가 마지막으로 입금하는 걸 막아버린 겁니다.]
문제는 아들이 작은 선산의 공동소유자로 돼 있단 점
[최미자(가명) : 부동산이 우리 아들 앞으로 되어있는 게 나타났다. 무효화 시켜야 되니까, 빨리 원금 탕감해준 것을 갚으라고 하더라고요. 산소까지 팔아서 달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숨긴 재산이 있으니 빚 탕감은 무효라는 얘기인데 최씨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합니다.
2년 전 행복기금 측과 상담할 때 선산에 대해선 다 얘기했는데 이제 와서, 그것도 빚 청산을 코앞에 두고 꼬투리를 잡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는 겁니다.
[최미자(가명) : 조상이 모셔있는 선산이니까,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잖아요. 사고팔고 할 수 있는 땅이 아니니까 그 얘기를 했어요, 처음에 약정할 때 담당자한테 전 재산이라면 이것밖에 없는데 이것도 재산이라면 재산이니까.]
하지만 빚탕감 하는데 아들의 선산은 아무 문제 없다던 당시 직원은 이미 퇴사한 상태.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최씨는 다시 행복기금을 찾았습니다.
[행복기금 상담 창구 : 답변 드릴 수 없는 채권을 제가 책임지고 상담하기가 (어렵네요) (어디로 가야 돼요?) 부산이 담당이에요. 왜냐면 공기업이 다 이전됐어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커녕 어디 하소연할 곳조차 찾지 못했다는 최 씨.
정부가 도와준다는 말만 믿고, 또 서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국민행복기금을 찾았지만 결국 2년 가까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채 또 다시 지긋지긋한 악성 채무자 신분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최미자(가명) : 정부에서 고리대금업을 하는 겁니까? 말이 행복기금이지, 이게 서민을 위한 행복기금이냐고요.]
YTN 이광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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